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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남의 배낭여행-17]대만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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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정대 [changjhon] 쪽지 캡슐

1999-12-07 ㅣ No.1109

◎세계인과 대화하는 배낭여행 - 17회 {대만-3}

 

 

나는 오늘 따이쭝으로 가는 길에 중니에 있는 소인국(小人國)을 둘러볼 양으로 아침 일찍 서둘러 따이뻬이역으로 갔다. 오전 9:55분 발 중니행 자강호(5,000원,새마을호에 해당-이 시간대에 유일 한 것)티켓을 끊었다. 아직 출발 시간이 1시간 이상 남았기에 역내 구경을 시작했다.

 

역사(驛舍)를 돌아보니 그 규모가 너무 위압적이다. 과장(誇張)을 좀 하면 대만 섬보다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그들의 대륙적 기질인가 싶었다. 그러나 독특한 양식의 중앙 기둥하며 내벽의 대형 그림과 문형 등은 중국 본토를 그리는 그들의 애틋한 애향심을 잘 나타낸 듯 했다.

 

나는 구내 식당이 눈에 띄어 들어가 보았다. 부폐식인데 꽤나 먹을 만한 곳이다. 우선 깔끔하고 식사 내용도 다양할 뿐만 아니라 훌륭했다. 그래서인지 많은 사람들이 이곳에서 아침 식사를 즐기는 것 같았다.

 

이제 시간이 된 듯 싶어 개찰구로 갔다. 내 순서가 되어 개찰할 때다.  나는 그 개찰원에게 어느 플렛폼으로 가야 되느냐고 물었다. 그 개찰원은 내가 외국인임을 알아챈 듯 내 바로 뒤에 있는 학생에게 무슨 예길 하더니 그 학생을  따라가면 된다고 했다. 같은 방향인지 궁금하여 그 학생의 표를 보았더니 같은 시간에 같은 차량이 틀림없었다. 다행이다 싶어 나는 그 학생을 따라갔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플렛폼엔 사람들이 전혀 없었다. 물론 기차는 곧 출발할 듯 동력이 연결된 상태로 대기 중이었다. 뭐 그럴 수도 있겠거니 했지만 찜찜한 건 사실이었다.

 

나는 그 학생과 함께 기차에 올랐다. 그런데 더욱 더 이상한 건 차내도 텅 비어 있었다는 것이다. 거저 썰렁할 뿐이었다. 그냥 우리 둘은 마주보고 앉았다. 더 황당한 것은 바로 이 학생의 차분하면서도 의젓한 태도였다. 나는 뭔가 잘못됐다는 육감을 가지면서도 내색은 하지 않았다. 나는 이 학생과 간단한 인사 나누기와 날씨 얘기 등만 했다. 그의 이름은 위셩이고, 중학생인데 영어를 제법 했다.

 

 

기차 안에는 여전히 우리 둘 뿐이다. 그러나 출발 시간이 되니 기차는

움직이기 시작했다. 괜스레 걱정을 했구나 하면서도 내심 석연치 않은 마음 또한 가시지 않았다. 마침 차장인 듯한 직원이 저쪽 칸 통로에서 뭔가를 체크하고 있었다. 나는 그에게 다가가 물었다. 물론 그쪽도 텅 비어 있었다. 나는 내 표를 그에게 보여주며 확인을 하니 이 직원은 그냥 고개를 흔들며 "No"를 연발한다. 나는 이쪽을 바라보고 있던 학생에게 와서 자세히 물어 보라고 했다. 그 학생이 왔다. 그리고 얘길 듣고 나더니 우리가 탄 이 기차는 지금 차량 정비소로 간다는 것이다.

 

그리고 20여분 후 기차가 멈춘 곳은 어느 외진 변두리 차량 정비소였다. 순간 내 머리 속은 잔뜩 긴장된 채 헷갈리기 시작했다. 자기를 따라오라는 거의 무표정한 위셩의 태도에 나는 전혀 예상치 못한 상황에 놓인 채 긴장과 불안에 사로잡혔다. 아드레날린이 동시 다발로 쏟아진 것이다. 근데 인석은 꼬맹이 학생답지 않게 너무나 의젓했다.

 

우리는 한 참을 그 황량한 벌판의 철도 구역을 걸어 나왔다. 나야 뭐 어떻게 할 방법이 없었다. 그냥 아무 말 없이 앞만 바라보고 걷고 있는 위셩의 뒤를 쫒아 가는 것 밖에. 정말 순간 순간 별의 별 생각이 다 들었다. 과연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는 것인지. 어쩌면 그 차장과 한 패인지도 모른다는 생각까지. 별 말이 없고 무뚝뚝한 인석의 태도가 나를 더 불안하게 했기 때문이다.

 

드디어 1차선 도로에 접어드니 드문드문 차들이 다닌다. 잠시 후 택시 한 대가 우리를 기다리고나 있었다는 듯이 스르르 다가 왔다. 그리고 위셩이 운전자에게 다가가 뭐라고 얘길 하더니 나보고 택시에 타라고 하면서 자기도 탔다. 엉겁결에 탈수밖에, 나는 마치 정신없는 사람처럼 이 꼬마가 시키는 대로 따를 수밖에 없었다.

 

위셩의 주문을 듣고 택시는 어디론가 달리고..., 자기들끼리는 내가 무슨 얘긴지 알 수 없는 말들을 계속 해댔다. 게다가 택시 기사의 인상이나 용모는 단정치 못했다. 그의 손질하지 않은 머리와 옷 입은 상태 등이 꼭 불한당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점점 더 나를 불안과 긴장 속으로 몰아 넣는 것 같았다.

 

내가 위셩에게 지도를 꺼내 보이며 현재의 위치와 목적지를 알려 달라고 하니 그가 지도 위에 현 위치를 표시해 준다. 그러나 여전히 불안하긴 매 한가지였다. 도대체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지 알 수 없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바깥 주변을 보니 분명히 조금 전에 지났던 길을 다시 온 것이 틀림없었다. 나는 위셩에게 왜 빙빙 도는지 물었다. 그리고 위셩은 운전사에게 그 말을 했다. 그 운전사는 갑자기 차를 길옆에 세우더니 뒷 트렁크를 열었다. 그리고 나보고 와서 보라고 했다. 나는 이 학생에게 왜 저러느냐고 물었더니 그 운전사는 자기가 강도가 아니란 걸 나에게 보여주고 싶어서라고 했다. 갈수록 태산이었다.

 

참 묘한 분위기가 감도는 가운데 택시는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상당 거리를 달린 뒤 택시는 어느 기차역 앞에서 멈췄다. 나는 이때야 비로소 안심할 수 있었다. 택시 요금계를 보니 150元(약6,000원)이다. 내가 요금을 내려고 하니 위셩이 재빨리 자기 지갑에서 돈을 꺼내 지불해 버렸다. 그리고 그는 바로 기차역 매표소로 가더니 중니까지 가는 표를 2장 사서 한 장을 나에게 주었다. (이 기차는 비둘기호 급) 역 안에 잠시 서 있는 동안 나에게 거지 한 명이 접근했는데 그때 위셩이 뭐라고 얘기하니 그 거지는 조용히 물러서기도 했다.

 

우리는 함께 기차를 탔다. 그때까지 별 말이 없던 위셩이 말문을 열었다. 그는 미안하다고 하면서 자기 잘못으로 나의 스케줄에 차질이 생겼음으로 당연히 자기가 요금을 다 내야 한다는 것이다. 오히려 미안한 것은 내가 아니냐는 말에 그는 결코 그렇지 않다고 했다. 인석의 나이에 걸맞지 않게 담담하고 어른스런 표정과 말엔 강한 책임 의식이 작용하고 있었다.

 

 

기차가 중니에 도착하니 11시였다. 나는 위셩에게 같이 점심을 하자고 했다. 내가 한 턱을 내겠다며 식당으로 갈 것을 몇 번이나 권했다. 그러나 위셩은 시간이 없다며 괜찮다고 했다. 그럼 빵집에 가자고 했더니 따라왔다. 시간이 없어 빨리 가야 된다기에 맛있게 생긴 빵과 음료수를 한 봉지 담아 건네주니 그것을 받아 쥐고 급히 나갔다. 빵집 앞을 나와 나는 이렇게 헤어지면  너무 섭섭하니 사진이라도 한 장 찍자고 했더니 학생은 도망가다시피 내뺐다.

 

한 참을 서서 급히 걷는 그 학생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는데 그의 뒤통수에도 나의 강력한 애정 어린 시선의, 쎄타(Theta)수준은 아니더라도 알파(Alpha)수준의 뇌파를 감지했음인지 그는 걸음을 멈춘 뒤 뒤돌아 섰다. 그리고 나를 보고 미소를 지우며 손을 흔드는 것이 아닌가. 그 짧은 순간의 위셩의 웃음은 티없이 맑은 앳된 소년의 모습 그대로였다. 나에겐 너무나 크고 소중한 선물을 그 꼬맹이 학생은 먼발치에서나마  남기고 사라진 것이다.

 

 

나는 다시 버스를 탔다. 그리고 30분 정도 가니 소인국(windows on China or miniature town)이 나타났다. 이곳은 1984년에 문을 연 뒤 유명 관광 명소로 자리 메김 된 곳이다. 입장료 160元(4,600원)은 적지 않은 돈이었지만 그만한 가치는 곧 드러났다.

 

소인국은 반만년의 중국 역사와 그 문화가 축소 응축되어 한 눈에 들어오게끔 잘 꾸며져 있었다. 고궁 박물관, 국부 기념관, 중정 기념당, 고웅항 부두, 만리장성, 중국 대륙의 북경 자금성, 구문석불, 공항, 철도 그리고 세계에 널리 알려진 피라밋 스핑크스, 신전 그리고 유명한 대통령상 등이다. 그리고 이곳은 중국 본토와 대만의 사적(史蹟) 71개소가 정확히 1/25로 축소되어 있었다.

 

지붕 기와에서부터 창살 그리고 빗장 하나까지 그 정교한 공작 조형 솜씨에 감탄을 자아내게 했다. 5만여 곳의 장소에 배치된 소인들의 복장은 물론 그 인물 묘사가 너무나 실감나게 잘 꾸며져 있었다. 허리를 굽혀 그 섬세하고 정교하게 축소된 공작 조형물들을 하나하나 들여다보면 나는 어느새 소인국의 걸리버가 된 기분이었다. 내가 비디오로 촬영한 축소 만리장성을 보여주었을 때 아무도 가짜라는 걸 몰랐을 정도였다.    

 

▶감사합니다.        <대만-4 계속>           - 장 정 대 -

 

▶E-mail: jackchang7@yahoo.com          ◎All rights reserv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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