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복음 중에서 저는 예수님의 의로운 분노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우리는 때때로 아니, 자주 첫마음을 간직하고 유지하기가 쉽지 않은가 하면 순수한 동기조차 혼탁해져 수단이 목적이 되기조차 하니 말입니다. 예수님은 과월절에 성전 뜰에서 이루어지는 환전상들의 태도와 봉헌을 하러 온 가난하고 소박한 노인과 아이들의 곤궁이 배려되지 않은 손익 계산을 보시고 화가 치밀어올랐습니다. 성전이 예수님의 사랑과 환대를 체험하는 장소이고 하느님께 자신들의 전존재를 봉헌하는 장소가 아니라 세상살이에서 이루어지는 끼리끼리의 친목이나 재물이나 명예나 학력이 우세하게 대접받는 작태에 신물이 나셨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오늘 교회는 어떤 모습일까요? 예수님이 즐겨 맞이하던, 예수님이 사랑하고 챙기셨던 가난한 이웃들, 죄인들, 멸시받던 여인들이 들어설 자리가 있는지요? 하느님께서 예수님의 인성을 취하시어 사람들 사이에 현존하시고 또 당신의 모습을 드러내시는 곳인 성전(교회)이 되기 위해서는 질그릇 같은 우리 안에 부어주신 은총의 보화를 잘 간직하여 우리가 만나는 사람들이 모두 우리 안에 깃들인 예수님을 느낄 수 있도록 그분을 모셔드려야 합니다. 그리하여 누구 하나 소외됨 없이 인간됨의 존엄성을 깨닫는 체험이 이루어지고 나눔과 사귐이 이루어지는 살맛나는, 살아 있는, 그분을 모신 성전, 우리의 모임이 결국 예수님이야말로 참 성전이시라고 고백하는 참 신자들이 되겠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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