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음동성당 게시판

* 텔레비전에 내가 왔으면 ...(10/2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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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국길 [fcan] 쪽지 캡슐

2004-10-30 ㅣ No.3714

연중 제30주간 금요일 (2004-10-29)

독서 : 필립1,1-11 복음 : 루가 14,1-6

* 텔레비전에 내가 왔으면... *

어느 안식일에 예수께서 바리사이파의 한 지도자 집에 들어 가 음식을 잡수시게 되었는데 사람들이 예수를 지켜보고 있었다. 그때 마침 예수 앞에는 수종병자 한 사람이 있었다. 예수께서는 율법교사들과 바리사이파 사람들을 향하여 “안식일에 병을 고쳐주는 일이 법에 어긋나느냐? 어긋나지 않느냐?” 하고 물으셨다. 그들은 입을 다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래서 예수께서는 병자의 손을 붙잡으시고 고쳐서 돌려보내신 다음 그들에게 다시 물으셨다. “너희는 자기 아들이나 소가 우물에 빠졌다면 안식일이라고 하여 당장 구해내지 않고 내버려두겠느냐?” 그들은 이 말씀에 아무 대답도 못하였다.
(루가 14,1­-6)

◆‘텔레비전에 내가 나왔으면 정말 좋겠네 정말 좋겠네’라는 동요가 있습니다. 저는 이 노래를 주일학교에서 처음 들었고, 또 배웠습니다. 텔레비전에 내가 나온다면? 그야말로 꿈 같은 이야기였습니다. 촌구석에서 자란 제가 텔레비전에 나올 확률은 거의 없었기 때문입니다. 어릴 적 제가 알고 있는 우리 동네 사람 중 유일하게 텔레비전에 나왔던 사람은 지방 방송국의 어린이 노래 경연대회나 퀴즈대회 같은 프로그램에 나갔다가 별 성과 없이 돌아왔던 같은 학교 학생들이 전부였으니까요. 그러다가 진학 때문에 도시로 나와서 공부할 때 지방 뉴스에 ‘행인 1’ 역할로 나왔다는 것을 보았다는 친구들의 말을 들은 적은 있어도 유명 연예인이나 훌륭한 사람으로 방송을 타본 적은 여지껏 한 번도 없습니다. 사실 고등학교 때 뉴스에 나온 것도 비행청소년 문제를 다루는 보도였다고 합니다. 분명히 버스를 기다리고 있는 우리를 찍어간 기자는 버스 노선과 가로등 문제라고 했는데`…. 그때부터 언론에 대한 제 불신의 책임은 언론에 있다는 생각을 자주 하게 됩니다.
아무튼 ‘텔레비전에 내가 나왔으면 정말 좋겠다’는 소망은 어른이 되면서 점점 퇴색되어 갑니다. 아니, 오히려 텔레비전에 나와서는 안 될 거란 생각을 많이 하는 것이 사실입니다. 특히 뉴스에 등장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텔레비전에 나오지 않는 게 참 다행이라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여러 가지 사건·사고를 대하면서도 저와는 다른 사람들, 저와는 상관없는 일들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세상 사는 것이 다 그렇지’ 하며 지날 때가 있습니다. 그런데 정작 그 주인공이 나라면 어떻게 될까? 자연재해로 모든 것을 잃어버린 저 사람, 저 집이 내 가족, 내 집이라면? 지금 이 나라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쟁이 온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면? 그래도 나는 이렇게 태평하게 ‘세상일이 전부 그렇지’라고 가만히 있을 수 있을까?
고슴도치도 제 새끼 귀여운 줄은 안다고 합니다. 내 일이 아니라고, 내 병이 아니라고, 내 식구가 아니라고, 남은 아프거나 말거나 그냥 지나치는 것이야말로 사람을 눈뜬 장님으로 만들고, 죽음에 이르도록 하는 병입니다.

이정석 신부(전주 가톨릭신학원)

- 패랭이꽃 -

살아갈 날들보다
살아온 날이 더 힘들어
어떤 때는 자꾸만
패랭이꽃을 쳐다본다
한때는 많은 결심을 했었다
타인에 대해
또 나 자신에 대해
나를 힘들게 한 것은
바로 그런 결심들이었다
이상하지 않은가 삶이란 것은
자꾸만 눈에 밟히는
패랭이꽃
누군가에게 무엇으로 남길 바라지만
한편으론 잊혀지지 않는 게 두려워
자꾸만 쳐다보게 되는
패랭이꽃

- 류시화의 詩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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