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파동성당 게시판

복중에 기억해보는 성탄 자시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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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남국 [petertel] 쪽지 캡슐

2002-08-01 ㅣ No.1794

찬미예수님

 

 

어려서의 기억

아름다운 기억

 

지나간 기억들은 아름다울 수 있는지?

어려서의 기억이 모두가 아름다울 수 있는지? 모르겠으나

언젠가도 잠시 언급했지만

첫 번째 성탄자시미사를 이 복중에 기억한다.

 

얼마나 행복한가

기억의 창고

생각나면 꺼낼 수 있는

큰 열매 붙어 더 아름다워진 보물단지 속의 기억들

 

--- --- ---

보릿고갠 여적 있었으나

한 겨울

뜨끈한 사랑방엔 메주덩이가 달렸고

지난여름 추수한 옥수수가 바짝 말라

어른들은 저녁이면 사랑방에 둘러 모여

수북히 쌓아 놓은

마른 옥시기를,

뭉툭한 송곳으로

옥수수를 타개는 밤이면

 

조그만 시골동네에도, 누구였는지?

메밀묵을 사라고!

찬 공기를 가르고 구성지게 불러 제끼며 다니곤 했는데

어느 해 성탄이 가까워 오며

어른들이

모두들 기뻐하시는 것 같아

뭣 도 모르며 나도 덩달아 좋아했었나 보다.

 

얘기로만 듣던 성탄 자시미사를 기대하며 준비하시던 (아마도 동란 후 처음이었던? 아님 성당이 생긴 55년만에 처음?)

 

어른들의 모습들이 아마도 그랬던 것인가 한다.

 

난 그해 봄, 혁명이라는 단어를  처음 들은 것 같다.

4.19가 나던 바로 그해

자시미사를 드렸다.

 

내가 기억하는

첫 자시미사인 것이다.

그해 겨울, 그 무렵 내가 살던 치악산 자락, 街촌(Not 산촌)에도

지방자치 선거(?)로 도의원, 면장 선거인가를 했는데

 

자시미사를 끝내고 나와보니

성당에 들어가기 전엔 없었던

눈이 정말 많이 쌓였는데

어린 내 무릎높이의 거의 반 정도는 되었던 것 같다.

 

걱정이 되셨던지

언제 끝날 줄 모르셨던지

성당에 들어오시기 쑥스러 우셨던지

그때는 외인이셨던 선친의 중절모에도 눈이 제법 쌓여있었다.

 

오밤중에 미사 한다는

아내와 아이들을 마중하시기 위해서

선거운동 방향을 성당 쪽으로 미리 잡으셨던가 보다.

미끄러웠을 그 길을

눈에 푹푹 빠졌을 그 십여 리가 좀 못되는 길을

얼마나 걸려서 집까지 왔는지 기억 없으나

먼 오리 길이었으니

어린 다리로 시간 여는 걸렸을 것이다.

 

아무 것도 모르면서

시작한 성탄 자시미사를,  그 후로도 아직까지

빼먹지 않았으니

이런 은총도 쉽지는 않으리라 생각된다.

몇 차례 끊어질 수도 있었으나 가능했었다.

군에 간 첫해에도

대대장의 뜬 금 없는 저녁시간 외출허가로

늦었지만 그해

본당의 자시미사를 드렸다.

 

"너희가 나를 택한 것이 아니라 내가 너희를 선택했다."는

말씀이 더 새로운 것은 나의 자만일 것이 리랴만

첫 번째 자시미사로부터

금년 마흔 세 번째의 성탄도 기억되는 성탄으로 연속되면 좋겠다.

 

바드리시온 군에 안셀몬 공부하러 떠나

둘만 있는 여름밤이 덥기는 한가?

냉방기는 전기룔 아끼겠다고 에스텔이 쳐다보지도 않는

이 여름 복중에 성탄을 기억해본다.

--- --- ---

성탄을 기억해서 조금 시원해 졌나?

 

아님, 더 더워졌나?

 

성 알퐁소 마리아 데 리구리오 주교학자 기념일    조 베드로 두손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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