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음동성당 게시판

헤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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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학남 [obbji] 쪽지 캡슐

2004-10-19 ㅣ No.3689





    회자정리(會者定離)








    가을이 깊어가면서 많은 분들과 헤어짐을 경험하고 있지요.
    헤어질 때는 섭섭함, 아쉬움, 허전함 등 많은 느낌이 들지만 헤어짐은 한 단계 발전의 시작이며
    또 다시 만남의 기다림이란 생각을 합니다.

    얼마 전 신부님들의 소임이동이 있었고, 수녀님의 발령도 나서 곧 다른 사목지로 떠나십니다.
    회사에서도 20년 이상 근무하다가 자의로, 타의로 회사를 떠나는 동료들의 편지도
    마음을 우울하게 합니다.

    그래서 '떠남'에 대한 글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가야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나의 사랑, 나의 결별
    샘터에 물 고인 듯 성숙하는 내 영혼의 슬픈 눈.

    - 이형기(李炯基) 의 낙화 중 -


    가을이 오면
    여름날 마음껏 목청을 돋우어 노래를 부르던 잎새들이
    손을 흔들며 안녕을 고하며 떨어집니다

    우리들의 삶이란
    만남과 떠남을 위하여 이루어져 가는 것이기에
    우리가 함께 하는 순간들이 너무나 소중합니다

    우리는 서로 손을 흔들며 안녕을 외친 후에도
    우리들의 사랑은 언제나 아름답게 기억될 것입니다

    - 만남과 떠남을 위하여(용혜원) 중에서 -


    헤어져 보면 압니다. 그 모든 시간이 정지된 느낌을....
    문득문득 솟구쳐오르는 슬픔과 아픔, 그 깊은 외로움을....
    그러나 더는 그 자리에 머물러 있지 마십시오.
    힘이 들지만 툴툴 털고 일어나십시오.
    진정한 자기 성장, 자기 완성은 헤어짐의 경험에서 시작됩니다.
    완전히, 잘 헤어질 줄 아는 것, 만남보다 더 중요합니다.



    :*: :*:...:*: :*:...:*: :*:...:*: :*:...:*: :*:...:*: :*:...:*: :*:...:*:



    “우리 인간은 죽어야 할 운명이다.”
    “만나면 반드시 헤어지게 되어있다(회자정리)”
    “인생은 나그네요 만남이요 나눔이요 버림이요 기쁨이요 헛됨이요 떠남이다.” 라는 말을
    늘 듣고 있으면서도 나에게는 해당이 안 되는 것처럼 살아온 것이 사실이지요.

    우리 인간은 어느 한 곳에 안주하기를 좋아하고 변화를 싫어하는 습성을 갖고 있지요. 그래서
    시골에 사시는 어르신들은 고향을 떠나기 싫어하고, 그렇게 소중히 여기던 자식들이 외지에 살아도
    평생 살아온 고향의 사람들, 집, 논.밭, 자연을 떠나지 못하는가 봅니다.

    인생은 즐거움과 기쁨임에도 불구하고 인생은 결국은 헛됨이고 떠남이란 말입니다.
    인생은 떠남입니다.





    구약의 중요한 주제의 하나는 떠남입니다.
    아브라함이 본토 친척 아비 집을 떠났고 롯이 소돔을 떠났으며 이사악이 그랄을 떠났다.
    요셉은 이상한 방법으로, 타의로 그러나 하느님의 섭리에 의해, 고향을 떠나 타향 에집트에 종으로 팔려갔습니다. 모세는 떠남의 삶을 반복하다가 마지막에는 이스라엘 백성을 이끌고 에집트를 떠났습니다.


    신약의 중요한 주제의 하나도 떠남입니다.
    예수님은 “하느님의 영광을 떠나서 이 세상에 종으로 섬기러” 오셨습니다.
    “종 되신 왕”으로 오셨습니다. 세상에서 구속사업을 다 이루신 후에는 세상을 떠나 하늘로 가셨습니다.
    “세상을 떠나 아버지께로 돌아가실 때가 이른 줄 아시고”(요한13:1).
    “내가 떠나가는 것이 너희에게 유익하다”(요한17:7). 예수님은 우리들도 예수님을 따라서
    떠남의 삶을 살도록 본을 보여주셨고 떠남이 유익이 된다는 높은 차원의 진리도 보여주셨습니다.





    오늘을 사는 우리 신자들도 떠남을 준비하는 삶을 살아야 할 것입니다.
    유교적 전통과 경제성장의 국가정책 가운데서 살아가는 오늘의 신자들이 자칫 떠남의 사실을 망각하고 살아갈 수도 있습니다.
    오늘 한국교회 신자들의 가장 큰 문제점의 하나는 종말신앙을 상실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떠남은 부정적인 의미도 있지만 사실은 긍정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가나안 땅으로 들어감을 의미하고 하느님 아버지 집으로 돌아감을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인생은 떠남의 생활 즉 나그네의 생활을 거듭하다가 나그네의 생활을 마감하고 세상을 떠나 하늘로 올라가게 됩니다.

    인생은 떠남입니다. 떠남을 준비해야 합니다.
    서구의 신자들에 비해 우리는 유언이나 유산을 미리 남기는 것을 꺼려 합니다.
    떠남을 준비하는 한 가지 방법은 우리에게 맡기신 달란트를 모두 사용하는 것입니다.
    떠남을 준비하는 또 한 가지 방법은 많이 울면서 회개의 제사를 드리는 것입니다.
    세상에 대한 미련과 애착을 버리는 것이 좋습니다. 가볍게 후회 없이 떠나야 합니다.
    하느님께서 나에게 맡긴 모든 은사들을 마음껏 사용하고 가볍게 떠나야 합니다.
    몸이 부서지도록 주님이 기뻐하시는 일들을 많이 하고 후회 없이 떠나야 합니다.

    자리도 너무 오래 차지하려고 할 필요는 습니다.
    재산을 너무 오래 소유하고 있을 필요도 없습니다.
    보물을 모두 하늘에 쌓은 후 가볍게 만족스럽게 떠나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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