중계동성당 게시판

꽃을 든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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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순자 [stellara] 쪽지 캡슐

2004-10-22 ㅣ No.4711

 

꽃을 든 남자....

 

모임에서 노래방이라도 가면 우리 남편은 '꽃을 든 남자'라는 노래를 즐겨 부릅니다.

하지만 근래 들어선 마누라인 저에게 꽃을 들고 나타나 감동하게 만드는 날들이

'아- 옛날이여- ' 하게끔 머언 날들속에 묻힌듯 합니다.

 

나뭇가지마다 제각각 가을옷을 아름답게 차려입은 10월도 깊은 가을날. 아름다운 가을을 보면서도 몸과 마음이 심한 가을병을 앓고 있습니다. 마음 저 깊은곳이 몹시도 시려서 괜시리 커다란 눈에 물방울 가득안고 그 물기 말리우려고 고개 들어 하늘을 바라보니  시린 하늘이 거기 또 있네요.

 

책도 읽어지지 않고 기도도 드리지 못하고 심란한 생각들로 가슴만 두근 두근, 괜스레 곁에 있는 남편에게만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내 자신을 들들 볶아대고 있으니 이런 병 앓고 있는 이에게 좋은약 알고 계시면 답을 좀 주실분 안계시런지...

 

가을 타는 사람이 저만이 아니겠지만 이번 가을은 유난히 심한듯 합니다.

구르는 노오란 은행잎 하나에도 시린 마음을 어쩌지 못해 합니다.

 

길을 지나다가 꽃을 파는 가게 앞을 지나왔습니다.

아이보리 소국과 연보랏색 국화에 눈이 머물러서 한 다발 사서 품에 안고 기분 전환을 할까 어쩔까 망설이다가 그냥 지나쳐 왔습니다.   생일이나 어떤날에 한묶음 꽃을 사서 안겨주어 감동하게 해 주던 우리 남편은 요즘 마음을 어디두었는지 심한 가을을 앓고 있는데도 전혀 모르는듯 합니다.

 

저 만이 가을병을 앓고 있는것이 아니겠지만 이 가을 우울한 마음으로 지내는 형제님들의 자매에게 내일은 한묶음 국화라도 사서 아름다운 품에 안겨 준다면 추억속에 이 가을을 기억하겠지요?  꽃을 든 남자가 되어 보시면 어떨른지요.

 

내일은 손 위 시누이와 막내 시누이가 저를 찾아 온다하는데 아이보리 소국이라도 안겨 줄려는지 기다려 집니다.  저또한 한아름 꽃을 들고   가을을 심하게 앓고 있는 이를 찾으러 가봐야 겠어요.

 

가을 깊은 10월의 밤에 스텔라가 썼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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