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농동성당 게시판
가을선물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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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산
김용례
세월의 무게 그대로 골 깊은 골짜기 몇날며칠 휘몰아친 광풍에 멋대로 휘어진 가지 추스려 바로 세우고 괄게 지핀 숯불사랑 깊은 산맥 심지로 묻어 둔다.
산 첩첩, 물 첩첩 건너야할 이승의 징검다리 몇 겁이 지나도 광채를 발하는 순금약속처럼 아버지의 산은 늘 청청한 줄 알았지요
밥 힘이 생명 끈이요 돈 끈이라던 질긴 끈을 절반 이상 끊어내야 하는 수술실에서 다시 깨어나셔서 이 딸들 보시더니 "애 아범 오기 전에 어서들 가서 저녁해라" 헛기침으로 버티신 그 산이 곰삭은 서까래처럼 주저앉고 있는 것을 그 때 보았지요.
그러나 아버지 비워낼수록 더욱 그윽해지는 겨울 산처럼 아버지의 산에 오르면 수천 길 낭떠러지가 조금도 무섭지 않은 것은 무슨 이유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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