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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눈 내려 좋은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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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옥 [yimariaogi] 쪽지 캡슐

2006-12-17 ㅣ No.7217

온세상을 하얗게 물들인 첫눈이 밤새 펑펑 쏟아집니다 정말 눈다운 눈이 나무숲과 도로와 자동차 지붕을 두텁고 하얗게 덮었습니다 첫눈이 오면 늘 생각나는 약속이 있습니다 매년 첫눈이 오면 만나자던 친구... 그러면서 둘 다 지키지 못 할 것임을 알고 까르르 웃던 일들이... 온세상을 하얗게 덮으니 비록 밤이라도 세상이 너무나 고요합니다 눈이 소리를 먹는가 봅니다 주일 아침의 행보에 첫 발자국을 만들며 즐겨 볼까나하고... 어린아이처럼 공연히 들뜬 밤이였습니다. 낮에는 햇빛에 눈이 많이 녹는 모습이 그나마 다행입니다. 추운 날씨에 빙판지면 넘어져 다칠 많은 이들이 은근히 걱정입니다. 길 조심하시옵소서~ 흰 눈 내리는 날/이해인 밤새 깨어 있던 겨울나무 한 그루 창을 열고 들어와 내게 말하네 맑게 살려면 가끔은 울어야 하지만 외롭다는 말은 함부로 내뱉지 말라고 사랑하는 일에도 자주마음이 닫히고 꽁해지는 나에게 나보다 나이 많은 나무가 또 말하네 하늘을 보려면 마음을 넓혀야지 별을 보려면 희망도 높여야지 이름 없는 슬픔의 병으로 퉁퉁 부어 있는 나에게 어느새 연인이 된 나무는 자기도 춥고 아프면서 나를 위로하네 흰 눈 속에 내 죄를 묻고 모든 것을 용서해 주겠다고 나의 나무는 또 말하네 참을성이 너무 많아 나를 주눅들게 하는 겨울나무 한 그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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