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음동성당 게시판

* 그래, 니 팔뚝 굵다(10/2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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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국길 [fcan] 쪽지 캡슐

2004-10-20 ㅣ No.3690

연중 제29주간 수요일 (2004-10-20)

독서 : 에페 3,2-12 복음 : 루가 12,39-48

* 그래, 니 팔뚝 굵다 *

그때에 예수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생각해 보아라. 도둑이 언제 올지 집주인이 알고 있었다면 자기 집을 뚫고 들어오지 못하게 하였을 것이다. 사람의 아들도 너희가 생각지도 않은 때에 올 것이니 항상 준비하고 있어라.” 이 말씀을 듣고 베드로가 “주님, 지금 이 비유는 저희에게만 말씀하신 것입니까? 저 사람들도 모두 들으라고 하신 것입니까?” 하고 묻자 주께서 이렇게 대답하셨다. “어떤 주인이 한 관리인에게 다른 종들을 다스리며 제때에 양식을 공급할 책임을 맡기고 떠났다면 어떻게 하는 사람이 과연 충성스럽고 슬기로운 관리인이겠느냐? 주인이 돌아올 때 자기 책임을 다하고 있다가 주인을 맞이하는 종이 아니겠느냐? 그 종은 행복하다. 틀림없이 주인은 그에게 모든 재산을 맡길 것이다. 그러나 만일 그 종이 속으로 주인이 더디 오려니 하고 제가 맡은 남녀 종들을 때려가며 먹고 마시고 술에 취하여 세월을 보낸다면 생각지도 않은 날 짐작도 못한 시간에 주인이 돌아와서 그 종을 동강내고 불충한 자들이 벌받는 곳으로 처넣을 것이다. 자기 주인의 뜻을 알고도 아무런 준비를 하지 않았거나 주인의 뜻대로 하지 않은 종은 매를 많이 맞을 것이다. 그러나 주인의 뜻을 몰랐다면 매맞을 만한 짓을 하였어도 덜 맞을 것이다. 많이 받은 사람은 많은 것을 돌려주어야 하며 많이 맡은 사람은 더 많은 것을 내어놓아야 한다.”
(루가 12,39­-48)

◆“주님, 지금 이 비유를 저희에게만 말씀하신 것입니까? 저 사람들도 모두 들으라고 하신 것입니까?”라는 베드로의 질문에는 ‘주님, 저희는 저 사람들과 같은 수준이 아니지요?’라는 차별의식이 숨어 있는 듯합니다. ‘주님, 우린 좀 특별합니다. 그렇지 않습니까?’라고 말하고 싶었나 봅니다. 주님께서는 그런 베드로의 질문에 대해서 기대했던 대답을 주지 않습니다. ‘그래, 너희에게만 특별히 가르쳐 주는 거야’라든가 ‘아니, 모두 다 들으라는 말이다’라고 하지 않으셨기 때문입니다. 예수께서는 그런 대답 대신 ‘책임’에 대한 이야기를 합니다. 베드로의 꿍꿍이속을 들여다보고 계신 예수님의 혜안을 발견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그래, 네가 좀 달라 보이고 싶으냐? 많이 가진 녀석은 더 많은 책임이 있는 게야. 네가 나와 좀 특별한 사이라는 것이 네 발목을 붙잡을 게다. 몰라서 잘못한 녀석은 책임이 덜하지만 네 생각대로 너와 내가 다른 사람들과는 다른 관계라면 너야말로 다른 사람들보다 더 막중한 책임을 지녔다는 것을 명심해라’라는 말씀이 아닐까?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다른 사람들과 같아서는, 차별화되지 않고서는 살아 남을 수 없다는 생각이 우리 사회를 보이지 않는 전쟁터로 만들어 갑니다. 또 그런 전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필요한 준비를 갖추도록 아이들을 ‘만들어’ 가고 있는 게 요즘 풍속도입니다. 하나밖에 없는 자식이니 오죽하겠느냐고 생각해 보기도 하지만 자칫 그런 아이들이 자라나 자기만을 생각하는 사람들로 가득찬 사회에서 살아간다면 그것이야말로 아이들의 미래를 망치는 것이 아닐까 걱정되는 것도 사실입니다. ‘다른 사람과 다른 나’는 그에 따른 책임도 특별하다는 것, 더 나아가 나만 다른 것이 아니라 그런 수많은 ‘다른 나’가 함께 살아가야 할 곳이 세상임을 깨우쳐 주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이정석 신부(전주 가톨릭신학원)

-  아무것도 아닌 것들 . -

여기에 둥근 기둥이 있어 아무도 그 것을 둘러가지 못하리라
그리고 여기에 흙 위에 솟아 나온 뿌리가 있어
그것은 방향없는 눈
아무것도 아닌 것

발에 채인다 여기
모든 흐름을 멈추게 하는 것
빛을 갉아먹는 황금색
벌레들
아무것도 아닌 것들

새삼 사랑을 공개할 필요는
없으리라 눈 위에 눈 위의 감시자들에게 새삼
나의 애인을 들추어 낼 까닭이 없다
여기
하늘에서는 조용히 구름이 날고 이미
이전에 왔던 이가 또 소리친다
이제 곧 종말이 오리라 알지 못하는 사이에
그렇게

그렇게
우리는 우리가 아무것도 아니란 걸 안다
우리는 우리가 온 곳으로 되돌아가는 도중에 있음을
안다
눈 속의 감자들, 감자의 죽은
눈들

우리는 소리없이, 줄지어
검은 나무들 아래로 지나간다
안개, 기둥들,
들리지 않는 소리들
한때 눈 속에 퍼묻혀 있던
것들, 눈을 아프게 하는 것들

여기에 멈추지 않는 흐름이 있어 우리와 함께
지나간다
소리지른다, 언제나 들리는
소리들
여기에 우리가 서 있어 아무도 우리를 구속하지 못 하리라
그리고 여기에 찬란한 기둘들이 서 있어 아무것도
우리의 찬양을 받지 못한다
아무것도 아닌 것들

- 류시화의 詩중에서 -


님을 초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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