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음동성당 게시판

* 하느님의 선물(10/1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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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국길 [fcan] 쪽지 캡슐

2004-10-19 ㅣ No.3687

성 루가 복음사가 축일 (2004-10-18)

독서 : 2디모 4,10-17ㄴ 복음 : 루가 10,1-9

* 하느님의 선물 *

그때에 주께서 달리 일흔두 제자를 뽑아 앞으로 찾아가실 여러 마을과 고장으로 미리 둘씩 짝지어 보내시며 이렇게 분부하셨다. “추수할 것은 많은데 일꾼이 적으니 주인에게 추수할 일꾼들을 보내 달라고 청하여라. 떠나라. 이제 내가 너희를 보내는 것이 마치 어린 양을 이리떼 가운데 보내는 것과 같구나. 다닐 때 돈주머니도 식량 자루도 신도 지니지 말 것이며 누구와 인사하느라고 가던 길을 멈추지도 말라. 어느 집에 들어가든지 먼저 ‘이 댁에 평화를 빕니다!’ 하고 인사하여라. 그 집에 평화를 바라는 사람이 살고 있으면 너희가 비는 평화가 그 사람에게 머무를 것이고 그렇지 못하면 너희에게 되돌아올 것이다. 주인이 주는 음식을 먹고 마시면서 그 집에 머물러 있어라. 일꾼이 품삯을 받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집 저집으로 옮겨다니지 말라. 어떤 동네에 들어가든지 너희를 환영하거든 주는 음식을 먹고 그 동네 병자들을 고쳐주며 하느님 나라가 그들에게 다가왔다고 전하여라.”
(루가 10,1­9)

예수께서는 당신을 대신해서 사람들을 찾아갈 이가 참 많이 필요하시구나 하는 것을 오늘 복음에서 새삼 깨닫습니다.
“하느님한테도 고민이 있었다. 하느님은 이 세상에 사는 그 많은 사람들을 일일이 다 찾아다녀야 하는 일이 늘 고민이었다. 사람들마다 문제가 없는 사람이 없었으므로 하느님은 단 하루도 편안한 날이 없었다. 하느님은 인간을 창조할 때 그들이 항상 사랑의 기쁨과 평화 속에서 살기를 바랐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하느님의 바람일 뿐 에덴 동산을 떠난 사람들의 모습은 그렇지 않았다.
사람들은 늘 사랑하기보다 증오하며 살았다. 삶보다는 죽음이, 행복보다는 불행이, 화해보다는 전쟁이 늘 그들의 앞을 가로막았다. 기뻐하고 즐거워하는 일보다는 주체할 수 없는 분노와 고통에 휩싸이는 일이 더 많았다.
하느님은 그런 사람들을 그냥 그대로 못 본 척하고 지나갈 수는 없었다. 처음 인간을 창조할 때 지녔던 사랑과 평화의 마음으로 일일이 사람들을 찾아 다녔다. 병들어 아픈 사람은 아픈 데를 어루만져 주었고, 눈물을 흘리며 슬퍼하는 이에게는 그 눈물을 닦아주었으며, 쓸쓸하고 외로운 이에게는 그 쓸쓸함과 외로움을 달래주었다. 그리고 분노로 잠 못 이루는 이가 있으면 새벽이 올 때까지 그와 함께 밤을 지새주었다.
하느님은 하루하루가 정말 바쁘기 그지없었다. 아무 불평 불만이 없도록 그 많은 사람들을 골고루 다 찾아다니기에는 하루 해가 너무 짧았다. 하느님은 곰곰 생각했다. 어떻게 하면 나 대신 사랑을 골고루 나누어줄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내가 찾아다니는 것과 마찬가지로 그들을 찾아갈 수 있을까. 하느님은 생각에 생각을 거듭하다가 ‘맞아 바로 그거야’ 하고 무릎을 쳤다. 그것은 바로 인간들에게 어머니를 만들어 주는 일이었다. 그래서 우리는 누구나 다 어머니를 갖게 되었다.”
세상에서 주님을 대신하여 할 일은 세상을 한꺼번에 바꾸는 것이 아니라는 깨달음을 주는 대목입니다. 그 어떤 힘으로도 한꺼번에 세상을 바꿀 수는 없으니까요.

이선희(서울대교구 대방동 천주교회)

-  목련 -

목련을 습관적으로 좋아한 적이 있었다
잎을 피우기도 전에 꽃을 먼저 피우는 목련처럼
삶을 채 살아 보기도 전에 나는
삶의 허무를 키웠다
목련나무 줄기는 뿌리로부터 꽃물을 밀어올리고
나는 또 서러운 눈물을 땅에 심었다
그래서 내게 남은 것은 무엇인가
모든 것을 나는 버릴 수 있었지만
차마 나를 버리진 못했다

목련이 필 때쯤이면
내 병은 습관적으로 깊어지고
꿈에서마저 나는 갈 곳이 없었다
흰 새의 날개들이 나무를 떠나듯
그렇게 목련의 흰 꽃잎들이
내 마음을 지나 땅에 묻힐 때
삶이 허무한 것을 진작에 알았지만
나는 등을 돌리고 서서
푸르른 하늘에 또 눈물을 심었다

- 류시화의 詩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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