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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사에 내리는 은총을 충분히 받으시려면 주차를 안전하게 하셔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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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봉 [bb04] 쪽지 캡슐

2006-06-25 ㅣ No.5293

   2006년 6월 24일 저녁에...

 

 내일 모임에서 지방을 나가는 이유로 특전미사에 참례하였다.

 꽤 오랬만에 참례하는 특전미사였다.

 독서단장을 역임 할 당시는 독서봉사자들을 돕기위해 자주 참례했으나 그 후론 새벽이나 교중미사에만 참례했지 특전미사에 대한 기억은 거의 없다.

 주차를 하기위해 본당 뒤를 돌아 신축관 공사장 옆을 지나다 보니 포크레인과 인부들이 열심히  일을 하고 있었다.

 주차장으로 진입했으나 다른 차를 막지 않고서는 주차 할 수가 없어 다시 빠져나와 본당 좌측 담장에 바짝 붙여서 주차를 하였다. 다른 차량이 진입하는 데는 아무런 장애가 되지 않는 자리였다.

 

 시작성가, 본기도, 1독서 2독서, 그리고 신부님의 복음 봉독 후 강론 시간이었다.

 주머니 속에서 떨림으로 놓은 휴대폰이 진동을 시작하였다.

 전화기에 이름이 뜨지않고 번호만 나타나는 것을 보고 "업무상 전화 구먼! 미사 후에 내가 걸면 되지!" 하고 전화기를 다시 주머니에 넣었다. 새벽이나 교중미사 때는 전화기를 끄지만 토요일 저녁에는 직원들이나 거래처에서 급한 연락들이 오는 경우가 있어 떨림으로 놓는다.

 주머니에 다시 넣은 전화기가 조용 해 지나 싶더니 이내 또 진동이 오기 시작하였다.

 다시 꺼내어 보니 같은 번호였다. 다시 주머니에 넣고 진동이 멈추기를 기다렸다.

 그러나 머릿속이 혼란 해 지기 시작하였다. 모르는 번호인데 무슨 연락일까?  곰곰히 생각하다 보니 본당 옆에 세워둔 차가 생각났다.

 "공사장의 레미콘이나 덤프 등 큰 차가 지나지 못하여 연락 한 것이 아닐까? 아니야 그런 차가 들어 오기엔 너무 늦은 시각이고 지날 공간도 될텐테.."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메시지를 보내보자!" "무슨 일로 연락 하셨나요?" 전송 확인 ...

 잠시 후 답장을 기다리는데 답장 대신 또 전화가 진동 하는 것이 아닌가!

 또다시 꺼내어 보니 이제 다른 번호 였다.

 "그래 현장에 일하시는 인부라면 연세가 좀 있을텐데 메시지로 답장까지야 하겠어. 전화는 오로지 걸고 받고 그 외엔 아무런 기능도 쓰지 않을 텐데.. 연락이 않되니까 화가나서 옆에 있던 동료 아저씨가 또 전화하는 걸꺼야!"

 "나가서 확인 해 봐야 할텐데, 어느 타임에 나가지..."

 보편지향기도가 끝나고 신부님의 기도 후 봉헌 시간이 되자 나는 재빨리 앞자석으로 가 봉헌하고 차 키를 챙겨 성전을 빠져 나갔다. "빨리 차를 옮기고 성체를 모시기 전에 들어 와야지!"

 밖을 나가 옆에 주차상태를 확인 해 보니 아무런 이상 없고, 공사장의 인부들도 다 퇴근했고 내가 상상했던 그 상황은 아니었다.

 걸려왔던 전화번호를 찾아 통화 버튼을 눌렀다.

 "여보세요, 전화 하셨었나요?" "응, 나야! 성숙이. 너 나온다고 해서 볼려고 왔는데 왜 않나왔니!" "으응..."

 고향 시골 사투리가 약간 섞인 여자의 조금 상기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순간 나는 잊고 있던 것이 생각났다. 시골 초등학교 동창 모임에 못간다고 전화 한다는 걸 깜빡 했던 것이다.

 "바쁜 모양이구나! 어디 멀리 가 있니? 너 보고 싶었는데.. 우린 같은 신자잖아."

 "어어 좀 멀리 나와 있어. 그래 우린 같은 신자지"

 오늘 모임에 참석하고 내일 교중미사에 참례 할 예정인 부천에 사는 그 여자 동창의 질문에 차마 오늘 특전미사에 내일 어디로 도망 갈 거라는 말을 할 수가 없어 말 꼬리를 흐리고 있었다. 그리고 "우린 같은 신자잖아!" 하는 말을 듣고 나는 왠지 가슴이 뭉클 해지며 야릇한 기분이 들었다. 어릴적 같이 놀던 기억과 같은 무리속에서 같은 신앙을 가졌다는 또 하나의 같은 무리로 구분됨을...

 "다음 번엔 꼭 나와! 얼굴 보게." "응, 알았어 다음 번엔 꼭 나갈께"

 전화를 끊고 얼른 들어가 보니 봉헌 후 기도를 하고 있었다.

 그러나 주님과 온전히 하나 되는 미사에서 온갖 세상의 모든 끈을 다 끌고 들어간 느낌이었다.

 그리고 모든 것이 주차로 인해 생긴 오해와 잡념이 아니었던가?

 가끔 내가 미사 해설을 하는 중에 차량번호를 적은 쪽지가 전달 되어 오는 경우가 있다.

 그런 때는 참으로 당황스럽게 된다. 이 차를 빨리 빼야 할 긴급한 상황이기에 미사 중에 쪽지가 들어왔을 터인데 어느 타임에 공지를 해야하나? 독서나 복음 그리고 강론시간에 맥을 짜르면서 할 수는 없지 않는가.

 겨우 기다렸다 봉헌 때나, 평화의 인사를 나눌 때 공지 하지만 다행히 한번에 전달 되어 상황이 해결되면 안심이지만 또다시 같은 쪽지가 오면 보통 난감한 것이 아니다.

 신부님 말씀대로 될 수 있으면 우리 모두가 묵주기도 하면서 걸어 오고, 차를 주차 할 때는 몇 분 늦더라도 제대로 주차하여 본인도 맘 편히 온전히 미사에 집중 할 수 있고, 타인에게도 방해가 되지 않도록 하는게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오늘 다시금 해 보게 된다.

 그리고 주임 신부님께 고해합니다. "미사에 제대로 집중하지 못해 죄송합니다. 또 한번 죄송하지만 보속은 제가 정할께요. 묵주기도 5단 하겠습니다."

 특전미사 기타와 성가 봉사하시는 스테파노 형제님, 젊은 오빠 루카 형제님 그렇게 주님을 늘 찬양하시니 은총이 충만하십니다. 그리고 본명은 모르겠지만 청년 봉사자님 꼬꼬리 같은 목소리 참 듣기 좋아요.

 세 분 모두 화음도 잘 맞고 분위기 한결 부드럽네요! 계속 계속 봉사 해 주세요.....   고마워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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