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게시판

[상아탑]글 조각 11

인쇄

이종호 [jhp94] 쪽지 캡슐

1999-09-17 ㅣ No.1287

  

  그가 당시의 모든 유물론적 철학 체계들을 헛되이 헤매고 다닌 뒤에 마지막으로

 

신플라톤주의를 만났을 때, 이 철학의 폭발적인 위력은 그 때까지 아우구스티누스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모든 철학 체계들을 바람에 날리는 겨와도 같이 단숨에 날려버리

 

기에 충분하였습니다. 그는 "플라톤주의자들의 책을 읽고 비물질적인 진리를 추구하

 

여야 한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그와 더불어 그는 플라톤주의자들의 책 속에서 성경

 

의 많은 가르침이 철학적으로 증명되어 있음을 발견하였습니다. 그는 플라톤주의자의

 

책이 "말은 같지 않지만 실은 여러 가지 논증으로 ’성경의 가르침’과 같은 내용을

 

설명하고 있음을 발견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이처럼 플라톤주의에 고무되어 성경을 다시 보기 시작했을 때, 그는 성경에는

 

플라톤의 가르침을 넘어서는 진리가 있음을 비로소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것은

 

인간을 향한 하느님의 끝없는 사랑과 은총이었습니다. 플로티노스가 그려 보이

 

는 하느님은 인간의 세계를 초월한 피안에 다가갈 수 없는 절대적 타자(他者)로

 

있는 존재였습니다. 그러나 성서에 기록된 하느님은 피조물의 세계를 초월해 있

 

다는 점에서는 플라톤주의자들의 하느님과 다를 바 없었지만 인간을 죽음과 허

 

무에서 구원하기 위해 인간에게 말 건네고 손을 내미는 존재였으며, "수고하는

 

자들은 다 내게로 오라고 부르는 음성"이었습니다. 거기서 하느님은 냉담한 인

 

식의 대상이 아니라 내가 나의 온 실존을 통해 만나야 할 인격적 존재였습니다.

 

그것은 그가 그렇게도 찾아 마지않았던 진정한 절대자, 삶의 흔들리지 않는 입

 

각점이었던 것입니다. (다음에 계속)

 

  - 김상봉 철학 이야기 "호모 에티쿠스" 중, 성 아우구스티누스에 관한 부분 -



15 0

추천 반대(0)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