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십리성당 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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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엽 [amang4] 쪽지 캡슐

2000-01-28 ㅣ No.1025

> <<우동 한그릇>>

>

> 해마다 섣달 그믐날이 되면 우동집으로서는 일년 중 가장 바쁠 때이다. 북해정

> (北海亭)도 이날만은 아침부터 눈코뜰새 없이 바빴다. 보통 때는 밤 12시쯤이 되

> 어도 거리가 번잡한데 그날만큼은 밤이 깊어질수록 집으로 돌아가는 사람들의

> 발걸음도 빨라지고 10시가 넘자 북해정의 손님도 뜸해졌다.

> 사람은 좋지만 무뚝뚝한 주인보다 오히려 단골손님으로부터 주인 아줌마라고

> 불리우고 있는 그의 아내는 분주했던 하루의 답례로 임시종업원에게 특별상여금

> 주머니와 선물로 국수를 들려서 막 돌려보낸 참이었다.

>

> 마지막 손님이 가게를 막 나갔을 때, 슬슬 문앞의 옥호(屋 )막을 거둘까 하고

> 있던 참에, 출입문이 드르륵하고 힘없이 열리더니 두명의 아이를 데리고 한

> 여자가

> 들어왔다. 6세와 10세 정도의 사내애들은 새로 준비한듯한 트레이닝차림이고,

> 여자는 계절이 지난 체크무늬반코트를 입고 있었다.

>

> " 어서오세요!"

> 라고 맞이하는 여주인에게, 그 여자는 머뭇머뭇 말했다.

> " 저..... 우동...... 일인분만 주문해도 괜찮을까요......"

> 뒤에서는 두 아이들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쳐다보고 있었다.

> " 네..... 네. 자, 이쪽으로."

> 난로 곁의 2번 테이블로 안내하면서 여주인은 주방 안을 향해,

> " 우동, 1인분!"

> 하고 소리친다.

>

> 주문을 받은 주인은 잠깐 일행 세사람에게 눈길을 보내면서,

> " 예!"

> 하고 대답하고, 삶지 않은 1인분의 우동 한 덩어리와 거기에 반덩어리를 더

> 넣어삶는다.

> 둥근 우동 한 덩어리가 일인분의 양이다. 손님과 아내에게 눈치 채이지 않은

> 주인의 서비스로 수북한 분량의 우동이 삶아진다.

> 테이블에 나온 가득 담긴 우동을 가운데 두고, 이마를 맞대고 먹고 있는 세

> 사람의 이야기 소리가 카운터 있는 곳까지 희미하게 들린다.

>

> " 맛있네요."

> 라는 형의 목소리.

> " 엄마도 잡수세요."

> 하며 한 가닥의 국수를 집어 어머니의 입으로 가져가는 동생.

> 이윽고 다 먹자 150엔의 값을 지불하며, " 맛있게 먹었습니다.." 라고 머리를

> 숙이고 나가는 세 모자에게

> " 고맙습니다, 새해엔 복많이 받으세요!."

> 라고 주인 내외는 목청을 돋워 인사했다.

>

> 신년을 맞이했던 북해정은 변함없이 바쁜 나날 속에서 한해를 보내고, 다시 12월

> 31일을 맞이했다.

> 전해 이상으로 몹시 바쁜 하루를 끝내고, 10시를 막 넘긴 참이어서 가게를 닫으

> 려고 할 때 드르륵, 하고 문이 열리더니 두 사람의 남자아이를 데리고 한 여자가

> 들어왔다.

> 여주인은 그 여자가 입고 있는 체크무늬의 반코트를 보고, 일년 전 섣달 그믐날의

> 마지막 그 손님들임을 알아보았다.

> " 저..... 우동..... 일인분입니다만..... 괜찮을까요?"

> " 물론입니다. 어서 이쪽으로 오세요."

> 여주인은 작년과 같은 2번 테이블로 안내하면서,

> " 우동 일인분!"

> 하고 커다랗게 소리친다.

> " 네엣! 우동 일인분."

> 라고 주인은 대답하면서 막 꺼버린 화더거에 불을 붙인다.

>

> " 저 여보, 서비스로 3인분 내줍시다."

> 조용히 귀엣말을 하는 여주인에게,

> " 안돼요. 그런 일을 하면 도리어 거북하게 여길 거요."

> 라고 말하면서 남편은 둥근 우동 하나 반을 삶는다.

> " 여보, 무뚝뚝한 얼굴을 하고 있어도 좋은 구석이 있구료."

> 미소를 머금는 아내에 대해, 변함없이 입을 다물고 삶아진 우동을 그릇에 담는

> 주인이다.

> 테이블 위의 한 그릇의 우동을 둘러싼 세 모자의 얘기소리가 카운터 안과 바깥의

> 두사람에게 들려온다.

> " 으..... 맛있어요....."

> " 올해도 북해정의 우동을 먹게 되네요?"

> " 내년에도 먹을 수 있으면 좋으련만....."

> 다 먹고, 150엔을 지불하고 나가는 세 사람의 뒷모습에 주인 내외는,

> " 고맙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 그날 수십변 되풀이했던 인삿말로 전송한다.

> 그 다음해의 섣달 그믐날 밤은 여느해보다 더욱 장사가 번성하는 중에 맞게 되었

> 다. 북해정의 주인과 여주인은 누가 먼저 입을 열기즌 않았지만 9시 반이 지날

> 무렵부터 안절부절 어쩔 줄을 모른다.

> 10시를 넘긴 참이어서 종업원을 귀가시킨 주인은, 벽에 붙어 있는 메뉴표를 차례

> 차례 뒤집었다. 금년 여름에 값을 올려 ’우동 200엔’이라고 씌어져 있던 메뉴표가

> 150엔으로 둔갑하고 있었다.

> 2번 테이블 위에는 이미 30분 전부터 < 예약석> 이란 팻말이 놓여져 있다.

> 10시반이 되어, 가게 안 손님의 발길이 끊어지는 것을 기다리고 있었기나 한 것

> 처럼, 모자 세 사람이 들어왔다.

> 형은 중학생 교복, 동생은 작년 형이 입고 있던 잠바를 헐렁하게 입고 있었다.

> 두 사람 다 몰라볼 정도로 성장해 있었는데, 그 아이들의 엄마는 색이 바랜 체크

> 무늬 반코트 차림 그대로였다.

>

> " 어서 오세요!"

> 라고 웃는 얼굴로 맞이하는 여주인에게, 엄마는 조심조심 말한다.

> " 저..... 우동..... 이인분인데도..... 괜찮겠죠."

> " 넷..... 어서 어서. 자 이쪽으로."

> 라며 2번 테이블로 안내하면서, 여주인은 거기 있던 < 예약석> 이란 팻말을

> 슬그머니 감추고 카운터를 향해서 소리친다.

> " 우동 이인분!"

> 그걸 받아,

> " 우동 이인분!"

> 이라고 답한 주인은 둥근 우동 세 덩어리를 뜨거운 국물속에 던져넣었다.

> 두 그릇의 우동을 함께 먹는 세모자의 밝은 목소리가 들리고, 이야기도 활기가

> 있음이 느껴졌다.

> 카운터 안에서, 무심코 눈과 눈을 마주치며 미소짓는 여주인과, 예의 무뚝뚝한

> 채로 응으, 하며 고개를 끄덕이는 주인이다.

> " 형아야, 그리고 쥰(淳)아..... 오늘은 너희 둘에게 엄마가 고맙다고 인사하고

> 싶구나."

> " .... 고맙다니요..... 무슨 말씀이세요?"

> " 실은, 돌아가신 아빠가 일으켰던 사고로, 여덟명이나 되는 사람이 부상을 입었

> 잖니. 보험으로도 지불할 수 없었던 만큼을, 매월 5만엔씩 계속 지불하고 있었단

> 다."

>

> " 음---- 알고 있어요."

> 라고 형이 대답한다.

> 여주인과 주인은 몸도 꼼짝 않고 가만히 듣고 있다.

> " 지불은 내년 3월까지로 되어 있었지만, 실은 오늘 전부 지불을 끝낼 수 있었단

> 다."

> " 넷! 정말이에요? 엄마!"

> " 그래, 정말이지. 형아는 신문배달을 열심히 해주었고, 쥰이 장보기와 저녁 준비

> 를 매일 해준 덕분에, 엄마는 안심하고 일할 수 있었던 거란다. 그래서 정말

> 열심히

> 일을 해서 회사로부터 특별수당을 받았단다. 그것으로 지불을 모두 끝마칠 수

> 있었

> 던 거야."

>

> " 엄마! 형! 잘됐어요! 하진만, 앞으로도 저녁 식사 준비는 내가 할 거예요."

> " 나도 신물배달, 계속할래요. 쥰아! 힘을 내자!"

> " 고맙다. 정말로 고마워."

> 형이 눈을 반짝이며 말한다.

> " 지금 비로소 얘긴데요, 쥰이하고 나, 엄마한테 숨기고 있는 것이 있어요. 그것

> 은요..... 11월 첫째 일요일, 학교에서 쥰이의 수업참관을 하라고 편지가

> 왔었어요.

> 그때, 쥰은 이미 선생님으로부터 편지를 받아놓고 있었지만요.

> 쥰이 쓴 작문이 북해도의 대표롤 뽑혀, 전국 콩쿠르에 출품되게 되어서 수업참관

> 일에 이 작문을 쥰이 읽게 됐대요.

> 선생님이 주신 편지를 엄마에게 보여드리면..... 무리해서 회사를 쉬실 걸 알기

> 때문에 쥰이 그걸 감췄어요. 그걸 쥰의 친구들한데 듣고..... 내가 참관일에 갔었

> 어요."

>

> " 그래..... 그랬었구나..... 그래서."

> " 선생님께서, 너는 장래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 라는 제목으로, 전원에게

> 작문

> 을 쓰게 하셨는데, 쥰은 < 우동 한그릇> 이라는 제목으로 써서 냈대요. 지금부터

> 그

> 작문을 읽어드릴께요.

> 우동 한그릇 이라는 제목만 듣고, 북해정에서의 일이라는 걸 알았기 때문에.....

> 쥰 녀석 무슨 그런 부끄러운 얘기를 썼지! 하고 마음 속으로 생각했죠.

> 작문은..... 아빠가 교통사고로 돌아가셔서 많은 빚을 남겼다는 것, 엄마가 아침

> 일찍부터 밤 늦게까지 일을 하고 계시다는 것, 내가 조간석간 신문을 배달하고

> 있다

> 는 것 등..... 전부 씌어 있었어요.

> 그리고서 12월 31일 밤 셋이서 먹은 한 그릇의 우동이 그렇게 맛있었다는 것.....

> 셋이서 다만 한 그릇밖에 시키지 않았는데도 우동집 아저씨와 아줌마는,

> 고맙습니다

> ! 새해엔 복 많이 받으세요! 라고 큰 소리로 말해 주신 일.

>

> 그 목소리는..... 지지 말아라! 힘내! 살아갈 수 있어! 라고 말하는 것 같은 기분

> 이 들었다고요.

> 그래서 쥰은, 어른이 되면, 손님에게 힘내라! 행복해라! 라는 속마음을 감추고,

> 고맙습니다! 라고 말할 수 있는 일본 제일의 우동집 주인이 되는 것이라고,

> 커다란

> 목소리로 읽었어요."

> 카운터 안쪽에서, 귀를 기울이고 있을 주인과 여주인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 카운터 깊숙이에 웅크린 두 사람은, 한장의 수건 끝에 서로 잡아당길 듯이 붙잡

> 고, 참을 수 없이 흘러나오는 눈물을 닦고 있었다.

>

> " 작문 읽기를 끝마쳤을 때 선생님이, 쥰의 형이 어머니를 대신해서

> 와주었으니까,

> 여기에서 인사를 해달라고 해서....."

> " 그래서 형아는 어떻게 했지?"

> " 갑자기 요청받았기 때문에, 처음에는 말이 안 나왔지만..... 여러분, 항상 쥰과

> 사이좋게 지내줘서 고맙습니다..... 동생은 매일 저녁식사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 그래서 클럽활동 도중에 돌아가니까, 폐를 끼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 방금 동생이 < 우동 한그릇> 이라고 읽기 시작했을 때... 나는 처음에 부끄럽게

> 생

> 각했습니다..... 그러나, 가슴을 펴고 커다란 목소리로 읽고 있는 동생을 보고

> 있는

> 사이에, 한 그릇의 우동을 부끄럽다고 생각하는 그 마음이 더 부끄러운 것이라고

> 생각했습니다.

> 그때..... 한 그릇의 우동을 시켜주신 어머니의 용기를 잊어서는 안된다고 생각

> 합니다..... 형제가 힘을 합쳐, 어머니를 보살펴 드리겠습니다..... 앞으로도

> 쥰과

> 사이좋게 지내 주세요 라고 말했어요."

>

> 차분하게 서로 손을 잡기도 하고, 웃다가 넘어질 듯이 어깨를 두드리기도 하고,

> 작년까지와는 아주 달라진 즐거운 그믐날밤의 광경이었다.

> 우동을 다 먹고 300엔을 내며 ’잘 먹었습니다.’라고 깊이깊이 머리를 숙이며 나가

> 는 세 사람을, 주인과 여주인은 일년을 마무리하는 커다란 목소리로,

> ’고맙습니다!

> 새해엔 복 많이 받으세요!’라며 전송했다.

>

> 다시 일년이 지나----

> 북해정에서는, 밤 9시가 지나서부터 < 예약석> 이란 팻말을 2번 테이블 위에 올려

> 놓고 기다리고 기다렸지만, 그 세 모자는 나타나지 않았다.

> 다음 해에도, 또 다음 해에도, 2번 테이블을 비우고 기타렸지만, 세 사람은 끝내

> 나타나지 않았다.

> 북해정은 장사가 번성하여, 가게 내부수리를 하게 되자, 테이블이랑 의자도 새로

> 이 바꾸었지만 그 2번 테이블만은 그대로 남겨두었다.

> 새 테이블이 나란히 있는 가운데에서, 단 하나 낡은 테이블이 중앙에 놓여 있는

> 것이다.

>

> " 어째서, 이것이 여기에?" 하고 의아스러워 하는 손님에게, 주인과 여주인은 <

> 우동

> 한그릇> 의 일을 이야기하고, 이 테이블을 보고서 자신들의 자극제로 하고 있다,

> 어

> 느 날인가 그 세 사람의 손님이 와줄지도 모른다, 그때 이 테이블로 맞이하고

> 싶다,

> 라고 설명하곤 했다.

> 그 이야기는, ’행복의 테이블’로써, 이 손님에게서 저 손님에게로 전해졌다. 일부

> 러 멀리에서 찾아와 우동을 먹고가는 여학생이 있는가 하면, 그 테이블이 비길

> 기다

> 려 주문을 하는 젊은 커플도 있어 상당한 인기를 불러 일으켰다.

>

> 그리고나서 또, 수년의 세월이 흐른 어느해 섣달 그믐의 일이다.

> 북해정네는, 같은 거리의 상점회 회원이며 가족처럼 사귀고 있는 이웃들이 각자의

> 가게를 닫고 모여들고 있었다.

> 북해정에서 섣달 그믐의 풍습인 해넘기기 우동을 먹은 후, 제야의 종소리를 들으

> 면서 동료들과 그 가족이 모여 가까운 신사(神社)에 그해의 첫 참배를 가는 것이

> 5,

> 6년 전부터의 관례가 되어 있었다.

> 그날 밤도 9시 반이 지나 생선가게 부부가 생선회를 가득 담은 큰 접시를 양손에

> 들고 들어온 것이 신호라도 되는 것처럼, 평상시의 동료 30여명이 술이랑 안주를

> 손

> 에 들고 차례차례 모여들어 가게안의 분위기는 들떠 있었다.

> 2번 테이블의 유래를 그들도 알고 있다. 입으로 말은 안해도 아마, 금년에도 빈

> 채로 신년을 맞이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섣달 그믐날 20시 예약서’은 비워둔 채

> 비좁은 자리에 전원이 조금씩 몸을 좁혀 앉아 늦게 오는 동료를 맞이했다.

>

> 우동을 먹는 사람, 술을 마시는 사람, 서로 가져온 요리를 손을 뻗히는 사람, 카

> 운터 안에 들어가 돕고 있는 사람, 멋대로 냉장소를 열고 뭔가 꺼내고 있는

> 사람등

> 등으로 떠들썩하다.

> 바겐세일 이야기, 해수욕장에서의 에피소드, 손자가 태어난 이야기 등, 번잡함이

> 절정에 달한 10시 반이 지났을 때, 입구의 문이 드르륵 하고 열렸다.

> 멷사람인가의 시선이 입구로 향하며 동시에 그들은 이야기를 멈추었다.

> 오바를 손에 든 정장 슈트차림의 두 사람의 청년이 들어왔다. 다시 애기가 이어

> 지고 시끄러워졌다. 여주인이 죄송하다는 듯한 얼굴로 " 공교롭게 만원이어서"

> 라며

> 거절하려고 했을 때 화복(일본옷) 차림의 부인이 깊이 머리를 숙이며 들어와서,

> 두

> 청년 사이에 섰다.

>

> 가게 안에 있는 모두가 침을 삼키며 귀를 기울인다.

> 화복을 입은 부인이 조용히 말했다.

> " 저..... 우동..... 3인분입니다만..... 괜찮겠죠."

> 그 말을 들은 여주인의 얼굴색이 변했다. 십수년의 세월을 순식간에 밀어 젖히고,

> 그 날의 젊은 엄마와 어린 두 아들의 모습이 눈앞의 세 사람과 겹쳐진다.

> 카운터 안에서 눈을 크게 뜨고 바라보고 있는 주인과, 방금 들어온 세 사람을 번

> 갈아 가리키면서,

> " 저.... 저..... 여보!"

> 하고 당황해 하고 있는 여주인에게 청년 중 하나가 말했다.

> " 우리는, 14년 전 섣달 그믐날 밤, 모자 셋이서 일인분의 우동을 주문했던 사람

> 입니다. 그때의 한 그릇의 우동에 용기를 얻어 세 사람이 손을 맞잡고 열심히

> 살아

> 갈 수 있었습니다.

> 그후, 우리는 외가가 있는 시가현으로 이사했습니다. 저는 금년, 의사 국가시험

> 에 합격하여 교오또(東都)의 대학병원에 소아과의 병아리 의사로 근무하고 있습니

> 다만, 내년 4월부터 삿뽀로의 종합병원에서 근무하게 되었습니다.

> 그 병원에 인사도 하고 아버님 묘에도 들를 겸해서 왔습니다. 그리고 우동집 주

> 인은 되지 않았습니다만 교오또의 은행에 다니는 동생과 상의해서, 지금까지 인생

> 가운데에서 최고의 사치스러운 것을 계획했습니다..... 그것은, 섣달 그믐날

> 어머님

> 과 셋이서 삿뽀로의 북해정을 찾아와 3인분의 우동을 시키는 것이었습니다."

> 고개를 끄덕이면서 듣고 있던 여주인과 주인의 눈에서 왈칵 눈물이 넘쳐 흘렀다.

> 입구에 가까운 테이블에 진을 치고 있던 야채가게 주인이, 우동을 입에 머금은

> 채 있다가 그대로 꿀꺽하고 삼키며 일어나,

>

> " 여봐요 여주인 아줌마! 뭐하고 있어요! 십년간 이 날을 위해 준비해 놓고 기다

> 리고 기단린, 섣달 그믐날 10시 예약서이잖아요, 안내해요. 안내를!"

> 야채가게 주인의 말에 번뜩 정신을 차린 여주인은,

> " 잘 오셨어요..... 자 어서요..... 여보! 2번 테이블 우동 3인분!"

> 무뚝뚝한 얼굴을 눈물로 적신 주인,

> " 네엣! 우동 3인분!"

> 예기치 않은 환성과 박수가 터지는 가게 밖에서는 조금전까지 흩날리던 눈발도

> 그치고, 갓 내린 눈에 반사되어 창문의 빛에 비친 < 북해정> 이라고 쓰인

> 옥호막이

> 한 발 앞서 불어제치는 정월의 바람에 휘날리고 있었다.

>

> 구리 료헤이 원작,<우동 한그릇>, 햇살이 비치는 뜨락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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