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교동성당 게시판

첫눈이 내렸지.. 여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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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샘 [saemc] 쪽지 캡슐

1999-11-03 ㅣ No.634

오늘이 십일월 이일이지요. 십일월 하고도 딱 하루가 지났네요. 오늘 미시간에는 첫눈이 내렸답니다. 미술실에서 그림을 그리다가 갑자기 들려오는 아연질색의 비명에 놀라서 창문을 내다보니... 눈이 펑펑. 어설픈 비도 함께 펑펑... 한국이었으면 '첫눈이다' 하며 기뼈하며 사람들이 달려나갔겠지만 여기는 조곰 사정이 다르죠. 쩝. '벌써야... 음....' (친구가 나를 째려보며.. 속으로) '음.... 죽었군, 이번 겨울' (나도 같이 째려보며... 속으로) 서로가 서로를 바라보는 참담한 표정에서 동지애를 느끼며 차도 없는 그 나머지의 나같은 학생들은 결연한 의지로 수업끝나고 남쪽 캠퍼스로 우리를 데려다 줄 버스를 기다릴 것을 약속하며 미술실에서 그렇게 첫눈이 온 하루를 맞았습니다. 그런데 생각해 보니 이렇게 다짐 할 날도 이제 내년을 마지막으로 남겨두고 있군요. 그다음에는 어떻게 될까?... 아마 그때는 서울에서 개떼처럼 '첫눈이다' 소리치며 뛰놀고 있겠지? 후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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