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게시판
[상아탑]단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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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 - 추석 짐을 플며
추적추적 내리는 빗줄기라도 좋아 하셨다. 내 살이 당신네 가죽손을 만들었음을 안타까이 바라보아도 즐거워 하셨다. 불쑥불쑥 속으로만 ’어머니’를 부르며 ’아버지’를 부르며 흐느끼던 청승마저 쑥스러워지고 새벽잠을 설치다 손자 손녀를 안으신 얼굴에는 그 시절 엄하시던 모습도, 그토록 서럽던 사연도 고스란히 녹아 없어졌다.
새벽잠을 자신 적이 없어 지금도 4시가 되면 행여 자식이 깰까봐, 며느리가 놀랠까봐 사뿐사뿐 부엌으로 가시고 뒤따르는 아버지의 발소리를 핀잔하시는 어머니가
일정 때 할아버지 서슬에 제대로 학교도 다니지 못하시고 어깨 넘어 천자문을 배웠다며 못 배웠어도 자식 고생시키지 않으려 몸부림치듯 사신 아버지가
비구름에 가린 추석달보다 더 환하게 내 가슴에 떠 있는 것은 부모님께 인색한 내 불효려니 지 자식만 귀한 줄 아는 내 어리석음이려니
어머니, 아버지 귀경 길에 바리바리 싸 주신 짐을 풀며 또 담배 한 대에 한숨을 담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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