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량리성당 장년게시판

기적을 만드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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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남진 [monicacho033] 쪽지 캡슐

2001-11-04 ㅣ No.3140

 어제 명동 가톨릭회관에서  정의평화대토론회가  열렸다.

이 행사를 맡아 진행한 사람은 서울평협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장을 맡고있는  윤학 변호사이다. 나는 그를 잘 알지는 못하지만  좀 특별 난 사람이란 것을 알고 있다. 그는 우리나라에서도 가장 귀빠진 지역이라 할 수 있는 전라남도 흑산도,  섬 출신이다. 흑산도에서 국민학교를 다니고 광주로 유학을 나와 중,고등학교를 그곳에서 다녔다.  그는 어려서부터  읽는것을 즐겨서 활자화된 모든 것은 왕성한 식욕으로 다 읽어 소화해버렸다.  그러나 섬에는 근사한 도서관도, 아동용 도서도 없었다. 읽을것에 목말라 하며 힘든 유년시절을  보낸   섬 아이는 어느날 친척 아저씨로부터 우리나라에서 제일 들어가기  힘든 학교가 서울에 한곳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꿈을 키웠다. 그 학교에 한번 들어 가 보자고...  서울대학교 법과대학에 입학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통과하기  힘든 시험이 사법시험이라는 알게되었다.  소위 ’고시’라는 것을 거쳐 변호사가 되었다.   그런데 그는  아주 엉뚱하다. 요즘 전화 한 통화로 수임료 1억원을 받았다고  하는 변호사가 있는데 미국 하바드 로스쿨까지 마친 그는 돈 버는데는  통 관심이 없는것 같다. 내가 그에게 관심을 갖는 것은 그가 ’광고 없는’ 월간  잡지의 발행인이기 때문이다. 월간잡지 한권 내려면  원고료,기자들 월급, 사무실 임대료, 제본비 , 인쇄비,종이값, 발송비, 진행비...해서  한달에 못들어도 족히 몇천만원은 들 터인데 그는 ’광고를 싣지않는’월간지   가톨릭 다이제스트를 내는 것이다. 비록 얇고 작은책이지만 변호사해서 생긴 돈을 몽땅 쏟아 부어 가며  운영하는 것같다. 마치 잡지를 만들기 위해서  변호사 일을 하는것 같다.  그의 가장 적극적인  동역자는 그의 부인이다. 그 부인에게   변호사 사모님으로서   화려한 치장이나  생활은  먼 이야기이다. 원고를 쓰고 필자를 섭외하고 교정을 보고... 한푼이라도  제작비를 벌기위해  무보수 기자로 직접,기꺼이  나선 것이다. 무슨일이든  뜻만으로 이끌어 간다는 것이 쉽지않은 일임을 알기에 나는 그 일을 하는 젊은 변호사 부부가 존경스럽다. 왕성한 독서욕구를 채워 줄 수 없었던 자신의  어린시절을 생각하며 상업주의에 물들지않는 ’좋은 잡지’를 만들기위해서 광도고 안싣는  잡지를  보면  희망을 떠올린다.  세상에는  정신을 오염시키는 얼마나 쓰레기 같은 인쇄물과 매체들이 많은가.   책 갈피 갈피에서는 참으로 인간 냄새 나는 소박한 글들을 만날수있다. 그리고  작은 이들 을  하나 하나를 일으켜 세워 주려는 뜻에서  이것이 정의와 평화로  가는 길임을 깨닫게된다.  이 땅에 그같은 책이 나오고 유지된다는게 기적같고 고맙다. 그리고 그 같은   변호사가 있어서 세상은 아직 살만한 곳인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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