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세상을 하얗게
물들인 첫눈이
밤새 펑펑 쏟아집니다
정말 눈다운 눈이
나무숲과 도로와
자동차 지붕을
두텁고 하얗게 덮었습니다
첫눈이 오면 늘 생각나는
약속이 있습니다
매년 첫눈이 오면
만나자던 친구...
그러면서 둘 다 지키지
못 할 것임을 알고
까르르 웃던 일들이...
온세상을 하얗게 덮으니
비록 밤이라도 세상이
너무나 고요합니다
눈이 소리를 먹는가 봅니다
주일 아침의 행보에
첫 발자국을
만들며 즐겨 볼까나하고...
어린아이처럼 공연히
들뜬 밤이였습니다.
낮에는 햇빛에 눈이 많이
녹는 모습이 그나마 다행입니다.
추운 날씨에 빙판지면 넘어져
다칠 많은 이들이 은근히 걱정입니다.
길 조심하시옵소서~
흰 눈 내리는 날/이해인
밤새 깨어 있던
겨울나무 한 그루
창을 열고 들어와
내게 말하네
맑게 살려면
가끔은 울어야 하지만
외롭다는 말은
함부로 내뱉지 말라고
사랑하는 일에도
자주마음이 닫히고
꽁해지는 나에게
나보다 나이 많은 나무가
또 말하네
하늘을 보려면
마음을 넓혀야지
별을 보려면
희망도 높여야지
이름 없는 슬픔의 병으로
퉁퉁 부어 있는 나에게
어느새 연인이 된 나무는
자기도 춥고 아프면서
나를 위로하네
흰 눈 속에
내 죄를 묻고
모든 것을 용서해 주겠다고
나의 나무는 또 말하네
참을성이 너무 많아
나를 주눅들게 하는
겨울나무 한 그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