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사동성당 게시판

사람을 키워주는 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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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진우 [yanwely] 쪽지 캡슐

2001-04-22 ㅣ No.6612

마음을 넓히고 깊게 해주는 말 - 미안해

 

  "미안해"

  이 말이 떨어지자마자

  굳었던 친구의 얼굴에 미소가 피어올랐다.

  나도 따라 웃었다.

  내가 먼저 솔직하게 내 마음을 열자

  친구도 마음을 열고 웃음으로 맞아주었다.

  우리는 무엇 때문에 싸웠는지 까맣게 잊은 채

  서로의 웃는 모습을 마주보면서 다시 친구가 되었다.

  "미안해"라고 말한 그날

  내 마음과 우정이 한 뼘쯤 자랐다.

 

 

 겸손한 인격의 탑을 쌓는 말 - 고마워

 

  어렸을 적 경험이다.

  나는 동생이 준 생일선물을 풀러 보고 실망했다.

  참 볼품 없는 인형이었기 때문이었다.

  내겐 별 소용이 없는 것이기도 해서

  그냥 서랍에 넣어두었는데

  그걸 본 동생은 풀이 죽었다.

  며칠 뒤 엄마는

  "그건 동생이 가장 아끼던거야"라고 말했다.

  나는 부끄러웠다.

  그날 밤 잠든 동생을 보며 속삭였다.

  "고마워"

 

 

  날마다 새롭고 감미로운 말 - 사랑해

 

  "사랑해"라고 말해보자.

  사랑하는 사람에게 그리고 나에게.

  하루 세 번 말해보자.

  미소도 곁들여서.

  "사랑해"라는 말 속에는 무서운 힘이 있다.

  크고 작은 어려움을 이겨내는 힘이

  "사랑해"라는 속삭임 속에 들어 있다.

  말할수록 들을수록 힘이 솟구치는 말.

  그이의 마음이, 내 마음이 자꾸만 커지고 밝아진다.

  세상이 밝아진다.

 

 

   사람을 사람답게 자리잡아 주는 말 - 잘했어

 

  진심으로 잘되기를 바라는 이가 있다면

  칭찬을 아끼지 말자.

  눈에 띄는 결과는 아니더라도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다면,

  "잘했어"라고 말해주자.

  "네가 자랑스러워"라고 함께 기뻐하자.

  그 순간부터 그 사람은

  정말 '잘하는' 사람이 된다.

 

 

  화해와 평화를 이루는 말 - 내가 잘못했어

 

  살아가다 보면 가까운 사람과도 다툴 때가 있다.

  다툼은 언제나 서로에게 상처를 낸다.

  상처를 얻고서야 내가 조금 양보할 걸 하고

  후회하기도 하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다.

  아무리 빨라도 언제나 늦다.

  다툼이 커지기 전에

  "내가 잘못했어"하고 먼저 용서를 빌어보자.

  얼핏보면 자존심을 잃는 것 같고,

  자신이 속절없이 지는 것 같지만

  그 한 순간만 지나면 화해와 평화의 문이 열리고,

  "내가 잘못했어"라고 말한 사람이

  이기는 것을 경험하게 된다.

 

 

  모든 것 덮어 하나되게 해주는 말 - 우리는

 

  "우리는", 신비스런 힘이 담긴 말이다.

  "우리는", 너와 내가 만나 하나임을 깨닫게 하는,

  술 한잔 나눠 먹고 어깨동무하는,

  마음껏 울고 싶고 소리치고 싶을 때 함께 있는,

  홀로 환한 북극성보다

  어우러져 넘실대는 은하수이고 싶은,

  마주잡은 손으로 깊어지는,

  너이고자 하는 나이다.

 

세상에서 가장 귀한 보배스런 말 - 친구여

 

  지치고 힘겨울 때마다 가만히 불러본다.

  "친구여" 네가 있으므로 내가 있고,

  내가 있으므로 네가 있는 존재.

  언제나 내 편이 되어주는 영원한 나의 분신.

  함께 지나온 시간들이 귀하고 정겹다.

  더러는 쉬 다투고 토라졌지만

  언제나 제자리로 돌아와 다시 '우리'가 된다.

  가슴 한켠 허전할 때마다 다시 불러보는

  "친구여".

 

 

  봄비처럼 사람을 쑥쑥 키워주는 말 - 네 생각은 어때

 

  "네 생각은 어때? 좀더 나은 방법이 없을까?"

  물건을 정리하던 아버지는

  고개를 갸우뚱하며 말씀하셨다.

  "그건 그 옆에 세워놓는 게 좋겠어요."

  아버지는 얼른 옮겨놓고는 잠시 바라보았다.

  고개를 끄덕이며 흐뭇한 표정으로 돌아보는 아버지.

  당신의 그 따뜻한 시선이 저를 길렀습니다.

 

 

  언제이든 온 날들을 새로워지게 하는 말 - 첫마음으로 살아가자

 

  대학시절, 첫 크리스마스 때

  '초심(初心)'이라 적은 카드를 보내주신

  은사가 계셨다.

  그리고 그 다음해 크리스마스 때엔

  '항심(恒心)이라고 쓴 카드를 보내주셨다.

  "무슨 일이든 초심 곧 첫 마음을 가지고 임하고,

  또 항심 곧 늘 한결같은 마음으로 살라"는 당부였다.

  나는 지금도 이 은사의 말씀을 마음에 새기며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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