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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특집] 성서 속의 양(羊)♬As the De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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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화정 [wjyou57] 쪽지 캡슐

2003-01-01 ㅣ No.832

[새해특집] 성서 속의 양(羊)

 

인류 구원의 희생제물 ’예수’ 상징

2003년은 십이지간으로 계미(癸未)년 양(羊)띠 해이다.

 

양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온순한 동물의 상징처럼 되어 있는 데다 개(犬)와 더불어 인간과 가장 오랫동안 지내온 가축으로 꼽힌다.

 

특히 이스라엘이 유목민족이기 때문에 성서에는 양을 예로 든 얘기가 무수히 등장한다. 요한복음서와 묵시록에서 ‘만왕의 왕’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양 중에서도 가장 연약한 어린양에 비유한 것도 흥미로운 대목이다.

 

 

▨ 십이지간의 양

 

양은 십이지(十二支)의 8번째 동물로 성질이 온순한 초식동물. 좀처럼 싸우지 않고 평화롭게 무리를 지어 살아간다. 실제로 ‘羊(양)’의 글자모양을 파자(破字)해 보면 ‘아름답다’(美), ‘착하다’(善)의 뜻과도 통한다.

 

양은 워낙 온순한 동물이기 때문에 관련된 속담이나 비유도 많다. 옛 사람들은 “양도 무릎을 꿇고 은혜를 안다”면서 양을 은혜의 동물로 여겼는데 이는 양이 무릎을 꿇고 지내는 시간이 많기 때문인 것 같다. 윷놀이에서 ‘걸’은 곧 양을 뜻한다. “걸도 큰살이”라는 속담은 양처럼 욕심내지 않고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는 게 좋다는 말이다. 역학 운세를 보는 사람들은 양띠 해에 태어난 사람은 감수성이 예민하고 인정미가 넘친다고 말한다.

 

양이 온순하다 보니 며느리가 양띠 해에 딸을 낳아도 시어머니가 구박을 하지 않았다는 속설도 전해 내려온다. 그러나 최근 베이징발 외신보도에 따르면 중국에서는 분만 예정일이 음력 1월 이후인 임신부들의 마음이 조급하다고 한다. 겨울과 봄에 태어나는 양띠들은 ‘풀이 부족해서 배고프게’ 살 팔자이기 때문에 시어머니들이 조기 출산을 재촉하기 때문이다.

 

 

▨ 성서 속의 양

 

이스라엘 민족은 양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유목민족이다. “아벨은 양치는 목자”(창세 4, 2)였고, 야곱이 사랑한 아내의 이름 라헬(rakhal)은 ‘암명소‘라는 뜻이다.

 

구약시대에 양은 희생제물로 귀하게 쓰였다. “피 흘리는 일이 없이는 죄를 용서받지 못한다”(히브 9, 22)라고 믿었기 때문에 죄를 지으면 하느님께 숫양을 제물로 바쳐야 했다. 이를 ‘속죄 제물’(민수 5, 8)이라고 한다. 인간의 죄는 숫양이 흘리는 피의 양만큼 용서받는다고 믿었기 때문에 아사 왕의 경우는 7000마리의 양을 잡아 하느님께 바쳤다.

 

또 양의 고기와 젖, 털과 뿔은 유목생활에 매우 유용하게 쓰였다. 아브라함은 ‘엉긴 젖과 우유’(창세 18, 8)로 천사들을 대접했을 만큼 젖은 귀한 음식이었다. “새끼양으로는 옷을 지어 입고, 숫양은 팔아서 밭을 사고…”(잠언 31, 13) 한 것으로 보아 양은 이스라엘인들의 생활수단이자 재산의 척도였음을 알 수 있다.

 

신약에서는 양이 그리스도를 따르는 무리로 곧잘 비유된다. 예수는 “양떼는 목자의 음성을 알아듣고 그를 뒤따라간다”(요한 10, 4)면서 양떼를 위해 목숨을 바치는 착한 목자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그리고 아흔아홉마리의 양을 놔두고 길 잃은 한 마리의 양을 찾아 나서는 목자의 자세를 제시했다.

 

그런데 요한은 왜 구세주이신 예수를 연약한 ‘어린양’(요한 1, 36)이라고 불렀을까? 우리 역시 미사 중에 “하느님의 어린양, 세상의 죄를 없애시는 주님”이라고 호칭한다.

 

그 이유는 예수가 우리를 위하여 피를 흘리는 희생제물이 되셨기 때문이다. 하느님 아버지께서 사랑하시는 외아들이 인간 구원의 번제물이 되리라는 예언은 이미 아브라함을 통해 전해졌다. “하느님은 자기 자신을 번제물로 바쳐질 어린 양으로 내놓으실 것이다”(창세 22, 8)

 

하느님을 경배하는 인간의 원초적 욕망은 언제나 희생으로 표현돼 왔다. 어떤 형태의 것이든 희생제사에는 한가지 공통적인 의미가 내포돼 있다. 생명이 새로운 것으로 변화되기 위해서는 먼저 포기하고 죽어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가 바치는 최고의 예배인 어린양의 만찬, 즉 미사는 완전한 희생예배이다.

 

참고문헌: 「어린양의 만찬」(스콧 한 지음)

 

-평화신문에서-

 

♬As the Deer 목마른사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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