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음동성당 게시판

대학 수강 신청 체험기 Final

인쇄

감정훈 [Geniusist] 쪽지 캡슐

2000-08-21 ㅣ No.962

학교 안은 너무나 조용했다..

 

수많은 복학생이 수강 신청을

 

하러 오는 날인데 어떻게

 

이렇게 사람이 드문 것일까..

 

이게 대학의 참 모습?

 

벌써 다들 수강신청 다하고

 

집에 가버렸나?

 

나 같은 애 비웃을려고

 

컴퓨터 실에 모여있는 건

 

아닐까? 혼자서 별별

 

상상을 하면서 공학관의

 

컴퓨터 실로 갔다...

 

1층부터 3층까지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이런 상태면 적어도 1시간 30분은

 

기다려야 했다..

 

가만히 줄을 서서 기다리면서

 

주위를 훑어 보았다...

 

여전히 예쁜 애들은 없었다.  -_-;;

 

근데...  아무리 기다려도

 

이놈의 줄이 앞으로 나갈 생각을

 

않는다.. 내 뒤로는 어느새 굉장한 수의

 

인간들이 기다리고 있다...

 

시간은 자꾸 흐르는데 왜 앞으로 나갈

 

눈꼽 만큼의 기미도 안 보이는 걸까..

 

컴퓨터실에서 다들 강의를 만드는 건가...

 

도저히 답답해서 참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자리를 맡아 달라고 하고

 

1층으로 내려가 볼 생각을 했는데

 

이것도 만만찮다... 너무 많이 기다려서

 

다들 지쳤는지 모두의 얼굴은 누구하나

 

걸리면 죽여 버리겠다는 표정인 것이다..

 

게다가 내 앞뒤로는 건장한 체격의

 

시커먼 복학생들이라 나는 도저히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냥 기다리자....   -_-;;

 

1층에서 올라오는 사람도 간간히 보인다.

 

그렇다면 그들은 수강신청을 끝내고

 

나오는 사람들이 분명하다...

 

희망을 가지고 기다리자...

 

어? 어느 순간부터 내 주위의

 

사람들이 하나 둘 씩 사라져 간다.

 

그들은 1층에서 올라온 그들의 친구와

 

몇 마디 나누더니 과감히

 

줄을 포기하고 가버리는 것이다.

 

그들의 이야기를 엿 듣고 싶지만

 

너무 멀고 너무 시끄럽다.

 

나도 친구랑 같이 올 걸...... ㅠ ㅠ

 

이 때 나의 구세주가 등장했다..

 

내 앞 쪽에 있던 여자 3명으로

 

구성된 그룹....  그 중 제일 예쁜

 

애가 말한다.....

 

"내가 내려 갔다가 뭐 좀 알아보고 올게"

 

’그래라 그래... 얼른 갔다 와라.... 귀여운 것’

 

드디어 사태 파악을 할 수 있으려나..

 

근데 심하게 일그러진 애가

 

"됐어!  그냥 있어! " 라고

 

하는게 아닌가... 으......

 

그 애는 바다가 교통 사고 난 얼굴이었다.

 

’교통 사고 난 바다, 너! 입 안 다물어?’

 

그들은 내려가서 알아 보는 일로

 

5분간 실랑이를 벌였다...

 

나는 5분 동안 그 일그러진 애한테

 

별 별 욕은 다 해 줬다(속으로만 -_-;;)

 

나의 욕이 효과를 봐 그들 중 한명이

 

내려 가서 뭔가를 알아보고 왔다..

 

상황인즉슨 학교 전산망의 장애로

 

오늘 그 어떤 인간도 수강 신청을

 

하지 못했고 내일까지도

 

전산 장애는 복구되지 않을 꺼라는

 

것이었다... 나는 주저하지 않고

 

학교를 나왔다...

 

친구를 만나기 위해

 

다시 한 번 34번 버스를 탄 나...

 

역시나 기사 아저씨는

 

카레이서... 그 좁은 고가 도로 위를

 

멀미 나도록 달린다.. 무서웠다..

 

공포 영화는 쨉도 안된다..

 

급정거 급출발이 너무 심해

 

나는 마시던 오렌지 주스를

 

다 뒤집어 쓰고야 만다... T T

 

비슷한 노선의 34-1 번 버스가 있다.

 

이 노선의 아저씨들은 얼마나

 

온순한지 운전이 답답하기 그지 없다.

 

그런데 34번 아저씨들은 목숨이 2개

 

아니 3개 쯤 되나 보다...

 

그냥 버스와 -1 등이 붙는 버스는

 

어쩌면 기사 아저씨의 터프함으로

 

구분된 게 아닐까?

 

암튼 그 날 하루 종일 접속을

 

시도한 나는 모조리 실패했고

 

결국 울 학교 수강신청은

 

또 연기되기에

 

이르렀다....     

 

학교 욕을 이빠이 하고 있는데

 

내 눈에 띈 것...

 

복학생도 장학금 신청을 받는단다..

 

그래서 장학금 신청했지...

 

하하.... 우리 학교는 정말

 

좋은 학교인가봐....



21 0

추천 반대(0)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