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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야에서 외치는 이의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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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이만 [wuim7] 쪽지 캡슐

2008-12-15 ㅣ No.10455

                                                        광야에서 외치는 이의 소리
 
많은 기다림 속에 살아가는 우리는 성탄을 앞두고 진정 무엇을 기다리는가. 대림절은 삶의 진정한 목적지인 예수님을 찾아 나서는 시기다. 예수님의 온유와 연민에 참여하는 때다. 어떻게 하면 대림절을 잘 보낼 수 있을까? 우리는 그 모범을 세례자 요한에게서 볼 수 있다.
 
광야는 ‘울부짖는 소리만 들리는 황랑한 곳’이고, 하느님이 벌을 내려 ‘메마른 땅’으로 바꿔놓은 상징적 장소다. 광야는 하느님의 능력이 드러나는 곳이며 그분의 자비를 체험하는 곳이기도 하다.
 
세례자 요한은 요르단강에서 회개를 선포하기에 앞서 의지할 데 없고 있는 그대로 모든 것이 드러나는 광야로 나아갔다. 그 곳에서 그는 낙타 털옷을 입고 허리에 가죽 띠를 드르고, 메뚜기와 들꿀을 먹으며 주님의 길을 준비했다. 이처럼 우리도 애타게 우리를 디다리시는 그분을 닮기위해 온마음을 다해 바라봐야 한다. 세례자 요한의 외침대로 주님의 길을 준비하려면 고요와 침묵 중에 주님의 말씀을 들어야 한다.
 
체사레아의 에우세비오 주교는 광야가 인간의 마음을 상징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내 마음, 현재 내 상황이 곧 광야다. 광야는 아무것도 없는 불모지처럼 보이지만 나에게 가장 중요한 것을 깨닫게 하는 곳이다. 내 안의 광야에서 평안함을 발견하는 순간 주님은 그 안에 평화로이 탄생 하신다.
 
광야는 내가 넘어야 할 산이고 올라야 할 언덕이 되기도 하지만 광야는 사랑해야 할 내 자아이기도 하다. 광야는 나를 열고 주님을 맞아들여 그분이 내 안에 살게 되는 곳이기에 불가능한 것을 가능하게 하는 곳이다. 내 안의 평화를 깨는 것은 무엇이고 내가 살아야 할 사랑을 방해하는 것들은 무엇인가 바라보자. 각자 눈과 마음을 흐리게 하는 것들을 살피고 깨닫는 것의 중요함을, 주님을 모시기 위한 노력과 희생이 얼마나 절실한가를 깨달아야 한다.
 
요한은 이사야 예언자의 입을 빌어 골짜기를 메우고 산과 언덕을 낮게 하고 거칠고 험한 곳을 고르게 하라고 외친다. 서로를 갈라지게 하는 우리 마음 속 불신의 골짜기를 어떻게 메울 수 있을까. 우리 마음 속에는 교만하고 오만한 생각, 하느님의 주도권을 인정하지 않고 주님과 무관하게 살아가는 태도, 자기 과시와 같은 산과 언덕들이 있다. 이 모든 것들을 낮아지게 하려면 주님의 주도권을 절대적으로 인정 하는 가난한 마음을 지녀야만 한다.
 
권력을 가진 사람은 모든 이를 위하고 섬기는 리더가 돼야 하고, 부유한 이들은 탐욕을 버리고 가난한 형제들의 한숨 소리를 마음으로부터 들어야한다. 또 함께 행복할 수 있도록 관대함과 나눔을 실천하도록 해야 한다. 그렇지 않을 때 계층 간 위화감은 더욱 깊어지고 가난한 사람들의 상대적 빈곤감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다른 이들을 무시한 채 제멋대로 행동하는 것은 자꾸만 높은 언덕을 쌓아 생명과 사랑이신 주님에게서 멀어지게 할 뿐이다. 창조의 순수하고 깨끗한 긍정의 눈길과 어떤 경우에도 의미를 찾으려는 태도 등을 통해 우리 안의 ‘거칠고 험한 곳을 평야가 되게’ 할 수 있을 것이다. 골짜기가 메워지고 산과 언덕이 낮아지고 굽은곳을 바르게 하고 험한 데는 평탄한 길이 되게 하지 않고서는 주님을 맞이 할 수 없다는 요한의 준엄한 경고는 오늘의 우리에게도 해당된다.
 
내 안의 광야에 오실 주님을 어떻게 맞이할 것인지 준비하는 이때, 어둠 속에 웅크리고 있을 마음속을 밝게 비춰봐야 할것이다. 누군가에게 받은 상처로 마음이 패여 아파하고 있는 부분은 없는지, 용서하지 못해 분노와 화로 높이 쌓아놓은 벽은 없는지, 자신의 삶에 만족하지 못하고 스스로의 불만에 모습에 갇혀 얽매이는 것은 없는지 살필 일이다. 영혼의 매임에서 자유로워질 때 내 안의 구유는 비록 가난할지라도 예수님은 평화롭게 오실 것이다. 결국 내 안에서 새 모습으로 거듭나기를 바라시는 그 연약한 아기 예수님을 어떤 마음으로 모셔 들일지는 내 자신이 선택할 일이다.
 
오늘도 패인 골짜기, 높아진 산과, 언덕, 거칠고 험한 곳들이 널려 있다. 그곳이 바로 나의 광야요, 더불어 사랑하며 살아가야 할 사람들이 머무는 세상의 광야다. 여전히 길거리, 또는 어느 지하도에서 배고프고 목마른 주님은 우리를 기다리고 계신다. 힘들고 어려운 이 시대에 연약한 아기를 조건없는 사랑으로 품어 안듯이 서로를 위해 자신을 내어놓고, 사랑으로 용서하며, 관대히 받아들이고, 기꺼이 생명을 나누도록 해야 할 것이다.
 
12월 25일의 성탄은 우리가 온몸으로 표현해야 할 성탄의 원형일 뿐이다. 제아무리 아름다운 성탄 캐럴이 울려퍼진다 해도, 집안을 멋진 성탄 장식으로 꾸민다 해도,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기쁜 분위기에 젖어든다 해도 ‘내 안에 주님을 탄생시키지 못한다면’ 결코 기쁜 성탄이 될 수는 없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기경호 신부
평화신문 2008년 12월 14일(주일) 제998호 에서 인용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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