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덕동성당 게시판

복음의 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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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순 [won3d] 쪽지 캡슐

2001-01-20 ㅣ No.3392

연중 제 2 주간 토요일(마르 3,20-21)

 

[예수님의 바쁜 일정]

 

한때 "바쁘다. 바빠!"라는 말이 한창 유행한 적이 있습니다. 신자들은 가끔 나에게 묻습니다. "많이 바쁘시죠? 신부님은 하도 바쁘셔서..." 그러면 나는 "하나도 바쁘지 않습니다." 하고 대답합니다. 시간이 좀 부족해서 그렇지, ’’’’바쁘다’’’’는 말은 그냥 하기 싫은 말 중의 하나라고 생각하는 때문입니다. 현대인들은 참 바쁩니다. 하루 24시간이 부족하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런데, 요즈음은 바쁜 것이 좀 좋아 보입니다. 직장을 잃어서 일을 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는 사람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시간이 남아도는 사람들이 많이 있기 때문입니다.

 

예수님도 참 바쁘신 분이셨습니다. 예수님께서 "참, 바쁘다. 바빠!" 하고 말씀하신 적은 없지만, 오늘 복음을 보면 예수님과 그 일행은 음식을 먹을 겨를도 없을 만큼 바쁜 일정을 지내셨습니다. 예수님께서도 현대인들 못지 않게 정말 바쁜 일정을 지내셨습니다. 예수님께서 하신 일은 하느님 나라의 기쁜 소식을 선포하는 것이었는데, 이 한 가지 일로 그렇게 바쁘게 생활하셨습니다. 요새 사람들도 참으로 바쁩니다. 현대인들은 한 가지 일 때문에 바쁜 것이 아니라, 여러 가지 할 일이 많아서 바쁩니다. 유치원생도 바쁘고 초등학생들도 바쁩니다. 중고생들은 더 바쁩니다. 덩달아 모두가 바쁩니다. 정신이 없을 정도입니다. "왜 바쁜가? 무엇 때문에 바쁜가?" 그 이유를 알 수 없을 정도로 바쁩니다. 정말 이렇게 바쁘게 사는 것이 옳은가요? "나는 별로 바쁘지 않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바로 그 이유 때문에 불안을 느낄 정도입니다. 모두가 "바쁘다."라고 말하고, 실제로 바쁘게 살다 보니까, 덜 바쁜 사람들은 ’’’’나는 뭔가 잘못된 것이 아닌가?’’’’ 하고 걱정할만합니다. 다들 무엇에 미쳐서 이렇게 바쁜 것일까요?

 

음식을 먹을 겨를도 없을 만큼 바쁘게 활동하고 계시는 예수님의 소식을 전해들은 친척들은 예수님을 붙들러 나섰습니다. 예수님이 미쳤다는 소문이 들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느님의 일에 정열을 쏟던 예수님은 오로지 그 일에만 몰두하셨습니다. 성당에만 열심히 나가고 성당 일에만 봉사하는 사람들에 대해서도, 그 사람이 왜 그렇게 하는가를 잘 이해하지 못하는 주위 사람들은 "저 사람은 성당에 미쳤습니다. 하느님께 미쳤다."고 말합니다. 예수님도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는 미친 사람 같았습니다. 사실 예수님은 미친 듯이 일하셨습니다. 하느님 나라를 전하는 일이라면 식사를 거르는 일쯤은 다반사였습니다. 게다가 예수님을 못 잡아먹어서 안달이던 율법학자들은 예수님을 가리켜 마귀 들린 자라고 헛소문을 퍼뜨렸습니다. 당시에는 미친 사람이나 정신병자를 마귀 들린 자라고 생각했었습니다. 이런 저런 소문을 들은 친척들은 예수님을 붙들어 와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예수님의 건강도 염려되었지만 예수님께서 하시는 일이 못 마땅하기도 했기 때문입니다. 밥이 나오나, 돈이 생기나, 그 보다도 친지들이 마음 쓴 것은 가문의 명예였습니다.  당시의 관습상, 가문의 유대관계는 대단히 끈끈했습니다. 그래서 가문에서  회적으로 비웃음을 당하는 사람이 나온다는 것은 용납할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오늘만이라도 ’’’’내가 바쁘게 사는 이유가 무엇 때문인지, 그 바쁜 이유가 그토록 나를 붙들고 있을 만큼 소중한 가치가 있는 것인지’’’’를 생각해 보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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