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농동성당 게시판

걍 시하나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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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민 [gnre206] 쪽지 캡슐

2001-07-02 ㅣ No.2093

시다의 꿈 지은이 : 박노해 긴 공장의 밤 시린 어깨 위로 피로가 한파처럼 몰려온다 드르륵 득득 미싱을 타고, 꿈결 같은 미싱을 타고 두 알의 타이밍으로 철야를 버티는 시다의 언손으로 장미빛 꿈을 잘라 이룰 수 없는 헛된 꿈을 싹뚝 잘라 피흘리는 가죽본을 미싱대에 올린다 끝도 없이 올린다 아직은 시다 미싱대에 오르고 싶다 미싱을 타고 장군처럼 당당한 얼굴로 미싱을 타고 언 몸뚱아리 감싸줄 따스한 옷을 만들고 싶다 찢겨진 살림을 깁고 싶다 떨려오는 온몸을 소름치며 가위질 망치질로 다짐질하는 아직은 시다, 미싱을 타고 미싱을 타고 갈라진 세상 모오든 것들을 하나로 연결하고 싶은 시다의 꿈으로 찬바람 치는 공단거리를 허청이며 내달리는 왜소한 시다의 몸짓 파리한 이마 위으로 새벽별 빛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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