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릉동성당 게시판

왕따!

인쇄

윤석구 [ysk] 쪽지 캡슐

1998-12-12 ㅣ No.164

게시자: 윤석구(ysk) 왕 따 !

게시일: 1998-12-12 22:52:51

본문크기: 7 K bytes 번호: 2899 조회/추천: 5/0

주제어:   

 

 

중학교 2학년 때였던가 ?

나는 '왕따'였다.

방과후 청소를 해야 하는데 반친구들이 모두 가버리고 혼자만 남았다.

나는 화가 났고 마음이 슬퍼졌다.

담임 선생임게 꾸중을 들었다.

반장인 난 혼자서 청소를 하고

그때 나는 서울 사람이 싫었다.

내가 서울에서 태어 났음에도 나는 서울 사람이 싫었다.

나는 서울을 떠나고 싶었다.

그 때부터 인지 나는 내가 서울에서 태어난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게 되었다.

청년이 되어서 나는 더욱 그러했다.

고향이 없는 서울 사람이 싫다고 했다.

  

훌륭한 사람은 모두 시골 출신이라고 생각했다.

일종의 편견이 같은 것이 생긴 것은 어릴적의 경험 때문인지도 모른다.

나는 서울 사람들이 시골 사람을 촌놈이라고 놀리고 얕보는 것을 몹시 싫어 했던 것이다.

  

그리고 청년이 되어서 나는 내가 태어난 이 서울을 완전히 정신적으로 저버리고 있었다.

  

그러나 마음 속에는 고향을 찾는 간절한 마음이 움트고 있었던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는 사실이다.

나는 목마르게 고향을 찾게 되었다.

  

태어난 곳을 배반한 내가 고향을 찾는다는 아이로니는 무엇이었을가 ?

고향이 없다는 것은 슬픈 일이다.

나는 지금도 어릴 적 친구들이 어디서 살고 있는지 알지 못한다.

어쩌면 나는 이 도시에서 상당이 슬프고 불행한 존재였을지 모른다.

자신이 태어난 곳을 받아드리지 못하는

참으로 어리석은 현대인

이것이 나였다.

  

성경을 공부하기 전까지는 틀림없이 그러했다.

  

성경을 공부하고 그 후부터 나는 고향을 찾았다,.

나는 예수님 마음이 내 고향이라고 믿기 시작했다.

주님의 말씀이 내 고향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리고 난 다음에야 나는 내가 태어난 이 서울을 사랑하기 시작했다.

내가 태어나서

세례를 받고 신앙을 얻게 된 이곳이 참으로 아름답고 좋은 곳이라는 것을

그래서 다시금 나는 기쁨을 되찾았다.

어릴적 저 어릴적 유년시절과 소년 시절 6.25가 터지기 그 이전의 소년 시절의 기쁨을 되찾았다.

나는 정릉으로  이사해  참으로 인간의 비참함과 처절함과 나약함을 체험했고 인간의 쓰라린 고통을 체험했다.

그리고 나는 그 고통과 비참함과 처절함과 나약함을 수용했다.

바로 이 정릉에서,

나는 저릉을 사랑한다.

정릉의 흙과 정릉의 산과 정릉의 바람과

정릉의 하늘

정릉의 골짜기와 그 모든 것을 사랑한다.

  

사랑하게 된 것이다.

정릉의 새벽 4시 별은 내 저 소년 시절의 마음을 되찾아 주었고 나는 정릉의 4시 새벽별 빛으로

내 아픔 상처를 치유했던 것이다.

  

  

그리고 여기서 나는 성경을 맛들였고

나는 성경 안에서 나의 모든 것을 찾게 된 것이다.

친구가 없는 나에게 주님은 나의 참다운 친구가 되어 주셨고

삶터가 작은 나에게 넓은 부족함이 없는 공간을 마련해 주셨고

나는 내가 태어난 이 서울을 지금은 무던히도 사랑하게 된 것이다.

  

나는 서울을 완전히 따돌렸지만

서울이 완전히 나를 따돌렸고

지금은 서울도 나를 사랑하고

나도 서울을 사랑한다.

서울은 내 고향이다.

  

여기 주님이 계시기에

나의 참 친구이신 예수님이 계시고

내 생명이고 빛이신 그 분이 지금 여기에 계시기 때문이다.

  

지금은 만날 수 없는 내 소년 시절의 친구들을 위해 나는 기도하리라.

  

  

  

  

  

  

  

  

 



35 0

추천 반대(0)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