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파동성당 게시판

휑하니 뚫어져 속알머리 없는 나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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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남국 [petertel] 쪽지 캡슐

2002-08-05 ㅣ No.1797

찬미예수님

 

 

거울을 통해서 자신의 모습을 살피는 것이

자신의 모습을 비교적 근사하게 보는 것인가?

 

 

몇 년 전부터 에스텔은 짬짬이

"머리카락이 빠져서 큰일이에요" 하곤 했는데

그 말을 듣고 에스텔의 머리를

눈치채지 않을 때에 앞, 뒤로 살펴봐도

별반 머리숱이 빠지진 않았다. 새색시 때 같진 않았지만.

 

 

하루에 80여 개는 새로 나고 빠지고 한다니까!

이 얄팍하고 잘난(?) 유식이 탈이었는지

아님, 만사 태평인 무심이 특기였는지

빠진 머리카락이 제법 많아 보이는 어느 날도,

또 그렇게만 생각 들었다.

별반 대머리 증상엔 관심 없었다.

 

그러다.

아무래도 정수리에 손이 가고

몇 번씩 손이 가다보니

손가락은 맥없이 눌려져 조금 차이가 나는 것 같았다.

 

지, 지난 주초 머리카락을 자르러 앉았더니

마침 적당한 손거울이 눈에 들어왔다.

그 손거울을 들어

비췄는데, 휑하니 빈 머리가 보인다.

이리 보아도 빈 머리, 저리 보아도 빈 머리

속알머리(Not 소갈머리?)가 없는 것이다.

빈 머리를 처음 본 놀라움이 며칠이 지나도록 떠나지 않았는데

굴뚝청소부와 구경꾼 중 누가 세수를 했을까?

하는 질문에 구경꾼이 먼저 세수했다는 답과 같이

에스텔은 걱정되었고, 난 태평이었구나!

 

아! 그랬나보다.

아내는 정수리가 훤해지는 나를 보고 자기도 빠지는 줄 생각했고

난 반대로,

멀쩡한 데 왜 그리 안달이냐? 여자라 할 수 없지. 라고 자문 자답했다.

 

 

 

매일 아침에 보는

세속엔 살지만

세속을 떠난 신부님,

세속에 함께 살지만, 세속사엔 관심 없는 수녀님

복음, 당신말씀을 알아듣기 쉽게 요약해

우리에게 전하고 사는 분들을 보며

내 거울인양 사는 나는

성서를 증언한다고 말만 하는 혼란 속에 살고있겠지?

 

그분들은  죄를 덧쓰고, 진흙에 나뒹굴은  나를 보며

세수하고 털어 내겠으니

 

우리는 점점 더 빠져 가는 머리를 알지 못하고

그분들은 점점 더 빠지지 않도록 노력을 하실 것인가?

 

착각 속에서 깨어나려면

혹시 가끔씩만 미사에 참례해야 되는 건 아닐까.

아침미사 에 함께 하는

그분들의 삶이

내 삶인 양 보여져

휑하니 뚫어져 속알머리 없는 진짜모습을 못 보는 것 아닌가? 우문 하며

 

현답 을

구해 봅니다.

조베드로 두손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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