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양동성당 게시판

◆바보 수도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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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재홍 [martia04] 쪽지 캡슐

2004-05-06 ㅣ No.10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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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 수도자 ◆
                                     
옛날에 바보 수도자가 살았답니다. 
십년이 넘게 수도생활을 했지만 기도의 
기본인 주님의 기도조차
암기할 수 없을 정도로 머리가 나빠 
다른 수도자들의 따돌림과 놀림을 받았더랍니다.
 
왕따가 어찌나 심했던지 하루는 
수도원의 원장님을 찾아가 자신은 아무래도 
수도원을 나가야겠노라고 말씀드렸답니다.
 
원장님이 생각해 보니 태어날 때부터 
머리가 나빠 기도문을 외울 줄 모르는 것 말고는 
그 누구보다 성실하게 수도생활을 하고 있는 
바보 수도자를 내쫓을 수가 없더랍니다. 

머리가 나쁘게 태어난 것은 
그 수도자 개인의 잘못은 아니니까요.
때마침 고민하던 원장님의 눈에 뜨인 것이 빗자루였답니다.
 
수도원의 원장님은 그 빗자루를 
바보 수도자에게 내밀며 
 "이것이 무엇이냐?" 물었더니 
 바보 수도자 왈 "그것은 더러운 곳을 
깨끗이 하는 빗자루이지요."하더랍니다. 

그러자 원장님은 "그럼 됐다. 너는 앞으로 
이 빗자루로 청소를 하며 그때마다 
'빗자루. 빗자루'하고 기도하여라. 그 빗자루가 앞으로 
너를 구원해줄 것이다." 하더랍니다.
 
바보 수도자는 원장님의 뜻도 모른 채 매일매일 
그 빗자루로 더러운 곳을 깨끗이 치우며 
그때마다 '빗자루, 빗자루' 하고 기도하였답니다.
 
동료 수도자들은 그 모습을 보면서, 
자신을 놀리는 것인 줄도 모르고 '빗자루'라고 기도하는 
바보 수도자를 더욱 놀리며 무시했습니다. 
그렇지만 바보 수도자는 원장님의 말씀을 따르며 
하루하루를 살아갔습니다.
 
어느덧 수십 년의 세월의 흐르고 
수도원의 원장님이 돌아가실 때가 되어 
이제까지 영성 지도를 했던 제자 수도자들을 
모두 불러 모아 놓고 하나하나에게 질문을 하였더랍니다. 
그러나 제자들과의 문답이 오고 갈수록 원장님의 
얼굴은 어두워져갔습니다.

드디어 마지막으로 바보 수도자의 차례가 왔습니다. 
원장님의 영적 대화시 바보 수도자는 
이렇게 대답하였답니다.
 
"저는 지금껏 원장님께서 말씀하신 대로 
빗자루를 들고 더러운 곳을 청소하며 살아왔습니다. 
아침에 눈을 뜨면 어디가 제일 
더러운가를 먼저 찾았고, 
더러운 곳을 찾으면 그곳을 깨끗하게 
청소하였습니다. 그러나 어느날 문득 깨달았습니다. 
수도원 마당이나 화장실은 더러워지면 깨끗하게 
청소되었지만 그 무엇보다 더러운 것은 
나의 마음이란 것을요.. 
내 마음 속의 음욕과 탐욕과 미움, 질투, 시기 등은 
빗자루로 청소하듯이 쓸어내버리려 해도 
잘 되지 않았습니다. 
그렇지만 이 빗자루로 더러워진 곳을 
청소할 때마다 제 마음속의 
더러운 것들도 청소하려고 노력하며 살고 있습니다."
 
바보 수도자의 대답을 들은 수도원장은 기뻐하며 
우수하다는 많은 제자 수도자들보다 
이 바보 수도자야말로 크게 영적으로 깨달은 자이며, 
예수님과 가장 닮은 수도자라고 하였답니다. 
 

-옮긴 글입니다-

화티님들 주님의 평화를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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