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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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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윤 [novita] 쪽지 캡슐

2002-07-22 ㅣ No.2569

 

 대학 4년 동안 얼굴도 모르는 후원자의 도움으로 어렵게 공부한 청년이 있었다. 그런데 막상 졸업반이 되자 한가지 걱정거리가 생겼다.

 

"뭘 한다? 벤처? 기자? 펀드매니저? 휴, 모르겠다."

 

장차 어떤 일을 해야 할지 결정하지 못하고 있던 그는

후원자에게 장래를 위해 충고해 달라는 내용의 편지를 썼다.

그로부터 며칠 뒤 청년은 후원자로부터 한번 찾아오라는 답장을 받고,

그 길로 편지에 적힌 곳을 찾아갔다.

 

주소에 적힌 곳은 고층 건물 견고한 벽에 혹처럼 붙어 있는 구두병원이었다.

청년이 그 초라한 문을 열고 들어가자 일흔도 넘어 보이는 노인이 그를 반겼다.

"어서 오게, 편지를 받은 게로군."

 

투박한 손등, 구두약에 절어 새가만 손톱…

이 꼬질꼬질한 구두병원 원장님이 그 비싼 등록금을 꼬박꼬박 대준 후원자였던 것이다.

 

실망 반 놀라움 반으로 어쩔 줄 몰라 하는 청년을 주저 앉힌 노인은 말했다.

 

"젊은이, 무슨 일을 하느냐보다는 어떻게 사느냐가 훨씬 중요한 문제라네."

 

분명하고 단호한 어조였다.

 

"내가 그 진리를 자네처럼 젊어서 깨달았다러라면 더 많은 사람을 도왔겠지!"

 

노인의 그 한마디에 가슴을 짓누르던 먹구름이 씻은 듯 가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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