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복음 말씀을 묵상하는데 자신에 대한 용서가 먼저 떠오르는 것은 웬일일까요? 자신을 우선 형제로 생각하고 용서해야 할 필요가 있음은 제가 이곳 제주도에서 상담소를 운영하면서 만나는 이웃들이 생각나서입니다. 제가 만나는 많은 분들은 우울증을 앓고 계신데, 그 원인 중에는 자신과 이웃의 잘못과 허물을 용서할 수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복음에서 “네 형제가 잘못을 저지르거든 꾸짖고 뉘우치거든 용서해 주어라”고 하셨는데, 하기야 자신이 잘못을 저지르고 난 뒤 솔직하고 정직하게 뉘우칠 수 있는 것은 또 얼마나 큰 용기입니까? 자신의 잘못을 상황 탓으로 돌리지 않고 인정할 수 있는 것조차 내적 힘이고 믿음이 있는 사람의 몫이니 말입니다. 얼마 전부터 함께하게 된 Al-Anon 모임(알코올 중독자 가족 친목모임)에서 매주 모임 때마다 읽게 되는 12단계 중 5단계에는 ‘솔직하고 정확하게 우리가 잘못했던 점을 신과 자신에게 또 어느 한 사람에게 시인했다’라는 내용이 있습니다. 참되게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이란 먼저 자신을 있는 그대로 수용하고 받아들이는 사람입니다. 곧 자신의 장점은 물론 실수와 잘못을 솔직하게 인정하고, 하느님의 자비와 용서를 바라고 체험한 뒤 자신을 그분의 사랑으로 사랑하는 것입니다. 이것을 바탕으로, 이것이 흘러넘쳐 드디어 이웃의 한계와 나약에 대한 연민과 자비가 나오게 되는 것입니다. 이제 우리 각자가 우리 자신에게 좋은 형제가 되어줍시다! 그리고 나와 껄끄러운 이웃에게도 좋은 이웃이 되어줍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