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성당 게시판

어제 저 이쁜짓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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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경 [lsk55] 쪽지 캡슐

2002-07-18 ㅣ No.3749

 

家長으로서의 責任感을 재인식한 事件

어제 저는 이쁜 짓을 하여 사랑 받았습니다.

 

엄마들의 고생을 저는 이제사 조금 알게 되었습니다.

어제가 공휴일이었지요. 7월 17일 제헌절, 모처럼 휴일을 맞아서 저는 집에서 아주 이쁜 짓을 해서 그날 엄청 사랑을 받았습니다.

언제나 마나님으로부터 집안의 큰 아들로 불리는 게으름뱅이 家長인 저였는데, 이런 제가 어제는 집안에서 큰 일을 하나 벌렸지요.

무더운 여름을 맞았지만, 우리집의 거실 바닥에는 지금까지 아주 큰  겨울용 "카페트"가 그냥 방치되어 있었드랬지요. 우리 마나님께서는 언제부턴가 이것을 "세탁소"에 맡기기 위해서라도 빨리 걷어야 한다고 하며, 맞벌이 夫婦로서 바쁜 職場生活에 엄두를 못내며 그저 쩔쩔 매기만 했었지요. 저는 그거 맡기면 엄청 쩐을 많이 달라고 그런다고 하면서, 코웃음만 치면서 그냥 내버려 놓곤 늘 방치만 했었지요.

즉, 그동안 한쪽 귀로만 흘렀던 나쁜나라 家長이었습니다. 흑~흑~흑~

그런데, 어제 뭐가 씌였는지는 몰라도, 뒤늦게나마 家長으로서 막중한 責任과 義務를 통감하곤 일을 저질렀지요.

거실바탁에 온통 물탕을 뜅겨가면서 카펫트에 비누칠을 해서 솔로 빡빡 밀고, 또 화장실에 그 무거운 카페트를 들고 들어가 샤워기로 무려 2시간 동안을 헹그고 그랬다니깐요.

그리고 좁은 집에 그걸 널어 말릴 곳이 어디 있겠나 싶어서 머리를 써서 물에 졎은 무거운 카펫트를 낑낑 거리며 밖으로 운반하여 "저의 승용차 위에 그 대형 카페트를 올려놓고 햇볕에 말렸습니다." 아~ 참으로 기분 좋았습니다.

이어 내친 김에 또 "베란다에 쑤셔 박혀있는 지난해의 여름용 돗짜리도 꺼내었지요." 콤팡이 냄세가 물씬 풍기는 대나무 돗자리가 큰 것이 무려 3개나 있었어요.

(이건 작년 성당 바자회때에 샀던 것으로 대나무로 엮어 만든 제품이었음.)

그래서 내친김에 카페트 빨때처럼 온 거실에 물탕을 또다시 튕겨가면서 비눗칠을 하고 솔로 구석 구석을 빡빡 밀었습니다.

울마나님은 청소꺼리가 생겼다면 약간 구박을 하면서도 얼마나 좋아하든지...

온종일 이렇게 노가다를 했더니만, 그만 온 삭신이 노골노골 하였습니다.

허나, 우리집의 골칫덩어리 문제를 해결해 놓으니, 기분은 째질듯이 기쁘고 마음이 가벼웠습니다. 저는 그날 우리 마님으로부터 엄청 사랑 받았습니다.

저는 세탁비가 만만찮이 드는 걸 해결했다고 자찬하면서 마님께 "노력봉사의 위로금" 까지 챙겼습니다. 바로 일거양득(一擧兩得)이었지요.

家庭을 지키는 마나님들이 이렇게 고생이 많은 줄은, 어제에 저는 다시금 깨달았습니다.

저! 이쁜짓 했지요. 그럼 "뽀" 해주세요.  -끝-

 

2002년 7월 18일

용문검객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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