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음동성당 게시판

* 자기 부정(11/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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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국길 [fcan] 쪽지 캡슐

2004-11-05 ㅣ No.3733

연중 제31주간 수요일 (2004-11-03)

독서 : 필립 2,12-18 복음 : 루가 14,25-33

* 자기 부정 *

그때에 예수께서 동행하던 군중을 향하여 돌아서서 말씀하셨다. “누구든지 나에게 올 때 자기 부모나 처자나 형제 자매나 심지어 자기 자신마저 미워하지 않으면 내 제자가 될 수 없다. 그리고 누구든지 자기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라오지 않으면 내 제자가 될 수 없다. 너희 가운데 누가 망대를 지으려 한다면 그는 먼저 앉아서 그것을 완성하는 데 드는 비용을 따져 과연 그만한 돈이 자기에게 있는지 곰곰이 생각해 보지 않겠느냐? 기초를 놓고도 힘이 모자라 완성하지 못한다면 보는 사람마다 ‘저 사람은 집짓기를 시작해 놓고 끝내지를 못하는구나!’ 하고 비웃을 것이다. 또 어떤 임금이 다른 임금과 싸우러 나갈 때 이만 명을 거느리고 오는 적을 만 명으로 당해낼 수 있을지 먼저 앉아서 생각해 보지 않겠느냐? 만일 당해낼 수 없다면 적이 아직 멀리 있을 때에 사신을 보내어 화평을 청할 것이다. 너희 가운데 누구든지 나의 제자가 되려면 자기가 가지고 있는 것을 모두 버려야 한다.”
(루가 14,25-­33)

저는 올해로 세례를 받은 지 27년이 됩니다. 아직도 선명하게 떠오르는 세례받은 해에 경험한 성령쇄신묵상회는 예수님을 따른다는 것에 대한 참된 의미를 배울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그 당시 본당 신부님은 묵상회에 참석한 우리에게 용서와 화해의 예절 부분에서 예수님의 제자가 되기 위해 우리 자신에게 해를 입혔거나 원수가 된 이들과 화해하기 위해 당사자를 찾아가거나 전화를 하거나 편지를 하라고 했습니다.
그 말씀은 저에게 큰 도전이었습니다. 왜냐하면 제 어릴 적(4세) 기억으로 각인된 사촌오빠는 어머니를 때려 코피를 흘리게 했고 늑골이 골절되게 하였는가 하면 재산을 포탈하고 어린 제 생명마저 앗아갈 뻔한 가해를 저지른 사람이었기에 결코 용서할 수 없는 원수였던 것입니다. 그런데 그 사람을 용서하라니, 그리고 그를 찾아가거나 편지를 쓰라니, 제 마음속에 깊이 새겨진 이 아픔의 가해자에 대한 분노와 미움을 떨쳐버리라니, 눈곱만큼도 뉘우침을 보이지 않는 뻔뻔한 사람을 내가 먼저 용서한다고 찾아가라니. 며칠을 두고 고민하며 제 자신과 씨름을 했습니다. 그런 사람을 용서해 준다는 것은 너무나 억울한 처사 같았습니다.
차라리 묵상회에 참석하지 말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이런 나 자신을 이길 수 있도록(자기 부정) 기도하며 편지를 썼습니다. ‘오빠, 저는 천주교 세례를 받았습니다. 예수님을 따르고 믿는다는 것은 원수를 용서해 준다는 것이라고 해서 저도 오빠의 잘못을 용서해 드립니다. 예수님이 용서해 주라고 해서 용서해 드리는 것입니다.’
그리고 몇 년이 지나 수녀가 된 뒤 그 오빠를 만날 기회가 있었는데 자기 사무실에 ‘인자무우(仁子無憂)’라고 쓴 액자를 걸어놓고 있었습니다. 얼굴엔 평온과 인자함이 흘러넘치고,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로는 많은 선행을 하고 덕망이 높다고 했습니다. 저는 가슴이 서늘해지는 다행함을 느꼈습니다. 행여 제가 예수님을 몰라 그를 용서하지 못하고 미움과 복수심만 키웠다면 얼마나 인생을 헛되이 살 뻔했는지! 그분은 너도 살고 나도 사는, 둘 다 살리시는 생명과 자비의 주님이심을 깨닫게 된 것입니다.

변수운 수녀(착한목자수녀회)

- 삶이 무엇이라고 묻는 너에게 -

삶이 무엇이냐고
묻는 너에게
무엇이라고 말해줄까

아름답다고
기쁨이라고
슬픔이라고 말해줄까

우리들의 삶이란
살아가면서 느낄 수 있단다
우리들의 삶이란
나이들어가면서 알 수 있단다

삶에는 정답이 없다고들 하더구나
사람마다 그들의
삶의 모습이 다르기 때문이 아니겠니?

삶이 무엇이냐고
묻는 너에게
말해주고 싶구나

우리들의 삶이란
가꿀수록 아름다운 것이라고
살아갈수록
애착이 가는 것이라고...

- 용혜원의 詩중에서 -


님을 초대합니다

 

† 【 안나의 묵상나누기 】 †

+ :) +

이른 새벽에 일어나 어머님을 모시고 집으로 왔습니다.너무나
가벼워지셔서 앗!나가 업어드렸습니다. 그래야만이 안나의
무거운 마음이 조금이라도 가벼워질 것 같았습니다.

앗!나에게 17일간은 너무나 짧은 기간이었겠지만...울엄니께는
17개월 정도로 느껴지는 긴 시간이셨을 것입니다. 너무나 마음이
아프니 제 약한 비우장도 온데간데없이 온 집안에 가득한 비릿한
내음이 오히려 마음을 저려오게 합니다. 앗!나의 빈 자리가 이렇
게 큰 것인지 다시금 느끼면서 속히 쾌차하시기를 빌어봅니다./

예수 그리스도를 주님으로 영접하여 하느님의 자녀가 된 우리들
중 어느 누구라도 제자가 되고 싶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제자가 되고 싶은 우리들에게 주님은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누구든지 나에게 올 때 자기 부모나 처자나 형제 자매나
심지어 자기 자신마저 미워하지 않으면
내 제자가 될 수 없다.
그리고 누구든지 자기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라오지 않으면
내 제자가 될 수 없다.

오늘 묵상글에서 변 수녀님께서 하신...
나 자신을 이길 수 있도록(자기 부정)이 아니면...
이룰 수 없는 과정입니다.

그런데 그 사람을 용서하라니,
그리고 그를 찾아가거나 편지를 쓰라니,
제 마음속에 깊이 새겨진 이 아픔의 가해자에 대한
분노와 미움을 떨쳐버리라니,
눈곱만큼도 뉘우침을 보이지 않는 뻔뻔한 사람을
내가 먼저 용서한다고 찾아가라니.


얼마나 많이 망설였을까...헤어려지는 일들입니다.
벗 님들도 이런 경험이 있으시겠지요...앗!나에게도 당근 있었습니다.
신앙생활에 있어서 어느 한 단계를 뛰어넘으려 할 때는 언제나 거쳐야
되는 과정이라도 되듯이 우리에게 용서를 통한 사랑은 그분의 제자가
되고픈 사람들에게 필수 과정인 것 같습니다.

‘( ), 저는 천주교 세례를 받았습니다. 예수님을 따르고 믿는다는
것은 원수를 용서해 준다는 것이라고 해서 저도 오빠의 잘못을 용서해
드립니다. 예수님이 용서해 주라고 해서 용서해 드리는 것입니다.’


이렇게 편지를 쓸 수 있으십니까! 이렇게 말 할 수 있으십니까!.
가톨릭 신자가 되었기 때문에 용서할 수 있으십니까!.
예수님을 따르고 믿는다는 것은 원수를 용서해준다는 것이라고 해서...
예수님이 용서해 주라고 해서... 용서해 줄 수 있습니까!

내가 용서하는 것인가요?! 아.닙.니.다.
내가 일만 달란트나 되는 죄를 용서받았기 때문에...
일백 데나리온 빚진 자를 용서해줄 수 있는 것입니다.

만약, 우리가 어떠한 문제들 앞에서도, 어떠한 인연의 고리 앞에서도..
용서를 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제자의 삶'을 살아내지는 못할 것입니다.
그저 믿는다고 평생을 따라다녔던 종교인은 될 수 있을지언정...
참 신앙의 맛도, 멋도 모른체...말입니다.
매일 같이 드리는 주기도문에서 우리는 넘어질 것입니다.

[마태오 6,14-15]
"너희가 남의 잘못을 용서하면
하늘에 계신 아버지께서도 너희를 용서하실 것이다.

그러나 너희가 남의 잘못을 용서하지 않으면
아버지께서도 너희의 잘못을 용서하지 않으실 것이다."


그래서 우리에게는 매일같이 용서라는 것이...
자기 부모나 처자나 형제 자매나 심지어 자기 자신마저 미워해야되는
자기 부정이 뒤따라야만이 온전한 제자의 삶을 살아갈 수 있게되겠지요.

참으로 바쁜 17일간의 여정 중에...
살아온 날들을 정리하는 날들이 있었습니다. 너무나 두려워서 묻어두고자
했던 날들이었지만/당당히 맞서서 뜨거운 눈물과 함께 상처들을 치유하고
돌아오니 마음도 몸도 가볍습니다.

하느님의 사랑이 아니었으면...내 어찌 그 모든 것들을 보담아 안을 수
있었겠습니까! 마음이 가난해져 감을 느낍니다.

마음이 가난한 사람이란 자신이 잘나고 못나고, 잘하고 잘못하고를 떠나
하느님의 조건 없는 사랑에 믿음을 가진 사람이며 하느님의 돌보심을 믿는
사람이라는 생각입니다.

11월 첫 날 야곱의 우물에 나온 묵상글 중에서...


만약에 우리가 지금보다 윤택한 삶을 원하다면 말입니다...
먼저 화해하고, 먼저 용서하고, 먼저 보담고, 먼저 평화를 빌고,
먼저 인연의 매듭들을 풀고, 먼저 사랑한다면 지름길로 갈 수 있다고
앗!나는 믿습니다.

적어도 내 사는 날 동안 윤택한 삶만이 남았을 것이라고 믿는 것은...
어느 누구에게도 벽을 두지 않고, 적으로 삼지 않고,..
사랑하며 살고지고자 하는 마음이 있기 때문입니다.
자기 부정을 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나즈막히 속삭이는...




안나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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