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보다 보면 사기꾼 외에는 악역을 맡은 캐릭터들치고 잘생기고 인상 좋은 인물들은 별로 없습니다. 액션 영화에서 주인공과 대결하는 배역이나 사기꾼 외에는 악역은 키도 작고 얼굴엔 심술이 가득차 있고 배는 나오고 얼굴엔 기름이 번지르르 흐르는 인물들이 대부분입니다. 자캐오가 어떤 인물이었을까를 상상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그에 딱 맞을 몇몇 배우가 떠오릅니다. 이렇게 영화배우를 캐스팅하는 사람처럼, 알고 있는 배우들을 각자의 역할에 맞게 배치하고 한 편의 영화를 보듯 복음서를 묵상하는 것도 재미있는 일입니다. 오늘의 주인공 자캐오는 키가 작아서 군중에 가린 예수님을 볼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나 얼마나 예수님이 궁금했던지 나무 위에 기어올라가서 예수님을 보고자 했다고 합니다. 루가복음은 부자들에 대해서 매우 단호한 태도를 보입니다. 부자가 하늘나라에 들어가는 것이 낙타가 바늘 구멍을 통과하는 것보다도 어렵고(18,25), 특히 루가의 특수사료인 부자와 라자로의 이야기(16,19-31)에서 부자는 별반 잘못한 것이 없는 것 같은데도 죽음의 세계에 떨어져 물 한모금을 아쉬워하는 딱한 처지에 놓이게 됩니다. 예수께서 왜 그렇게 부자들에 대해서 단호하게 말씀하고 계신 것일까요? 부자는 정말 하늘나라와는 거리가 먼 사람들일까요? 루가복음은 재물 그 자체보다도 그 재물의 사용에 대해서 지대한 관심을 보입니다. 단순히 재물의 많고 적음을 떠나서 재물을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서 한 사람의 운명이 좌우됩니다. 오죽하면 “세속의 재물로라도 친구를 사귀어라. 그러면 재물이 없어질 때에 너희는 영접을 받으며 영원한 집으로 들어갈 것이다”(16,9)라고 권고할까요. 오늘의 주인공 자캐오는 바로 그런 사람이었습니다. 재물이 많은 그였지만 예수님의 뜻대로 재물에 집착하지 않고 자유로울 때 그의 집에 구원이 찾아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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