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음동성당 게시판

* 순간의 선택이 ...(10/2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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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국길 [fcan] 쪽지 캡슐

2004-10-22 ㅣ No.3696

연중 제29주간 금요일 (2004-10-22)

독서 : 에페 4,1-6 복음 : 루가 12,54-59

* 순간의 선택이... *

그때에 예수께서 군중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는 구름이 서쪽에서 이는 것을 보면 곧 ‘비가 오겠다’고 말한다. 과연 그렇다. 또 바람이 남쪽에서 불어오면 ‘날씨가 몹시 덥겠다’고 말한다. 과연 그렇다. 이 위선자들아, 너희는 하늘과 땅의 징조는 알면서도 이 시대의 뜻은 왜 알지 못하느냐? “너희는 무엇이 옳은 일인지 왜 스스로 판단하지 못하느냐? 너를 고소하는 사람이 있거든 그와 함께 법정으로 가는 길에서 화해하도록 힘써라. 그렇지 않으면 그가 너를 재판관에게 끌고 갈 것이며 재판관은 너를 형리에게 넘겨주고 형리는 너를 감옥에 가둘 것이다. 잘 들어라. 너는 마지막 한푼까지 다 갚기 전에는 결코 거기에서 풀려 나오지 못할 것이다.”
(루가 12,54­-59)

한동안 인터넷에 엽기 급훈이라는 것이 소개되었습니다. 신세대 취향에 맞게 톡톡 튀는 여러 가지 급훈이 세상 참 많이 변했다는 것을 느끼게 했습니다. 예를 들면 ‘○○○가 보고 있다’라는 게 있는데 ○○○은 그 반 담임 선생님의 이름이었다고 합니다. 내게도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총 12개의 급훈이 있었지만 생각나는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그런데 유독 우리 옆반 급훈이 ‘머리는 차갑게, 가슴은 뜨겁게’라는 것이었습니다. 대부분 ‘열심히 공부하자’, ‘정직한 사람이 되자’라는 틀에 박힌 급훈이었는데 그 반 급훈은 인상적이어서 아직도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정확한 상황판단을 위해서는 차가운 지성이 필요한 법이지요. 이웃과 사소한 싸움이 원수지간으로 변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말 한마디로 천냥 빚을 갚는다는 속담이 있습니다. 그런데 반대로 감정에 휩싸이다 보면 정작 지금 벌어지는 일의 시작과 끝에 대한 정확한 인식 없이 일 자체에 휩쓸려 낭패를 보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럴 때일수록 ‘차가운 머리’가 필요한 법인데 뜨거운 가슴이 앞서 나가면서 머리까지 익혀버리기 때문이겠지요. ‘아주 끝장을 보자!’는 식으로 덤벼들기 전에 일의 전후를 냉정히 바라보고 먼저 화해를 청하는 것도 뜨거운 가슴을 지닌 사람에게 어울리는 화끈한 삶의 방식일 것입니다.

이정석 신부(전주 가톨릭신학원)

-  저편 언덕 -

 
슬픔이 그대를 부를 때
고개를 돌리고
쳐다보라
세상의 어떤 것에도 의지할 수 없을 때
그 슬픔에 기대라
저편 언덕처럼
슬픔이 그대를 손짓할 때
그곳으로 걸어가라
세상의 어떤 의미에도 기댈 수 없을 때
저편 언덕으로 가서
그대 자신에게 기대라
슬픔에 의지하되
다만 슬픔의 소유가 되지 말라

- 류시화의 詩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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