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본당에서 주일마다 해설자가 단골로 하는 말이 있습니다. ‘늦게 오시는 분들을 위해서 먼저 오신 분들은 앞에 자리가 많이 비어 있으니 앞자리부터 채워주십시오.’ 다른 건 몰라도 우리 신자들은 오늘 복음 말씀만은 철저하게 지키는 것 같습니다. 주님의 식탁 가까이에 있는 상석을 습관적으로 싫어하시니 말입니다. 예수께서는 일상생활에서 누구나 겪게 되는 일을 가지고 겸손에 대한 가르침을 주고 계십니다. ‘가끔은 주목받는 생(生)이고 싶은’ 것이 평범한 사람들의 바람이라면 ‘가끔은 평범하고 싶은 삶’을 동경하는 것은 공인의 바람일 것입니다. 영화 ‘로마의 휴일’에 나오는 공주가 꿈꾸는 삶이 바로 그런 삶이었습니다. 남들의 이목을 끄는 자리, 최고의 자리, 특별한 자리가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에게는 ‘한 번쯤은`…’이라는 전제하에서 즐거운 자리이지 매번 그 자리를 지켜야 하는 사람으로서는 피곤한 자리이기도 합니다. 남들이 알아주지도 않는데 스스로를 높이는 것은 볼썽사나운 일이지만 스스로 사양하는데도 남들이 높여줄 때 더없는 감격을 체험할 것입니다. 그런 사람들만이 스스럼없이 다시금 제자리로 돌아올 줄 아는, 자신의 소중함을 아는 지혜도 겸비한 사람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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