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智異寒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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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동근 [Goham] 쪽지 캡슐

2000-08-18 ㅣ No.1741

지리한 산.. 지리산은 그랬다.

오늘 잠에서 일어나니 눈탱이는 진실로 밤탱이가 되었고

발은 탱탱 부어올라 무신 병자의 발같다.

무릎은 완전히 망가져 계단도 오르내리기가 힘겹고...

어깨엔 배낭으로 찍힌 자죽이 선명하고... 온몸은 다 욱신거리고...

 

되게 힘들다고 했다. 지리산!

그래서 많이 걱정도 했지만 선생 체면에 말을 바꿀수도 없고.. 언제가는 꼭 가야할 산이기에 이번이 좋았다. 그래서 갔다. 그리고 참으로 힘겨웠다.

빨치산을 방불...

이틀째는 육중한 무게로 내리누르는 배낭탓에 거의 탈진의 상태였고... 잠도 산장의 취사장에서 이런 사람들, 저런 사람들과 몸을 섞어 잠을 이루고.. 물론 잔밥을 처리하는 파리들도 함께...누가 큰 산 아니랄까봐 파리도 되게 컸다.

삼일째에는 아침을 먹자마자 비가 쏟아져 줄곧 비를 맞고 다녔다.

무신 영화에서 봄직한 그런 산행

비바람 거세게 몰아치고 온몸을 바들바들 떨며 풍경을 감상할 여유는 온데간데 없고 오로지 산장과 산장을 향한 발걸음만 떨어질 뿐...혹여 겨울이 아닌가하는 착각이 들 정도였다.

사일째, 드뎌 무릎이 망가지고 말았다.

천왕봉! 꼭 오르고 싶었던 그 땅을 밟았으되 몸을 가누기도 힘든 비바람이 거샜다.

그래도 거기서 담배폈다. 어렵게

배낭의 무게를 더이상 감당치 못했는지 무릎을 굽힐 수가 없었다. 하산의 날인데... 오르기보다 내리기에서 더욱 중한 무릎이 나가 사람들의 애물단지가 되어버린 나... 가뜩이나 무거운 짐지신 선생님께서 내 텐트까지 짊어지시게 하고 말았다.

내려오면서 그저 "죄송합니다."라는 말을 되뇌이고...

사실이다. 고생했다. 지나는 사람들도 참으로 대단타했다.

그러나 그것은 기행의 과정일뿐... 넘 좋았다.

이틀이나 계속된 궂은 날덕에 멋진 풍경은 많이 놓쳤지만 나름대로의 비구름과 둘째날의 그 장관은 잊지 못할 추억이 될 것 같다.

게다가 그 고생덕에 친해진 학생들.. 서로 밀고 당기며 위로하는 모습속에서 사는 모습을 배웠다.

어느 여행가가 ’산이 게 있기에 간다.’라고 했다지.. ’힘들지만 인생과 같아 오른다.’ 했다지.

고비고비를 넘으며 참으로 그랬다. 조금만 더 참지.. 조그만 더 참지... 그랬더니 봉우리가 나왔고 조금있으니 또 깊은 계곡이 나오고.. 그리고 쉼이 있고...

 

지리한 산 ,

참으로 지리하고 추운 산이었으되

그만큼 따뜻한고 정다운 산이었다.

 

산하나 다녀오고 참 말많네하겠다. 지리한산덕에..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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