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성당 게시판

미국 혹 때려다 혹 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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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렬 [yousay] 쪽지 캡슐

2002-12-13 ㅣ No.13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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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김세련 (sehryun@hanmir.com)

홈페이지: http://www.seoprise.com

2002/12/12(목)

점수: 146

 

[토론방베스트] 노무현 살린 예멘, 혹 떼려다 혹 붙인 부시

 

 

 

부시는 혹부리 영감인가?

 

미국은 북한이 이란, 파키스탄, 이집트 등을 포함한 여러 나라들과 미사일 거래를 오랫동안 해왔다는 것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게다가 미국은 스스로 주장했듯이 ’소산’호가 북한을 출발하는 과정부터 인공위성을 통해 치밀하게 지켜 보아오고 있었다. 그렇다면 미국은 누구를 겨냥하여 갑작스레 소산호를 나포하게 되었는가?

 

먼저 구매 당사자인 예멘을 겨냥했다고는 볼 수 없다. 만약 예멘이 미국이 혼내고자 하는 대상이었다면 예멘과 무려 600여 마일이나 떨어진 아라비아 공해상에서 북한 선박을 나포했을 리가 없다. 오히려 예멘으로 선박이 가고 있다는 것이 명백하리만큼 예멘쪽에 가까이 이르렀을 때에 중지시켜야 했을 것이다.

 

이번 북 선박 나포는 북한을 특별히 겨냥한 것도 아니다. 왜냐하면 북한의 무기 수출은 이미 오래 전부터 있어왔기 때문에 북한만을 놓고 본다면 굳이 지금 시점에서 이를 문제삼을 특별한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미국은 명백히 한국 대선을 겨냥하고 북 선박을 나포한 것이다. 한국민들의 대북 증오심을 불러 일으켜 어떻게 해서든 햇볕정책을 폐기하자는 쪽인 이회창이 당선되게끔 해야 한다는 절박한 상황 인식에서 나온 행동임에 분명한 것이다. 그러나 항상 다급히 두는 수는 뒤탈이 생기게 마련이듯이, 이번 ’소산’호 나포 사건은 미국이 예측하고 계획했던 시나리오와는 전혀 다른 반대의 방향으로 결론이 나버리고 말았다.

 

이번 북 선박 나포 사건의 비밀을 푸는 열쇠는 왜 미국은 국제법상 아무런 하자가 없는 정상적인 무기거래용 선박을 나포해도 문제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는가 하는 점이다. 그 답은 바로 북 선박을 예멘으로부터 6백 마일이나 떨어진 지역, 즉 그 선박이 예멘으로 가고 있는지 아닌지가 애매한 지역에서 북 선박을 나포했다는 사실에 있다. 미국은 북 선박이 나포될 경우 예멘이 자신들이 그 미사일의 구매자라는 걸 부정할 것으로 철석같이 믿고 있었다는 것이 나의 주장이다.

 

미국이 그렇게 믿을 만한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무엇보다도 예멘 스스로 자신들이 미사일을 사들이고 있다는 것이 알려지는 걸 극구 원치 않았다. 얼마 전 워싱턴 포스트에서 예멘이 북한으로부터 무기를 구입하고 있다는 보고를 낸 적이 있는데 예멘은 이를 극구 부인했었다. 이번에 북한 선박이 미사일을 시멘트 포대 밑에 숨겨 놓고 있었다거나, 스페인 전투함을 피해 도망가려 했던 이유도 예멘 스스로가 북한측에 자신들이 매수자라는 것이 알려지지 않도록 보안에 붙여달라고 요구했기 때문일 것이다. 또 다른 이유로는 예멘이 그동안 미국의 "테러와의 전쟁"에 공동 보조를 맞추어 옴으로써 미국 측으로부터 얻은 이득과 신뢰가 깨어지는 것을 원치 않으리라는 것이 명백했기 때문이다. 미국의 계산으로는, 자기들의 압력에 고개 숙이고 테러와의 전쟁에 동참한 허접한 한 국가가 감히 "그 미사일은 우리것이요!" 라고 큰 소리로 외칠 것이라고는 상상하기 힘들었던 것이다.

 

정리해 보자면, 미국은 예멘이 자신들이 미사일 구매자라는 걸 부정할 것으로 결론짓고 북 선박을 체포한 것이다. 구매자가 없는 것으로 들어 났다면 어떻게 되었겠는가? 보나마나 미국 측은 북한이 알 카에다나 이라크, 아니면 다른 무장 테러 단체에게 미사일을 밀매하려 했다고 국제 여론을 몰아갔을 것이다. 그 결과는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그러므로, 첫째 결론: 예멘이 북한을 구했다. 또 예멘은 남한 선거에서 미국이 어쩌면 행사했었을 지도 모르는 영향력을 깨끗이 제거해 주었다. 노무현은 예멘에 빚졌다. 하하하.

 

사태가 이렇게 자신들의 예측과는 전혀 달리 결말이 나자 미국이 했다는 소리가 참 가관이다. 파이낸셜 타임즈에 따르면 백악관 관리가 "미국은 미사일이 테러 지원국으로 향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 때문에 선박을 억류했으나, 우방국이자 대테러전에서 협력하고 있는 예멘으로 가는 것임을 알게됐다"고 헛소리를 했다고 했다. 얼마나 말이 안 되는 소리인지는 세 살 배기도 알 것이다. 미사일이 테러 지원국으로 향할 가능성이 있었다면 당연히 미국은 북 선박을 좀더 지켜보아서 이라크 등 진짜 테러 지원국으로 향하는 것이 명백해 질 때까지 기다렸어야 했다. 북한측에서 도저히 발뺌할 수 없는 때에 이르러서야 북 선박을 나포했어야 했던 것이다. 어느 나라로 향하고 있는지도 모르는 곳에서 선박을 잡아 놓고 테러지원국으로 갈까봐 선박을 억류했다고? 세상 사람들이 다 니네 미국 국민들같이 어리숙한 줄 아냐?

 

결과적으로 미국은 엄청난 국제적 망신을 당한 셈이다. 예멘 측으로부터는 물론이고 유럽연합 등으로부터도 법적으로 아무런 하자가 없는 상거래에 간섭하고 나섰다는 강력한 비판을 들었다. 그러나 더 큰 망신은 미국 내에서 당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건으로 인해 미국 국민들은 북한이 아무런 국제법의 저촉 없이 떳떳이 다른 나라들에 미사일을 팔 수 있는 권리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미사일이 다른 나라들에 팔려 가면 직접적으로든 혹은 간접적으로든 자기네들의 안전을 위협하게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을 미국 국민들, 이제 그들은 왜 부시 행정부가 북한으로 하여금 미사일 수출을 중단하게 만드는 외교적 노력을 하지 않는지 의문을 가지게 될 것이다.

 

물론 미국 국민들도 어느 정도의 상식적 사고 능력을 가지고 있을 때를 가정할 경우 말이다. 쉽지 않은 가정이라는 거 나도 물론 잘 안다. 결국 부시 행정부는 클린턴 정부에서 계획했던 것처럼 북이 미사일 판매를 하지 않는 대신 그만큼 북에 경제나 기타 원조 형태로 제공함으로써 문제를 해결하라는 국내의 압력에 직면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므로 두 번째 결론: 부시는 혹 떼려다 혹 붙였다.

 

김세련

 

* 이 글은 김세련님께서 대선토론방에 기고하신 글을 편집자가 갈무리한 것입니다. 옥고를 남겨주신 김세련님께 감사의 말씀드립니다. 진짜정치칼럼 전문사이트 ’서프라이즈(seoprise.com)’는 독자 여러분께서 남겨주시는 좋은 글을 선정하여 메인 화면에 띄우는 것을 보람이자 의무로 삼고 있습니다. 네티즌 여러분의 적극적인 참여와 성원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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