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제가 수도회에 입회한 지 20년이 되는 해입니다. 그동안 해마다 수도자에게 특전이자 의무이기도 한 연피정을 할 기회를 가졌지요. 해마다 피정을 할 때가 되면 복음의 가치와 엇갈리는 내 본성과 욕구의 아우성으로 마음 밑바닥에서부터 하느님과 일치를 갈망하는 영혼의 목마름을 느끼게 됩니다. 이 성서 말씀을 대개 피정 첫머리에 몸의 피로를 풀도록 쉼의 시간을 가지면 그 다음은 하느님이 사랑이심을 깨닫도록 우리를 창조하시고 보시니 좋았더라며 안배하신 삼라만상의 아름다움과 하느님의 아름다우심과 자비를 맛들이게 하는 부분에서 묵상하게 됩니다. 제게 고생과 무거운 짐이란 인간적 욕구의 좌절이나 미래와 일신의 안녕에 대한 불안에서 오는 경우가 많고, 눈에 보이는 성취나 결과가 안 나오면 어떻게 하나 하는 불안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이런 허영과 과욕의 때에 그분을 대면하면 그분은 “두려워하지 말고 나를 믿어라. 나는 너를 있는 그대로 사랑하며, 나는 늘 네 곁에 있다”라고 안심을 시켜주십니다. 그럴 때 저는 “한다한 일들을 좇지도 아니하고 내게 겨운 일들은 하지도 않나이다. 차라리 이 마음은 고스란히 가라앉아 어미 품에 안겨 있는 어린이인 듯 내 영혼은 젖 떨어진 아기와 같나이다”(시편 131,12)라고 고백한 시편 저자처럼 편안함을 체험합니다. 그래서 저는 “야훼는 나의 목자, 아쉬울 것 없노라”(시편 23,1)를 노래하며 그분을 찬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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