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계동성당 게시판

홍신부님 강론(9월 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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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경

2002-09-07 ㅣ No.4907

오늘은 마태오 복음 3장 13에서 17절의 말씀을 가지고 묵상하겠습니다.

 

’세례를 받으신 예수’

-- 그 즈음에 예수께서 세례를 받으시려고 갈릴래아를 떠나 요르단강으로 요한을 찾아오셨

다.그러나 요한은 "제가 선생님께 세례를 받아야 할 터인데 어떻게 선생님께서 제게 오십니

까?"하며 굳이 사양하였다.

예수께서 요한에게 "지금은 내가 하자는 대로 하여라. 우리가 이렇게 해야 하느님께서 원

하시는 모든 일이 이루어진다"하고 대답하셨다.

그제야 요한은 예수께서 하자시는 대로 하였다.

예수께서 세례를 받으시고 물에서 올라오시자 홀연히 하늘이 열리고 하느님의 성령이 비둘

기 모양으로 당신 위에 내려오시는 것이 보였다.

그 때 하늘에서 이런 소리가 들려왔다.

"이는 내 사랑하는 아들, 내 마음에 드는 아들이다." --

 

이 복음에서 묵상할 주제는 성부께서 예수님을 보고서

"내 마음에 드는 아들이다"라고 하셨던 말씀입니다.

그 말씀을 가지고 묵상해 보려고 합니다.

 

미국의 신자분들이 초청을 해 주셔서 그곳에 가서 강의도 하고 개인상담, 집단상담도 해 드

렸지요. 하지만 그곳에 있는 동안 마음이 편치 않았습니다.

전에는 미국에 사는 분들은 행복하겠지, 한국에서 사는 분들보다 훨씬 낫겠지 라고 생각을

했었는데 막상 가서 보니 그렇지가 않았습니다.

이곳의 분들보다 훨씬 힘들게 살고 계십니다.

돈은 많이 벌지 몰라도 쓰는 비용이 이곳에서보다 훨씬 많이 듭니다.

LA에서는 슈퍼갈때도 자동차가 없으면 못 갑니다.

식구마다 자동차가 있으니까 그걸 굴려야되니 그 돈이 얼마나 많이 들겠어요.

또 그곳에서는 집이든 물건이든 모두 월부로 산다고 하더군요.

월부로 사서 갚는 겁니다.

한달에 번 돈이 월부돈 내고 나면 남는게 없다고 합니다. 저축을 못 한다고요.

겉보기에는 그럴듯합니다. 좋은 집에 좋은 차에.

하지만 속에 들은게 없다는 거죠. 늘 돈에 짓눌려 삽니다.

이민온 분들을 보니까 대개 자식교육을 위해서 이민을 오신 분들이더군요.

그분들을 보면서 자식을 위해서 부모가 치르는 대가가 너무 크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부모님들이 여기서 아무리 공부를 잘했어봐야 거기서 인정을 못 받습니다.

영어도 못하고 자격증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러니까 대접을 못 받고 그렇게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어쨌건 그분들이 사시는 모습을 보니까

똑같이 힘든 땅에서 사는데 어떤 분은 그래도 마음 편하게 사시는가 하면

아주 힘들게 사는 분도 있습니다.

그것을 보면서

행복하다는 것은 결국 자기가 마음먹기에 달린 거다--라는 생각이 다시 들었습니다.

미국 이민간 분들이 영어는 딸리고 돈은 벌어야겠고

그래서 처음에 선택하는 직업이 대개 건물청소입니다.

건물청소하는데 영어 쓸 일이 없지요.

그냥 화장실 치우고 건물 쓸고 닦고, 그러면 됩니다. 그게 돈을 제일 많이 번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일을 하면서 어떤 사람은 몇년이고 일해서 돈을 벌고 독립을 하는가 하면

그 일을 못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자존심때문에.

’내가 왜 이 일을 해야돼!’라는 자존심때문에 몇달을 못 버팁니다.

아주머니들의 경우는 식당일을 하는 분이 많습니다.

식당에서 그분들이 써빙하는것을 살펴보니

어떤 분은 굉장히 즐겁게 일을 하는데 어떤 분은 음식을 그냥 탁 갖다 놓습니다.

우리는 식당 종업원으로 일하면 월급을 주지만

미국에서는 월급은 손님이 주고간 팁을 받아가지고 삽니다.

팁은 음식값의 10~15%를 주는데, 서비스가 좋으면 많이 놓고 가고 서비스가 나쁘면 아주

조금 놓거나 어떤 땐 놓지 않고 갑니다.

내가 옛날에 이랬는데-- 하는 생각으로 손님에게 함부로 대하는 사람은 돈을 못 받습니다.

그 사람이 옛날에 뭘 했는지 손님이 알게 뭡니까.

 

힘들지만 그래도 미국 생활에서 웃고 여유있는 분들을 보면

자기 과거를 생각하지 않는 분들,

지금 여기서 사는 것에 행복감을 찾으려고 애쓰는 분들이었고

내가 한국에서는 뭘 했는데-- 하는 분들은 지지리 궁상으로 삽니다.

특별히 남자분들의 경우 이런 것이 더 심합니다.

내가 옛날에 한국에서 뭘 했는데-- 하는 분들은 취직을 못합니다.

거기에서 아무일도 못하고 백수건달로 삽니다.

부인들이 백수건달 남편을 먹여살리는데 그게 한계가 있지요.

그래서 이혼을 참 많이합니다. 남자들이 버림을 받는거지요.

거기서 느낀것이

내가 살고 있는 지금 여기에 머물러서 행복감을 갖는 마음을 가진 분들은 건강한데,

옛날엔 내가 이랬는데-- 하고 마음이 과거에 가 있거나

앞으로 이래야 될텐데-- 하고 마음이 미래에 가있는 분들은 계속해서 부대끼며 삽니다.

아-- 마음은 선택하기에 달린 거구나-- 하는 생각이 다시 들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하느님이 예수님을 보시고

"내 마음에 드는 아들이다" 라고 말씀하셨지요.

예수님이 왜 성부의 마음에 드는 아들이 되었을까요.

예수님은 당신에게 주는 삶에 대해서 불평을 안 했습니다.

그냥 주시는 것에 대해서 머물러 있었습니다.

그래서 하느님이 당신 아들을 어여삐여기셨습니다.

신앙생활에서도 마찬가지로 그런 훈련을 시켜드리는 것입니다.

신앙생활하면서 가장 많이 듣는 말이 ’하느님께 감사드리라’는 말일겁니다.

감사드릴 일도 없는데 무슨 감사를 하란 말이야-- 하는 생각이 들정도로

그 말을 자주 듣지요.

그런데 감사의 영성이 바로

마음이 지금 여기에 머물게 하는 훈련을 시켜드리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나는 남편하고 사는데 감사할게 하나도 없어! 남편이 오히려 나한테 감사해야돼!’

이런 마음을 갖고 산다면 그 관계는 오래 못갑니다.

’난 이런 남편이라도 있는게 좋아. 내 자식이 공부를 못하지만 그래도 예뻐.

 그래도 감사해. 병에 안 걸리고 사는 것 만으로도 얼마나 좋아’

이런 마음을 갖고 사는 분들은 뭔가 마음이 너그럽습니다.

 

미국에서 만난 자매님중에 이런 분이 있었습니다.

남편이 회사를 차려서 크게 성공하여 돈을 무척 많이 벌었었답니다.

갈코리로 긁어모으듯이 돈을 벌었었는데

남보기에는 번듯하니  살았지만 마음이 늘 편치 않았다고 합니다.

남편이 마음이 교만하고 사람들을 종 부리듯이 다루고 부인에게도 스트레스를 주고 해서

부인이 ’차라리 돈이 없는게 낫겠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는군요.

그런데 정말 폭삭 망하게 되어서 지금은 남편이 조그만 회사를 차려 근근히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부인은 ’회사가 망한건 하느님의 은총이야...’ 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왜인가 하니,

지금은 남편이 기도를 하고, 가족이 있다는 것에 감사하는 마음도 가지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 자매님은 딸 둘이 모두 장애자입니다.

팔다리만 못쓰는 장애자가 아니라 정신지체입니다.

대소변을 받아내야하고 특히나 큰딸은 배변기능이 없어서 매일 관장을 해야 합니다.

하지만 그 자매는 딸 둘이 다 그런데도 불만을 가지지 않았습니다.

하느님도 원망안하고 남들도 원망안하구요.

그래도 딸들이 예쁘다고 칭찬을 합니다.

딸들이 정말 어쩌다가 예쁜짓 한번 하면 그렇게 좋아합니다.

물론 돈 때문에 힘들긴 하지만, 돈을 잃은 것에 대해서 후회하지 않는다고 하더군요.

대신 남편이 마음을 바로잡은 것이 너무 감사하다고 말을 했습니다.

그 자매님을 보면서 참으로 부끄럽고 존경스러웠습니다.

자기 자식이 장애자라고 해서 쓰레기통에 버리고 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어떤 사람은 장애자인 딸이 둘이나 있는데도 예쁘게 키우는구나....

사람의 마음은 자기가 만드는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가 지금 여기에 머무는 시간을 맛보는 훈련이 있습니다. 굉장히 중요한 훈련입니다.

어떤 것인가 하면 내가 사는 삶이 얼마나 맛있는가 하는 것을 느끼는 훈련입니다.

예전에 왕건이라는 드라마에서 이런 장면이 나왔었습니다.

견훤이 왕건에게 막 쫓겨가다가 한숨 놓고 쉬고 있는데

그가 갑자기 "아-- 하늘이 맑고 꽃이 예쁘다--" 라고 말합니다.

그것이 바로 견훤의 그릇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그릇이 작은 사람들은 하루종일 쫓겨삽니다.

내일 뭐해야지-- 옛날에 왜 이랬지-- 그러면서

마음이 지금 머물러 있지 못하고 앞뒤로 찢어져서 삽니다.

그래서 내 앞에 꽃이 있어도 꽃이 안 보입니다.

그런데 견훤은 자기 목숨이 왔다갔다 하는 와중에도 꽃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견훤옆에 있던 장수는 그것을 보고 이런 말을 하지요.

"역시 왕이 될 그릇은 다르구나.."

여러분의 남편을 한번 생각해봅시다.

남편이 하루종일 사업이 안된다고 안달복달을 하면서 인상을 쓰고 있으면

식구들이 숨막혀 죽습니다.

아무리 바깥일이 힘들어도 집에 와서 커피 한잔 마시면서

아-- 커피맛이 너무 좋네-- 그러면 식구들이 숨을 쉬며 살 수가 있습니다.

 

내가 지금 여기서 누리는 기쁨의 맛을 볼수 있는 힘은 어디서 생기는가?

훈련해야 생깁니다.

간단한 훈련방법을 가르쳐 드리겠습니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것이 있죠.

나는 차 마시는 것이 좋다, 글쓰는게 좋다, 그림 그리는게 좋다,

뭐 또는 그냥 돌아다니는게 좋다... 등등등

내가 좋아하는게 한가지는 다 있습니다.

마음이 너무나 힘들때

내가 제일 좋아하는 것 한가지만 해서 쉬는 시간을 가져야 합니다.

내가 좋아하는게 바람쐬면서 그냥 걷는 거라면

그런 분들은 불암산에 올라 바람을 맞는 겁니다.

그러다보면 내가 지금 여기 살고 있는 맛을 느끼게 됩니다.

그 맛을 느끼시게 되면 다른 어려움, 문제들을

쉽게 이겨낼수 있는 힘이 생깁니다.

대개 인생살이를 어렵다고 하는 분들을 보면

쉬는 시간을 못 갖는 분들, 인생의 맛을 모르는 분들입니다.

늘 쫓겨서 삽니다.

남편 사업이 잘 되면 자식 걱정

자식이 공부 잘하면 남편 사업 걱정하면서

늘 걱정거리만 쫓아다니면서 사는 분들이 사는게 힘들어 보입니다.

아무리 고달픈 삶이라해도 하느님이 내게 주신 기쁨이라는게 반드시 있습니다.

사람마다 다 있습니다.

그 맛을 느낄줄 아셔야지만 살만한 힘이 생깁니다.

여러분들은 어떤때 기쁘신가요?

어떨때 살맛이 나세요?

어떨때 마음이 흐뭇하세요?

난 성당에 와서 있는 시간이 좋다-- 그런 분들은 성당에 오셔서 그 기쁨을 맛보시는 겁니다.

난 커피마시는게 좋아-- 그런 분들은 커피 한잔 하시면서 그 기쁨을 맛보시는 거구요.

이렇게 자기 나름대로

마음이 밖으로 도망가지 않게 지금 여기에 머무는 훈련을 시켜주시면 됩니다.

이것이 참 중요합니다.

그걸 잘하는 분들이 얼굴이 환합니다.

그걸 못하는 분들은 인생이 무겁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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