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계동성당 게시판

어느 공소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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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준 [bopark] 쪽지 캡슐

2000-10-28 ㅣ No.1900

강원도 정선군 남면에 조그만 공소가 하나 있습니다.

이름하여’자미원’이라는 곳이지요.

공소라고 해봐야 회장님댁 부부 두분만이지만 신자는 서너분이 계시는 곳입니다.

그곳 관할 신부님께서 어느날 공소를 방문하셔서 미사를 집전하셨는데

회장님 부부만 성체를 영하시고 다른 분들은 그냥 있더랍니다.

미사후 뒷풀이(?) 시간에 소주 한 잔 걸치면서 성체를 영하지 않은 분께

"왜 성체를 안 모셨어요?"하고 신부님께서 여쭙자 그분은 쑥스러워 하시기에

"교우가 아니세요?" ..........

"그러면 예비교우신가봐요"? 라고 신부님이 물으시자

공소회장님이 대신 "신부님 이분은 개신교 신자세요"하시더랍니다

+그 신부님은 내심 놀라셨는데 그 자초지종은 이러했답니다.

그곳에는 개신교 예배당이 한 곳 있는데 신자가 적어 공소처럼 외부에서 목사님이

한 달에 한 번 예배 드리러 오신다는 것이었고

천주교는 공소예절이라도 있는데 개신교에는 그런 예식이 없으니

주일을 지켜야하는 개신교 신자들에게는 정말 어려운 신앙생활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그 목사님께서 "자기가 오는 주에는 예배당에 오시고,

신부님이 오시는 주에는 공소에 나가시면 되겠네요"하셨다는 것입니다.

또 신부님이 오시지 않는 주일에는 공소예절이 있다는 말씀을 들으셨는지

"공소예절에 참석하세요"하고 말씀하셨다는 것이지요.

그 개신교 신자분은 주일을 거르지 않게 되었고 개신교 신자이면서

한 달에 세 번은 천주교 공소를 찾아온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 신부님께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부끄러운 생각이 들었고, 어쩌면 그렇게 말씀하신

목사님이 부러웠으며 신부님은 과연 신자들에게 그렇게 이야기할 수 있겠는가?라고 생각하셨다는 소박한 내용의 이야기였습니다.

저도 개신교 신자라면 알레르기반응(?)이 나올 정도로 싫어했는데

함백본당의 최종복 신부님의 이야기를 듣고 대희년을 보내는 우리가

다른 종교의 신자들과 만나서 대화하며 화목하게 지내지 못하고

반목과 질시로 얼룩졌던 제 자신이 부끄러움으로 다가오더군요.

같은 하느님의 자녀들이면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서로 싸우고있는

요즈음의 중동사태를 보면서 가슴이 아프고 하루빨리 평화가 정착되도록

하느님의 도우심을 청해야 할 것 같은 마음도 들고, 말로만 보내는 대희년이 아니라

하느님 안에서 진정 자녀의 기쁨을 느낄 수 있도록 깨우쳐 주셨던

그 목사님의 열린 마음이 무척 부러웠고 혼자만 간직하기에는 아까운 이야기여서

이렇게 올려봅니다.

 

비오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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