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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수강 신청 체험기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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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훈 [Geniusist] 쪽지 캡슐

2000-08-21 ㅣ No.960

허겁지겁 뛰어 간 곳은 안암 로타리..

 

때 마침 우리 학교로 갈 수 있는

 

유일한 버스인 34번이 빨간 불에

 

걸려서 서 있는 것이 아닌가...

 

귀엽기도 하지...    

 

고대에서 서강대로 직행 버스가

 

있다는 사실이 신기하기만 하다..

 

나를 위한 노선인 듯...

 

얼른 달려가서 버스를 탔다...

 

탈 때 까지도 모든게

 

순조로왔다.. 에어콘도 빵빵하고

 

손님도 많이 없고... 조용하고 깨끗했다..

 

그러나 다급한 마음은 여전했다..

 

버스는 잘 달렸다..

 

그런데 청계천에 접어들면서

 

상황이 이상하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갑자기 꽉 막힌 차들...

 

청계천은 마치 하나의 거대한 주차장을

 

방불케 했다... 차가 지나가려 해도

 

수많은 사람들이 보란 듯이 차도를

 

가로지르는 바람에 제대로 차가

 

지나갈 수가 없었다..

 

도대체 그들로 하여금 목숨을 내걸고

 

그렇게 차도를 횡단하게 하는

 

원동력이 뭔지 궁금했다....

 

차는 꼼짝달싹도 하지 않았다.

 

지하철을 탈 걸... 때마침 신호에 걸려 있던

 

34번 버스는 악마의 유혹이었던 것이다...

 

아무리 기다려도 버스는, 아니 그 곳의

 

모든 차는 갈 생각을 안 한다...

 

가다 서다를 계속 반복하니까

 

멀미가 날 지경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기사 아저씨가 짜증을

 

내기 시작한다. 혼자서 중얼거리면서

 

욕을 막 한다... 무서웠다... -_-

 

이것이 전화위복이 될 줄은...

 

아저씨는 카레이서 였다...

 

버스를 그 정도로 까지 몬다는 것은..

 

누가 기사 아저씨를 열받게 했는지

 

가서 지폐라도 몇 장 쥐어 주고 싶었다.

 

중앙선 침범은 예사고 노란불은

 

파란불의 연장이고 빨간불도

 

그 아저씨에게는 파란불이었다.

 

스릴 만점에다가....

 

수많은 차들이 기사 아저씨의 차선

 

넘나들기에 무릎을 꿇었다...

 

사이사이로 잘도 빠져 나가는

 

오토바이가 미웠는지 아예

 

두 차선을 점거하며 오토바이까지

 

막아섰다... 급기야는 4거리에서

 

빨간불인데도 그냥 지나가서

 

십여대의 차량과 충돌할 뻔 했다..

 

나중에 서강대 근처에선 중앙선을

 

넘다가 승용차 운전수와

 

싸움이 벌어진다...    

 

 어쨋든 "아저씨 멋져!!!"

 

앗 그런데 이 보다 더한 놈들이 있었다.

 

우리 차의 심상치 않은 움직임을 간파한

 

몇몇 승용차.. 우리 버스 옆에 바짝 붙어서

 

우리가, 아니 아저씨가 터 주는 길을 교묘히

 

이용하는 것이다...   여우 같은 놈들...

 

하지만 이렇게 잘 달리는데

 

애교로 봐 주자... 막히는 길을 잘도 뚫는다.

 

이젠 수강 신청하는 일만 남은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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