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을 사랑하는 이들의 작은터

엉터리 아빠의 육아일기- 번외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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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진형 [solo0001] 쪽지 캡슐

2000-10-30 ㅣ No.7391

현호의 탄생

 

1998년 12월 28일 늦은 오후... ...

 

조현호가 세상에 태어난 날입니다

 

 

금연이라고 씌어 있는 팻말을 끊임 없이 노려보며, 안절부절 못하고 왔다 갔다 하던 대기실...

영화나 드라마 에서처럼..."응애~~" 하는 소리와 함께 간호사 언니(^^;)가 문을 빼곡이 열고 내다보며 "양수진씨 보호자분~" 하고 부르는 상황을 머리속에 그리며 기다린지 얼마나 지났을까...

갑자기 문을 열고 나오는 간호사 언니를 보며 나도 모르게 벌떡 일어섰습니다

 

내 앞을 그냥 휭~ 하고 지나가는 무정한 간호사 언니  ㅜ.ㅜ

 

또 기다렸습니다

 

드디어 머릿속에서 끊임 없이 그리던 그림이 현실로 다가왔습니다

 

 

"양수진씨 보호자분~"

"눼~  ㅡ..ㅡ"

"잠깐 들어오세요"

 

(근데 왜 아기 울음소리는 안들리는거야...방음이 잘되있나???)

 

분만실에 들어가 보니, 쪼글 쪼글한 아기 하나가 잘 들리지도 않는 울음소리로 낑~낑~ 거리며 오만상을 찌푸리고 있었습니다

 

... ...

 

저와 아들과의 첫 만남이었습니다

 

의학적인 부분을 모두 빼고 간결하게 말한다면, 이 넘이 나오면서 힘들게 나오는 바람에 양수와 태변등을 마셔서 기관지 부분이 않좋다는 거였습니다

설명을 듣는둥 마는둥 저는 아들을 안고 부리나케 경희의료원 응급실로 달려가야만 했습니다

전광석화와 같은 속도로 내 아들은 나의 품을 떠나서 유리상자 안으로 들어가 버렸습니다

아들을 품에서 떠나보내 독립시킨 후에나 저는 제 아들을 찬찬히 살펴볼 수 있었습니다

 

감았는지 떴는지 잘 모를 눈...(그 눈으로 가끔 저를 쳐다봅니다)

식~식~ 거리는 숨소리를 내 뿜으며 가끔씩 찡찡 거리기도 하는 조그마한 입...

소매끝으로 살짝 보이는 손가락과 꼼지락 거리는 발가락과...

 

한 눈에 다 들어오는 자그마한 몸집의 생명체가 아들이라는 존재로 제게 다가서는 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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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든 고생끝에 새 생명을 탄생 시킨 아내 역시 영화나 드라마처럼 분만하자마자 아기를 안고 행복한 미소를 짓는 그런 엄마가 되지는 못했습니다

탈진 상태에서 기운을 차릴 무렵에는 곁에 안겨있어야 할 아기도 없었고, 자리를 지켜주며 수고 했다고 말해줄 남편도 곁에 없었습니다

밤 늦게서야 함께 자리 할수 있었던 두 초보부부는 서로의 얼굴에 깃든 수심을 위로 하며 별 말없이 하루를 보냈습니다

 

그 날밤 남편은 아기 얼굴도 보지 못한 아내가 애처로워서 쉽게 잠을 이룰 수 없었습니다

 

 

둘째날....

 

엄청나게 따끈따끈한 방안에 아내를 눕혀두고 나는 다시 병원으로 출근을 했습니다

 

장인 장모와 함께 찾아간 신생아 중환자실...

전날과는 또 다른 느낌으로 아들을 만났습니다

여전히 작디 작은 울음소리...

하지만 숨소리는 꽤 좋아진 편이었습니다

 

면회시간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 오기 위해 막 돌아서려는 순간...

 

목구멍에서 무언가가 울컥 솟아올라 목이 메었습니다

눈시울이 뜨거워져서 장인 장모를 똑바로 쳐다 볼 수가 없었습니다

 

세상에 나온지 겨우 하루 밖에 안된 아기가...

따스한 엄마 품에 포근하게 안겨있어야 할 아기가 혼자 누워서 천장만 쳐다보며 밤을 보내야 한다니...

커다란 유리상자 안에 덩그라니 누워있는 내 아들에게, 차마 등을 보일 수가 없었습니다

만일 그 넘이 눈을 뜨고 있었다면 저는 절대로 자리를 뜰 수 없었을 겁니다

 

그 날은 하루종일 기분이 우울했습니다

 

 

며칠간 병원으로의 출퇴근이 계속 되었습니다

 

모유를 받아오라고 해서 가져갔더니 아주 조금밖에 못먹었다고 합니다

그 얘기를 들은 날은 하루 종일 입맛이 없어서 저도 거의 먹질 않았습니다

 

면회를 마치고 나와서는 몇시간씩 병원 근처를 배회하다가 돌아오곤 했습니다

게슴츠레한 눈을 하고 찡찡거리며 누워있는 아들넘을 생각하면, 그 근처에서 발길이 떨어지질 않았습니다

무엇을 하던간에 한구석이 허전한 느낌을 지울수가 없었습니다

 

공허하고 뒤숭숭한 나날이 흘러 갔습니다

 

일주일이 채 지나지 않아서 조현호가 집으로 입성을 했습니다

물론, 아내의 산후조리를 위한 처가집으로의 입성이었습니다

아기를 처음으로 품에 안아본 아내는 너무 기뻐했고, 그 두 모자는 지금까지도 둘이서만 재밌게 놉니다  ㅡ..ㅡ

 

그로부터 3주 후 아기와 아내가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조용하고 평화로운 스위트 홈은 그 날로 끝장이 났고 수면부족과 스트레스 그리고 아기자기한 행복에 시달리게 될 새 생활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한동안 제게는 이상한 습관이 있었습니다

언젠가의 육아일기에도 썼듯이, 한밤중에 불현듯 일어나 잠이 든 현호의 얼굴에 귀를 가까이 대고 숨쉬는 소리를 듣곤 합니다

하긴, 요즘도 이따금 그렇게 합니다

그 무렵의 습관이 걱정과 불안에서 나온 것이었다면, 요즘의 그 것은 행복한 느낌을 찾기 위함입니다

쭈그리고 엎드려서 쌔근거리는 현호의 숨소리를 듣고 있노라면, 살아있다는 것에 대한 잔잔한 감동이 일어나거든요  ^^

 

아마 저의 부모님도 이런 마음으로 저를 키우셨겠지요

 

부모님이 이렇게 저를 사랑하셨듯이 저도 제 아들과 아내, 그리고 우리의 삶을 사랑하며 살아가겠습니다

 

빠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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