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양동성당 게시판

우리들의 사랑이라는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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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정만 [1004mjm] 쪽지 캡슐

2001-11-23 ㅣ No.8076






지금, 우리들의 사랑이라는 것이



                                        -김시천-


그저,

순한 물 한 그릇이면 좋겠네

평범한 이들의 식탁 위에 놓이는

작은 목마름 적셔주는

그런 물 한 그릇이면 좋겠네

그리하여 온전하게 그대 온몸을 돌고 돌아

땀이 되고 눈물이 되고 사랑이 되어

봄날 부드런 흙가슴 열고 오는 들녁의 꽃들처럼

순한 향기로 건너와

조용 조용 말 건네는 그대 숨소리면 좋겠네

때로는 빗물이 되어

그대 뜰로 가랑가랑 내리면서

꽃 몇 송이 피울 수 있으면 좋겠네

사랑이라는 것이

아 아, 우리들의 사랑이라는 것이

타서 재가 되는 절망이 아니라면 좋겠네

내 가슴 불이 붙어 잠시 황홀한 아름다움이 아니라

물 한 모금 나눠 마실줄 아는

순하고 욕심없는 작은 기쁨이면 좋겠네

물 한 모금 먼저 떠서 건네줄 줄 아는

그런 넉넉함이면 좋겠네

그리하여 그치지 않고

결코 거역하거나 배반할 줄 모르는 샘물이 되어서

그 눈빛 하나로 세상 건널 수 있으면 좋겠네

아 아. 지금 우리들의 사랑이라는 것이

들녘 여기 저기 피어나는 평범한 꽃들의 목을 적시는

그저 순한 물 한 그릇이면 좋겠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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