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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아탑]글 조각 1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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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은 것은 마지막 결단 뿐이었습니다. 그러나 육체적인 쾌락과 세속적인 즐거움에 대한 미련이 그를 갈등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아우구스티누스가 마땅히 가야 할 길을 알게 되었으면서도 덧없는 욕망을 이기지 못하여 번민하는 자기 자신에 대하여 참을 수 없는 환멸과 복받쳐오르는 비애를 느끼며 참회의 눈물을 흘리고 있었을 때, 불현듯 옆 집에서 어린 아이의 말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들고 읽으라, 들고 읽으라!" 그는 알 수 없는 힘에 이끌려 성경을 들고 아무 곳이나 펼쳤습니다. 그 때, 그의 눈에 처음 들어온 말은 사도 바오로가 로마인들에게 보낸 편지의 한 구절이었습니다. "방탕과 술 취함에 빠지지 말고, 음란과 호색에 빠지지 말며, 싸움과 시기에 빠지지 말고, 오직 주 예수 그리스도로 옷 입고, 정욕을 위하여 육신의 일을 도모하지 말라." 그것은 아우구스티누스의 부끄러운 내면을 꿰뚫어 보고 있는 신의 음성과도 같은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자신의 숨길 수 없는 치부 앞에 마주섰을 때 이 자의식 강하고 긍지 높은 로마인은 더 이상 육체의 욕망을 이기지 못하여 과거의 자기에 구차하게 매여 있을 수는 없었습니다. 그는 수사학 교수직을 사임하고, 신앙을 고백하고 세례를 받았습니다. 그의 나이 서른 세 살 때의 일이었습니다. - 김상봉 철학 이야기 "호모 에티쿠스" 중 성 아우구스티누스에 관한 부분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