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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Re:기도에 대해서 도통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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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4-03 ㅣ No.6527

안녕하세요.. ^^

저는 20대 후반의 젊은 사람이고, 신앙생활을 한지 채 2년도 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제 글이 님께 얼마나 도움이 될지, 저 자신도 사실은 잘 모르겠습니다. 글을 남기신 분이 저 보다 나이가 훨씬 많으실수도 있고 저보다 더 오랜 신앙생활을 하셨을 수도 있으니까요. 아마 거의 그러리라고 예상됩니다만.. ^^

그래서 님의 글을 읽고 그저 안타까운 마음으로 조심스럽게 글을 남길 뿐입니다..

 

사실 신앙, 그리고 기도라고 하는 것은 뭐라고 정확하게 표현할 수 없는 것 같습니다. 누군가가 저에게 '성당에 나가면 어떤 것이 좋으냐'고 묻는다면, 저 역시 명쾌한 답을 줄 수 없습니다.. 그냥, 그저 "참 좋아.." 라고 말 뿐이겠지요.

 왜냐하면 신앙이란 주님과 나와의 사랑.. 이라고도 표현할 수 있는데 사실 '사랑' 이라는 감정이 참 표현하기 힘든 감정입니다.. 아마 글 남기신 분만이 아니라, 많은 신자들이 '신앙' 또는 '기도'에 대한 정의를 내리기 힘겨워 할 겁니다..

며칠 전에 우연하게도 예전에 방송되었던 다큐멘터리 "영원과 하루"를 보게 되었습니다. 이 프로그램은 서울 신학교의 생활을 다룬 프로그램입니다. 그 프로그램에서 학사님 한 분이 이런 말을 하셨던 것 같습니다. 신앙을 갖는 것이 왜 좋다라고는 말하기 참 힘들다고.. 각자의 경험으로만 깨달을 수 있는 것이라고..

평생을 주님만 바라보며 살기로 맘 먹은 분들도 이렇게 말씀을 하는데, 평신자들은 신앙이 이러한 것이다..라고 말하기가 얼마나 어렵겠습니까.. 하느님이 누구신지, 어떤 신앙이 훌륭한 건지, 그리고 어떤 기도가 좋은 건지에 대해 정말 가슴 깊이 깨닫고 말하는 사람은 어쩜 거의 드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저 사람들은 다른 이들이 '좋은 기도는 이러한 것이다'라고 말하는 것을 듣고, 그저 흉내내어서 말하는 것일지도요..

 

저는 대모님과 신앙, 그리고 삶에서의 여러가지 문제들을 많이 이야기하곤 합니다. 얼마 전에도, '주님의 뜻'과 '인간의 의지'.... 에 대해서 심각하게 대화를 나눈 적이 있습니다. 도무지 어느 선까지가 주님이 '계획'하신 것이고, 어느 선까지가 '인간의 자유의지'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사실 어떠한 일이 벌어졌을 때 "이것이 주님의 뜻이야" 라고 단순하게 말한다면, 그것은 운명론과 무엇이 다르겠습니까.

하지만 제가 예비자 교리 시간 때 신부님으로부터 들었던 말씀이나 청년 성서공부를 하면서 느꼈던 것은, 주님은 인간에게 '자유의지'라는 것도 주셨다는 점입니다.. 다시 말하면, 주님이 막무가내로 '이게 나(주님)의 뜻이니 너희 인간들은 내가 원하는대로 해라"는 아니었다는 것이죠..

그럼 한 가지 문제가 생깁니다.. 만약에 하느님의 뜻과 나의 의지가 부딪쳤을 때는 어떻게 해야할까..

바로 그 때 기도가 필요한 것 같습니다.

 

요 몇 년 동안 제가 좀 마음 고생을 많이 했었답니다.. 그래서 성당을 나가게 된 것이고요. 어려운 시간을 보내면서 주님께 원망도 많이 했고, 마치 어린 아이가 투정부리고 떼 쓰듯 기도를 해 보기도 했구요. 감사의 기도를 올려보기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느꼈던 것이 주님이라는 분과 기도를 통해서, 나 자신과 나를 둘러싼 환경과 주변 사람들에 대해 더 섬세하고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었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자면, 자신의 목소리를 녹음하고 그것을 들어보면 무척 낯설지 않습니까? 증명사진 속의 내가 무척 낯설기도 하구요. 하지만 그 '낯선' 모습과 목소리가 객관적인 나의 것이지요.

그런 것처럼 주님께 기도를 하다보니 현실에서 조금 거리를 두고 내 자신과 그 상황을 바라볼 수 있는 지혜가 생기곤 했습니다. 마치 건축물의 조감도를 보듯 내 마음과 주변의 모든 것들이 한 눈에 들어왔다고 할까요...

이런 과정을 통해서, 나의 부족함과 잘못이 무엇이었는지.. 그리고 이러한 상황에서는 어떻게 행동해야하는지.. 앞으로 내가 어떻게 방향을 잡고 살아야할지... 그리고 내 능력을 벗어나는, 어쩔 수 없이 생기는 일은 무엇인지..를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그 다음엔,

기도를 통해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알게 되었으면 그렇게 행동하면 되는 것이고요, ^^

만약 어떠한 사건이 내 능력의 범위를 뛰어넘는 것이라면,, 그야말로 그 결과에 순종하는 수 밖에 없겠죠. 다만 중요한 것은, 그것이 과연 내 노력과 의지대로 변화가 가능한 것인지 아니면 순종할 일인지에 대해 좋은 판단을 내려야 한다는 것이지요..

만약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는 것인데, 자꾸만 너무 힘들게 일이 벌어진다면.. 그 때는 참 많이 속상할겁니다.. 무기력해지고 주님이 원망스럽기도 하구요.. 하지만 어쩌겠어요.. 그 상태에서라도 어떻게 내가 행동하는 것이 바람직한지를 빨리 찾아내는 것이 중요하겠죠..

역시 기도를 통해, 그 방법을 찾아낼 수 있을 겁니다...

 

그럼... 여기서 다시 걸리는 문제는, 도대체 어떻게 기도를 해야하는 것인가..

앞에서도 말씀드렸지만 저는 아직 병아리 신자이기 때문에 어떻게 하는 기도가 좋은지 교리적으로 잘 모릅니다.. 그저 제 경험을 말씀드릴 뿐입니다.

저는... 주님께 투정을 참 많이 부렸습니다..

"주님.. 이거는 너무 하잖아요.. 어쩌면 나한테 이럴 수가 있어요? " 는 차라리 양반인 경우고요, "주님은 내가 이렇게 힘들어서 헤매는 게 보기 좋아요? 이런 걸 원했던 거였어요?" 까지.... 원망하듯 꺼이꺼이 소리내어 울면서 엄청나게 대들고 떼도 썼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주님께 대들고 나면 제 맘이 많이 정리되었고, 앞날에 대한 방향감각도 찾았던 것 같습니다... .. 한 번 투정부릴 때마다 제 마음과 부족함, 내 주변의 상황이 점점 선명하게 그려졌다고 할까요........ 그리고 지금 생각해보면 그렇게 주님이 제 투정을 묵묵히 받아주신 것만해도 참 감사하다고 여겨집니다...

주님이 제 곁에 안 계셨다면, 제가 누구한테 화를 내고 원망을 할 수 있었겠습니까..

 

여튼 그런 과정이 거듭될수록, "이 어려운 일은 내 단점들을 극복하라고 주님께서 주신 기회인가보다..."란 생각이 점차 들었습니다.. 즉.. 이것을 단순하게 말하자면 "이 어려운 일은 (내 단점을 극복하라는) 주님의 뜻인가보다"가 되는 것이고, 괄호 안을 생략하면 "주님의 뜻이다" 가 되겠지요..

이쯤되자, 주님이 나를 지켜보시고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 녀석, 잘하나 한번 두고보자"가 아니라, "쟤가 이번 일을 잘 겪어내야 보다 멋진 녀석이 될텐데.." 라는 안쓰러움 갖고 날 보고 계시겠구나.. 하는 느낌이 든 것이지요. 그러고 나니, 주님께 기특하게 보이고 싶었습니다. 주님의 칭찬을 많이 받고 싶었답니다..

그래서 많이 힘들고 어려웠지만, 힘겨움 속에서 주님의 뜻을 찾으려 노력했고,, 예수님을 닮아가기 위해 많이 노력했습니다.. 물론 길고 쉽지 않았던 시간이었지만, 이러한 과정을 오랫동안 반복하다보니 어느 순간, 제 마음에도 평화가 가득 차 있었습니다.. 당연히 힘들었던 일들도 잘 정리가 되었구요.. 제가 얻은 마음의 평화가 주님께서 주신 상이 아닐까 싶습니다.

 

성모님이나 예수님께서 하셨던 것처럼, "아버지의 뜻대로 하십시오" 라고 기도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되겠습니까.. 반대로 생각하면 "아버지의 뜻대로 하십시오" 라고 기도했기에 그 분들이 성인인 것이겠지요.. 즉 평범한 사람들은 그 수준의 기도까지 도달하기가 결코 쉽지 않을 거라는 말씀입니다.

저도 가끔은  '아버지의 뜻대로 하십시오' 라고 예수님과 성모님의 기도를 흉내내어볼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그 때마다 얼마나 가슴이 걱정되는지 모릅니다.. 그야말로 내 뜻과는 완전히 다르게, '아버지의 뜻'대로 하시면 어쩌나 싶어서요...

하지만 설사 '아버지의 뜻'대로 모든 일이 벌어진다 하더라도, 그 안에서 나의 부족함을 찾고 상황을 잘 파악할 수 있는 눈과 지혜를 갖게 된다면, 쉽지는 않겠지만 많은 고통들을 보다 덜 힘들게 겪어낼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물론 이것이 어렵기 때문에, 우리는 끊임없이 기도해야만 하구요.. 내 뜻대로 일이 되기 위함이 아니라, 주님의 뜻을 읽어내고 그 상황에서 내가 해야하는 가장 최선이 무엇일까를 알아내기 위해서요.. ^^

 

이렇게 말하고 있는 저도, 다음에 어려운 일을 겪었을 때 "주님은 내 소원을 안 들어주시는가보다" 하고 낙심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하느님은 결코 우리를 버리는 분이 아니시고, 하느님의 뜻을 깨닫기에는 우리가 너무나 부족한 인간이란 사실을 잊지 않는다면 보다 수월하게 그 고비를 넘길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글이 많이 길어졌습니다..

많이 부족한 글이지만, 부디 제 글이 님의 마음에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주님과의 관계를 돈독하게 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면 무엇을 더 바라겠습니까..

얼마 전에 참으로 좋은 성경구절을 보았습니다.. 그 구절을 보니 마음이 참 많이 따뜻해졌답니다...그래서 수첩에 적어두고 다니면서 제 주변사람들에게 종종 문자로 보내주기도 합니다.. 아마 많이 보셨던 문구일겁니다.

"총애받는 사람아, 두려워하지 마라. 너에게 평화가 있기를. 힘을 내어라, 힘을 내어라" (다니엘 10, 19)

 

부디 힘을 내시고, 지금 겪고 있는 고통을 지혜롭고 용기있게 이겨내시길 기도하겠습니다.. 주님께서도 님을 지켜주고 계실겁니다... 화이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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