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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인님] 슬픈 날의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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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정 [eidx] 쪽지 캡슐

2000-12-29 ㅣ No.1579

 

    슬픈 날의 편지

     

    모랫벌에 박혀 있는

    하얀 조가비처럼

    내 마음속에 박혀 있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어떤 슬픔 하나

    하도 오래되어 정든 슬픔 하나는

    눈물로도 달랠 길 없고

    그대의 따뜻한 말로도

    위로가 되지 않습니다

    내가 다른 이의 슬픔 속으로

    깊이 들어갈 수 없듯이

    그들도 나의 슬픔 속으로

    깊이 들어올 수 없음을

    담담히 받아들이며

    지금은 그저

    혼자만의 슬픔 속에 머무는 것이

    참된 위로이며 기도입니다.

    슬픔은 오직

    슬픔을 통해서만 치유된다는 믿음을

    언제부터 지니게 되었는지

    나도 잘 모르겠습니다

    사랑하는 이여

    항상 답답하시겠지만

    오늘도 멀찍이서 지켜보며

    좀 더 기다려주십시오

    이유 없이 거리를 두고

    그대를 비켜가는 듯한 나를

    끝까지 용서해 달라는

    이 터무니없음을 용서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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