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성당 게시판

천천히 매 순간 행복하게 일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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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명훈 [p0o9i8] 쪽지 캡슐

2003-07-02 ㅣ No.5052

 

 

천천히 매 순간 행복하게 일하라

그 순간이 모여 힘이 된다.

 

플럼빌리지를 고향으로 생각하는 사람들 중에는

전화명상을 수행하는 사람들이 많다.

첫 번째 전화벨이 울리면 무엇을 하고 있든 즉시

멈춘다. 걷고 있던 사람은 걸음을 멈추고, 말하고

있던 사람은 말을 멈춘다.

그리고 자신의 호흡으로 돌아간다.

두 번째 벨이 울리면 천천히 한 걸음 한 걸음 전화

기 쪽으로 걸어간다. 걷기 명상을 할 때처럼 그렇

게 말이다. 제자리에 있다면 계속 호흡에 집중한다.

빨리 받아야 한다고 조바심을 낼 필요는 전혀 없다.

전화 건 사람이 정말 중요한 용건이 있다면 벨이

3번 울리기 전에 전화를 끊지는 않을 것이다.

한 사업가는 1통의 전화를 받고 다음 전화벨이 울

리기 전까지 늘 깨어있는 마음으로 숨쉬기 명상을

하는데 그 효과는 놀라울 정도로 좋다고 한다.

"숨을 들이 마쉬며 마음을 고요히 한다. 숨을 내쉬

며 웃는다" 플럼빌리지에서는 누구나 전화벨이 울

릴 때, 호흡으로 돌아가는 수행을 한다.

벨이 3번 울리는 동안 이런 마음으로 호흡한 후

전화를 받으면 마음이 차분해지고 자비로워 진다.

이런 호흡은 자연스럽게 내면의 힘과 평화를 키우기

때문이다. 차분해진 마음은 상대방의 말을 온전히

받아들일 수도, 당신의 뜻을 100% 전달할 수도 있으

므로 결국 일에도 좋은 영향을 마친다.

이렇게 내면에 존재하는 평화의 힘과 자비의 씨앗을

접하고 나면 대화의 질도 향상된다.

이렇게 깨어있는 마음으로 전화를 받는 일은 그 자체

가 수행이다.

우리는 그 수행을 전화 명상이라고 부른다.

 

토론토에 살며 불교를 가르치는 법사가 있다.

그는 이전에 수학 선생님이었는데 제자들로부터 많은

사랑과 존경을 받았다.

그는 법사가 되기 전 플럼빌리지에 와서 처음으로 수

련회에 참석했었다. 수련회가 끝난 후 집으로 돌아간

그는 이제부터 학교에 가면 깨어있는 마음을 수행하

리라 결심했다.

개학이 되어 학교에 간 그는 수업시간에 자신이 깨어

있는 마음을 수행하는 것을 학생들에게 보여주었다.

교실로 들어 갈 때면 그는 온 마음을 호흡과 걸음에

집중하며 천천히 걸어 들어갔다.

칠판을 지울 때에도 지우개를 들고 천천히 온 마음을

집중해 지웠다. 처음에 학생들은 변화된 그의 모습을

이상한 눈으로 보았다. 놀라서 이렇게 묻는 학생도

있었다.

"선생님! 어디 편찮으세요?"

그는 대답했다.

"아니, 괜찮다. 난 아프지 않단다. 다만 깨어있는 마음

으로 집중하여 칠판을 지우고 있을 뿐이다."

그는 또 수업 중 15분을 학생들에게 2번씩 박수를 치게

했고 그때마다 깨어있는 호흡과 웃음을 권했다.

그렇게 몇 달을 하자 수업 분위기는 놀랄 만큼 변했다.

무엇보다도 학생들이 행복해했다.

이런 수행은 점차 학교 전체로 퍼졌고 이제 전교생이

행복하게 되었다.

플럼빌리지로 오기 전에 그는 쉽게 화를 내는 선생님

이었다. 화가 치밀면 학생들 머리 위로 분필을 던지기도

했다. 숙제 검사를 하다 마음에 들지 않으면 아이들의

숙제장에 "너는 왜 그렇게 멍청하냐?" 라고 써서 돌려

주곤 했다.

그러나 수련 이후 그는 완전히 변했다.

이제는 멍청하다는 말 대신에 "네가 이것을 이해하지

못했다면 그건 내 잘못이다. 좀 더 명확하게 설명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한 것 같구나. 미안하다" 라고 노트

한 귀퉁이에 썼다.

후에 그가 퇴직하려 했을 때, 교장 선생님은 그에게 3년

만이라도 더 있어 달라고 부탁했다.

 

운전할 때도 온전히 그곳에 존재하라.

그러기 위해서는 날숨에 집중해야 한다.

당신이 진정 그곳에 있다면, 즉 걱정 근심에 마음을 빼앗

기지 않는다면 당신은 안전하게 운전할 수 있다.

 

차에 시동을 걸 때,

내는 내가 어디로 가는지 알고 있다.

차와 나는 하나이니

차가 빨리가면 나도 빨리가고

차가 천천히 가면 나도 천천히 간다.

 

이 시와 함께 호흡에 집중하면서 운전을 한다면 차는

분노를 폭발시키는 무기가 되지 않을 것이다.

차와 나는 하나다.

그리고 정지 표시를 만나면 휴식의 기회가 왔음을 기뻐

하며 깨어있는 마음으로 수행하라.

편안히 뒤로 기대앉아서 20-30초간 숨을 들이쉬고 내쉬

면서 지금 이 순간에 도착하는 것을 즐기는 것이다.

그렇게 내 몸과 마음이 호흡과 하나되면 운전은 더 이상

고통이 아니라 즐겁고 평화로운 수행이다.

 

몇 년 전 내가 캐나다의 몬트리올에 갔을 때, 그곳 자

동차의 번호판에는 (왜 그런지 알 수 없었지만)

’나는 기억한다’ 라는 글귀가 써있었다.

몬트리올 당국이 무엇을 기억하길 원하는지는 상관 없

었다. 내게는 그 말이 ’나는 숨쉬기를 기억하고, 웃는

것을 기억한다’로 보였다.

그래서 그때 차를 운전하는 사람에게 내가 몬트리올

승가에 선물할 것을 하나 찾았노라고 말했다.

운전을 하다가 앞차의 번호판에서 ’나는 기억한다’를

볼 때마다 ’숨쉬기’, ’웃기’, ’지금 이 순간에 도착

하기’를 기억해서 수행하라고 했다.

몬트리올 승가에서는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이 수행을

하고 있다고 한다.

이제 당신은 빨간 불을 볼 때마다 평화로워질 수 있다.

이전에는 그것들을 보면 빨리 가야 한다는 마음에 조

바심이 났지만, 이제는 그저 느긋이 숨을 들이쉬고

내쉬면서 입가에 웃음까지 띨 수 있다.

 

청소를 하다보면 마음이 급해질 때가 있다.

서둘러서 일을 끝내려다보니 컵이나 화분을 깨기도 한다.

결국 일거리는 늘고 짜증은 커진다.

하지만 생각해보라.

청소하느라 짜증이 난다면 깨끗한 집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내 마음에 평화가 없다면 나는 으례 실수를 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결국 똑같은 일을 두세 번 반복해야 한다.

그러나 당신이 평화롭다면 수고는 덜 하고도 훨씬 나은

결과를 얻을 것이다.

그러니 청소를 할 때도 깨어있는 마음으로 즐겁게 하라.

당신은 자유인으로 정소를 하겠는가? 아니면 노예로

청소를 하겠는가?

당신은 무슨 일이든 일을 시작하는 순간 ’이 일은 꼭

끝내야 한다’ , ’최대한 빨리 끝내야한다’ 라고 생각

한다.

그리고 ’효율적으로’ ’신속하게’ ’아주 잘’ 해야 한다

는 생각 역시 습관처럼 한다.

이것은 아주 나쁜 습관이다.

세상에서는 이런 마음가짐이 당연한 것처럼 여겨지지만

다시 한번 생각해보자.

왜냐하면 수행의 관점에서 보면 무슨 일을 하든 행복하고

지유로워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일로 인해 서로 사랑할 수 있는 힘도 커져야

한다. 일을 끝내야 한다는 마음이 있다면 우리는 일을

하는 동안 행복하기 어렵다.

천천히 일해야 매 순간 행복하게 일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당신이 60개의 냉면그릇을 씻어야 한다고

하자. 첫 번째 그릇을 씻을 때 당신은 행복하고

자유롭고 힘이 넘친다. 이때는 그릇을 씻는 매 순간을

당신의 것으로 만들 수 있다.

첫 번째 그릇에서부터 마지막 60번째 그릇까지 힘을

잃지 않고 차근차근 60개의 그릇을 다 씻었다면 당신

은 여전히 행복과 자유를 느낄 것이다.

오로지 당신을 위해 그 시간을 쓴 셈이다.

만약 행복과 자유 속에서 씻은 그릇이 서너개에 불과

하다면 그것은 슬픈 일이다.

중요한 것은 효율이 아니다.

얼마나 즐기면서 일했느냐가 훨씬 중요하다.

그것이 보통사람과 수행자의 다른 점이다.

내가 일을 할 때는 늘 그렇게 천천히 한다.

그런 나의 경험에 근거하여 당신에게도 그렇게 하라고

권유하는 것이다.

버스를 기다릴 때도, 은행에서 줄을 서서 차례가 오기

를 기다릴 때에도, 자판기에 동전을 넣고 커피가 나오

기를 기다릴 때에도 당신은 숨쉬기 명상으로 깨어있는

호흡을 수행할 수 있다. 한 건물에서 다른 건물로

걸어갈 때, 또는 다른 방으로 갈 때, 화장실에 갈 때

도 걷기 명상을 수행할 수 있다.

앞마당에 피어있는 꽃에 물을 줄 때에도 온전히 현재

에 존재할 수 있도록 깨어있는 마음으로 호흡하라.

물을 주는 것 자체를 즐겨라.

당신이 주는 물을 감사히 받아들이는 꽃의 표정을

살피고 그것을 즐겨라.

이것이 바로 일상생활에서의 수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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