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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바람이 차갑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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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애란 [clarapak] 쪽지 캡슐

2003-10-29 ㅣ No.392

어머니, 바람이 차갑습니다

 

 

 

 

글. 최재효

 

 

 

 

 

어머니!

계절이 바뀌는 것 같습니다

오늘은 새벽에 뒷산 약수터를 다녀왔습니다

늘 보이던 얼굴들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어머니 또래 한 분은 심하게 기침을 하시기에

안부를 여쭈었더니

자꾸만 지나간 청춘을 그리워 하는

주름진 얼굴에서 한 세상의 서러움을 보았습니다

 

 

 

어머니!

아침 저녁으로 바람이 찹니다

인고의 세월로 칠남매 다 키우시고

당신은 자식들에게 짐이 되시기 싫으시다며

함께 하시길 마다하는 깊으신 마음

찬 바람 부는 이 새벽

잔설殘雪이 더 쌓였을 당신의 모습을 그리며

먼동이 터오는 고향 하늘을 바라보고 있자니

찬 바람 한줄기 다가와 눈가를 스치며

물기를 담아 놓고 사라졌습니다

 

 

 

어머니!

곧 북풍한설이 닥칠 것 같습니다

고인이 되신 아버님의 말벗이 되기위해

고향을 버리지 못하심을 이 불초는 알고있습니다

나 죽거든 네 애비 곁에 묻어다오

그 말씀 들을 때 마다

핏줄들은 억장이 무너지고

차마 당신을 두고 발길이 떨어지지 않습니다

아침에 당신의 막내 며누리가 끓여주는

청국장을 차마 들지 못했습니다

 

 

 

오는 세월은 막을 수 없고,

가는 세월 잡을 수는 없습니다

당신과 천륜天倫의 연緣 다할 때 까지

마음이 가볍지 못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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