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음동성당 게시판

* 기다림의 선물(10/1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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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국길 [fcan] 쪽지 캡슐

2004-10-19 ㅣ No.3688

연중 제29주간 화요일 (2004-10-19)

독서 : 에페 2,12-22 복음 : 루가 12,35-38

* 기다림의 선물 *

그때에 예수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는 허리에 띠를 띠고 등불을 켜놓고 준비하고 있어라. 마치 혼인잔치에서 돌아오는 주인이 문을 두드리면 곧 열어주려고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처럼 되어라. 주인이 돌아왔을 때 깨어 있다가 주인을 맞이하는 종들은 행복하다. 그 주인은 띠를 띠고 그들을 식탁에 앉히고 곁에 와서 시중을 들어줄 것이다. 주인이 밤중에 오든 새벽녘에 오든 준비하고 있다가 주인을 맞이하는 종들은 얼마나 행복하겠느냐?"
(루가 12,35­-38)

기다리는 일은 언제나 어렵습니다. 세상이 나를 알아줄 때를 기다리는 것처럼 긴 호흡이 필요한 일에서부터 그리운 사람이 나타나기를 기다리거나 짧게는 전철을 기다리는 일까지, 그 정도가 어떠하든 기다리는 일은 기대와 두려움이 섞여 언제나 팽팽한 긴장을 느낍니다. 그래서 더 어렵게 느껴지는가 봅니다.
북아메리카 대륙에만 사는 어떤 소나무는 몇십 년을 씨앗의 형태로 땅속에 있다가 산불이 나면 그 열을 받아 종자의 껍질이 벌어지면서 발아가 된다고 합니다. 산불이 나서 토양은 비옥해지고 경쟁이 될 만한 다른 식물들이 없는 땅의 주인이 되고자 기약 없이 때를 기다리고 있는 것입니다. 남들이 생각하는 죽음의 땅을 기회의 땅으로 만들기 위한 그 소나무의 기다림은 정말 상상이 안 됩니다.
또 참나무 중에는 땅 위에서는 분명 나무로 크고 있는데, 땅속에는 굵은 뿌리의 형태로 살아 있는 경우가 있답니다. 참나무의 전생치수(前生稚樹)라고 한다네요. 도토리가 땅에 떨어져 뿌리를 내리고 싹이 터도 크게 자랄 수 없는 조건이라면 위로 자랄 것을 포기하고 흔적을 남깁니다. 그리고 뿌리에 살아 있던 눈에서 이듬해 다시 싹을 올리고 다시 실패하고, 다시 싹을 올리고 다시 포기하고, 이를 몇십 번 반복한 결과랍니다.
땅속에서 얼만큼의 세월을 견뎌내야 그 위풍당당한 모습으로 큰 그늘을 만들며 빛나게 살아가는 걸까요? 당장 결과를 보지 않으면 이내 지쳐버려 그늘을 드리우지 못하는 저의 조급함에 경종을 울리는 참나무 얘기입니다.
안소니 드 멜로 신부님의 책에서 이런 구절을 읽었습니다. “당신이 할 수 있는 사랑의 가장 좋은 행위는 묵상하고 보는 것입니다. 당신이 좋아하고 가깝게 지내는 사람들을 생각해 보십시오.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그들에 대한 과거의 지식과 경험이 영향을 미치지 못하도록 배제하고 그들 한 사람 한 사람을 처음 보는 것처럼 대하려고 해보십시오. 그들을 잘 안다고 생각해서 미처 눈여겨보지 못하고 놓쳤을지도 모르는 것들이 있는지 찾아보십시오. 친밀함은 진부함과 맹목적 권태를 낳기 때문에 놓치고 지나치는 수도 있습니다. 당신은 새롭게 볼 수 없는 것을 사랑할 수는 없습니다. 끊임없이 새롭게 발견할 수 없는 것을 사랑할 수는 없습니다.
이번에는 싫어하는 사람들에게 다음과 같이 해보십시오. 먼저 그들에게 당신이 싫어하는 어떤 점이 있는지 관찰하고, 공명정대하고 초연하게 그들의 결점을 연구하십시오. 이것은 그들에게 ‘우쭐거린다, 이기적이다, 거만하다’ 등의 꼬리표를 붙일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어떤 사람에게 꼬리표를 붙이는 것은 쉬운 일이기 때문에 이런 일은 정신적인 나태를 드러내는 행위입니다.
어떤 사람을 독특한 그 남자 혹은 그 여자로 보는 것은 어렵고 도전적인 일입니다. 이렇게 함으로써 당신의 태도는 사랑과 용서로 바뀔 것입니다. 결점에 대한 연구가 끝나면 이제 당신이 싫어했기 때문에 전에 보지 못했던 그 사 람의 감추어진 보물을 찾아보십시오. 이렇게 함으로써 당신에게 일어나는 태도의 변화나 느낌을 관찰하십시오. 그들을 이렇게 바라보는 것이 그들에게는 어떤 봉사의 행위보다도 무한한 사랑의 선물이 됩니다.
이제 당신에게도 똑같은 선물을 주십시오. 그러면 당신의 내면에서 일어나는 이 기묘한 사랑의 태도로 말미암아 당신이 당신의 자아를 향해 변화되고 있다는 즐거움을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이선희(서울대교구 대방동 천주교회)

-  내 인생의 신조 -

나는 지식보다 상상력이 더 중요함을 믿는다.

신화가 역사보다 더 많은 의미를 담고 있음을 나는 믿는다.

꿈이 현실보다 더 강력하며
희망이 항상 어려움을 극복해 준다고 믿는다.

그리고 슬픔의 유일한 치료제는 웃음이며
사람이 죽음보다 더 강하다는 걸 나는 믿는다.

이것이 내 인생의 여섯가지 신조이다.

- 류시화의 詩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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