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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숨기고 싶었던 이야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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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공개 [] 2003-10-15 ㅣ No.2619 제가 7년 동안 너무나 숨기고 싶은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7년 동안 성당을 멀리 할 정도로.
하느님을 저버릴 정도로.
벌 받을까 두려워 나 혼자만 비밀로 간직한 이야기입니다.
너무 깊은 의식 속에 숨겨두다 보니, 7년이 된 시점에서는...
제가 제 자신을 통제 하지 못할 정도로 일이 엉켜있었습니다.
지금 7년 후에 보니, 그런 이야기 하나에 내 인생이 이렇게
큰 우회를 할 수가 있다니. 믿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 * *
저희 외할머니는 전쟁 중에 첫번째 남편을 잃으셨습니다.
첫번째 결혼에서 태어난 큰 이모와 제 어머니가 있었고.
두번째 결혼에서 태어난 작은 이모와 외삼촌이 계십니다.
제가 들은 이야기는 작은 이모가 혼자만 알고 있으라고 해주신 이야기입니다.
그 당신 저는 만 19살이었고. 미국에서 공부를 하고 있을 때였습니다.
* * *
작은 이모의 말에 의하면, 저희 외할머니는 외할아버지를 잃고 몇 년 후인지는
모르겠지만, 비밀리에 만난 남자가 있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저희 어머니는 옛날에 미국 유학을 하던 시절 외국인과 교제를 하면서
무척 혼란스러운 심정의 편지를 써서 집으로 보내곤 하셨답니다.
제 앞에서는 언제나 성스럽고, 귀하고, 옳은 모습만 보이시던 분들이...
그 분들의 위상이 한번에 무너지는 이야기였습니다.
이것이 과연 사실일까, 의문이 들고, 진실이 알고 싶었지만...
이런 질문은 여쭈어 보아도 부정하실 것 같고, 가족 간에 얼굴만 붉히고...
또 자칫하면 작은 이모와 할머니, 어머니 사이가 극도로 악화될 것 같아서.
제 마음 속에만 담아 두게 되었습니다.
* * *
그것이, 그 비밀을 혼자만 간직하는 것이...
제 마음을 이렇게 큰 고통과 소외감과 독과 같은 작용을 할줄은 몰랐습니다.
그 이야기를 들은 후, 저는 어머니를 증오하게 되었습니다.
이모가 말을 매우 애매하게 했기에, 저의 풍풍한 상상력은 아마 필요없이
과대하게 부풀려 생각을 한 것 같습니다. 그것이 건전한 교제처럼 들리지는 않았거든요.
아무튼 그 때부터는 어머니와 전쟁이였고, 하루하루가 지옥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이야기가 저에게는 너무나 큰 수치심을 심어주었기 때문에...
저는 이 이야기를 도저히 밖으로 꺼낼 수가 없었습니다.
말 많은 사회, 특히 해외의 한인사회에서 이 이야기를 할수도 없고.
타인 처럼 느껴지는 외국인들과 이 이야기를 하고 싶지도 않고.
저에게는 양날의 비수와 같았습니다.
한편으로는 어머니와 외할머니가 증오스럽고. 이야기를 해준 이모도 밉고.
내가 그 때까지 열심히 살았던것 마저 후회가 되었습니다.
내게는 그렇게 결백하게 보이기를 원하며, 뒤로 그런 배반을 하다니.
순결. 내게는 이제 순결은 증오의 대상이 되었고, 저는 죄를 짓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이 비밀을 숨기고 은폐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빠지게 되면서는 오히려
분별력도 상실하게 되어, 제가 하는 행동에 대해 눈이 멀게 되었습니다.
* * *
그 후로 제가 했던 첫번째 죄는.
학교에서 가장 성관계가 나쁘기로 소문난 흑인과 만나는 것이었습니다.
나에게는 내가 숨기고 싶던 수치심을 겉으로 표현하는 방편이었습니다.
그리고 할머님이 가지고 계신 조울증을 가진 백인도 제 의식세계 속에 끌어들였습니다.
저는 그 흑인과 죄를 짓고.
그 백인은 조울증으로 인해 저와 다툰 뒤 자살시도를 했습니다.
외할머니가 몇 번이나 자살시도를 하셨던 것처럼.
* * *
IMF가 되어 귀국을 하였지만.
저는 폐인이 되었습니다.
내 과거 때문에 그늘진 성격을 가지게 되었고.
가족과도 늘 성화가 들끓어서...
그 백인친구 처럼 죽고 싶은 생각만 났습니다.
* * *
그리고 몇 년이 흘러...
제 인생은 하느님과는 점점 멀어지고...
인간다움과는 더더욱 멀어져서...
끝끝내는 남자관계가 매우 혼탁해졌습니다.
이제는 더 이상 남아있는 자존감도 없었고.
어떻게 도움을 구할지도 알수가 없었습니다.
벌써 7년이란 세월이 흘렀기 때문에, 이모가 들려주었던 그 작은 이야기는
의식 속에 너무 깊이 묻혀버렸기 때문입니다.
사회적으로도 늘 나만 소외된 느낌이 들었고.
세상에 나를 이해해 줄 사람이 없을것 같았고.
회사에서는 늘 스트레스만 쌓이고.
집에서도 행복하지 않고.
왜 사나. 차라리 죽음이 보장된 삶이 달갑게 느껴졌으니까요.
그리고 어떻게 풀어야 할지 모르는 답답한 심정에,
쇼핑중독이 되어 이제는 은행에서 대출 받은 돈이 제가 일년동안
버는 연봉고 맞먹는 수준이 되었습니다.
* * *
이야기가 너무 길어져서 죄송합니다.
다행히... 제 허물어진 인생의 조각조각에...
한 줄기 희망이 되어준 것은...
새로 찾아온 사랑이였습니다.
더 이상 희망이 남아있지 않았지만...
한번 만은 진지한 만남을 가지고 싶은 소망이...
오늘 이 글을 쓸 수 있게 해주었네요.
엄마가 너무 미워서 죽었으면 하는 바램을 가진 때도 있었고...
내가 그렇게 사랑하는 엄마를 미워 할 수는 없으니...
내가 죽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그렇게 그렇게 생긴 것이 빚이었고, 내 생활에 필요 없는 물건을 사들이는 것이었고,
진정한 사랑이 없는 남자들과의 만남이었습니다.
하지만, 마음 속 깊이... 엄마가 너무 그립고.
엄마가 너무 보고 싶었습니다.
내 눈앞에서 수치심으로 채워진 엄마가 아니라...
내 눈에 늘 선하고, 귀하고, 자기 자신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엄마.
* * *
좀 두서가 없이 여기서 이야기를 그만 마칩니다.
제가 갑상선 항진증으로 몸이 안 좋았었는데...
그 이야기 하나가... 제 인생을 이런 길로 이끌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여러분에게 수치스러운 이야기가 있다 하더라도...
믿음이 가는 분에게 꼭 털어놓으시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하느님의 인도하심으로 늘 안전하고, 온전하시기를 기도드리면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게 해주심과 이야기 들어주심에 감사합니다.
아멘. 1 606 0댓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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