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정동성당 게시판

재미있는 영화들이 개봉을 기다리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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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무승 [stpeter] 쪽지 캡슐

2000-01-27 ㅣ No.3197

이번 주말부터 정말 볼만한 영화들이 많이 개봉하네요. 아직 방학일 때 좋은 영화들 많이 보시길. 같이 갈 여자/남자친구가 없다구요? 좋은 영화는 혼자 볼 때 진미를 느낄 수 있습니다. 참고로, 전 오늘 철도원 시사회에 당첨이 되어 보러가지요. 랄랄랄. 혼자서...

그리고, 슬리피 할로우는 꼭 볼 겁니다. 제가 팀버튼 감독의 팬이걸랑요.

 

 

 설 연휴 영화 취향따라 "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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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뭘 보러 가지" 연인 사이라도 영화 취향만큼은 일치하기가 어렵다. 설을 앞둔 극장가에는 역시 올해도 다양한 장르의 외화들이 관객을 기다리고 있다. "일단 관객만 들게"하는 것이 영화광고의 원칙. 꼼꼼히 살펴보고 후회하지 않을 선택을 하자.

 

■ 1년에 한번 극장찾는 당신... 철도원

 

 

일본에서 450만 관객을 불러 들였다는 <철도원>이 좋겠다. 일본 밀리언셀러 작가 아사다 지로의 동명 소설을 영화화 한 히트작으로 간이역 호로마이에 젊음과 가족을 바친 노년의 철도원 오토의 이야기. 정년을 눈앞에 둔 철도원의 이야기지만 세대를 뛰어넘는 매력을 영화는 갖고있다.

 

세상을 은빛으로 마취시키는 훗카이도의 눈발, 검은 색 기차와 검은 땅, 그리고 서툴지만 고운 여성이 읊조리는 ’테네시 왈츠’. 이런 요소만으로도 영화는 반쯤은 성공이다. 여기에 한 남자의 서러운 운명이 교차되면 어지간히 마음을 다잡지 않으면 눈물을 흘릴지도 모른다.

 

결혼 17년 만에 가진 아이, 눈발이 흩날리는 날에 태어난 ’눈의 아이(유키코)’라는 이름을 가진 딸아이를 두달 만에 잃고, 17년 후 다시 아내를 잃고 외롭게 살아가는 철도원 역의 다카구라 켄은 ’국민배우’라는 수식에 걸맞게 깊이있는 연기를 보였다.

 

아이돌 스타 히로스에 료코는 아버지가 자살하기 전날 찾아와 맛있는 음식을 대접하는 고운 소녀로 맑은 눈망울을 보여준다. "왜 말을 하지 않았니" "아빠가 놀라실까봐요" "세상 어느 부모가 자식을 보고 놀라겠니" 이승에 들른 유키코와 오토의 대화는 영화의 압권.

 

대의를 위한 개인의 희생을 자연스럽게 유도, ’군국주의에 대한 향수에 젖은 영화’라는 혹평을 듣기도 했지만 감동적 영화임에는 분명.

 

■ 흑백논리에 불만있는 당신...내 어머니의 모든것

 

 

’악동’으로 불리는 감독들이 있는데 그중 하나가 스케인의 알모도바르. ’신경쇠약 직전의 여자’ ’하이힐’ 등에서 그는 철사로 유리를 긁어대는 소음처럼 신경을 자극하는 각별한 재주를 보여주었다. 그가 묻는다. "왜 남자는 남자로만 여자는 여자 역할만 살아야 하느냐고. 그 외에 다른 방법은 없느냐"고.

 

롤라(토니 칸토) 역시 여장남자로 살아간다. 그의 아이를 임신한 마누엘라(세실리아 로스)는 그것이 혐옷러워 도망쳤고, 수녀 로사(페넬로페크루즈)는 그로부터 생명의 꽃씨와 함께 죽음의 신인 에이즈를 선물받았다.

 

연극배우 워마와 나나는 여성끼리의 사랑(레즈비언)에 집착한다. 로사는 죽음과 아이를 바꾸고, 마누엘라는 아들의 죽음 대신 로사의 아들에게서 새로운 모성애를 찾는다. 플라스틱으로 가슴을 만든 여장 남자들, 그들에게 과연 모성이란 무엇이길래 그것에 그토록 집착하는가를 묻는 영화.

 

지난해 칸영화제에서 수여된 감독상은 이질적 방법으로 생명에 대한 경외를 찾아내려는 작가의 노력에 대한 찬사였다. 여장남자들의 우스운 에피소드, 농담에 이런 진실이 숨어있다.

 

■ 스트레스 풀고싶은 당신...13번째 전사

 

 

마이클 크라이튼의 소설 ’시계를 먹는 자들’(Eaters Of The Dead)를 <다이하드>의 감독 존 맥티어난이 안토니오 반델라스를 선택해 만든 영화.

 

시인인 아메드(안토니오 반데라스)가 기록한 1,000년전 북구에서 벌어졌던 끔찍한 전쟁과 신비한 문화적 경험들이 영화의 토대. 그러나 영화는 흥행적 요소를 고려, 역사의 탐색이나 기록보다는 액션과 어드벤처에 치중했다.

 

북구 작은 나라 불바이의 젊은 왕 불위프(블라디미르 쿨리치)는 정체불명의 괴물로 공포에 떨고 있는 이웃 오스가르 왕국을 도우려고 자신을 포함한 13명의 전사를 모집한다. 유뷰녀와의 불륜이 드러나 칼맃프의 명령으로 북구사절로 파견된 바그다드의 시인 아메드는 ’마지막 전사는 이방인이어야한다’는 점성사의 점괘에 따라 전사가 된다.

 

괴물과 대항하면서 죽어가지만 진짜 전사는 시인 아메드가 아니라 그들 자신의 야만성을 고발한 불위프로 드러난다. 1,000여명의 인원, 제작비 1억 2,000만달러가 든 영화로 효과 보다는 몸과 몸이 부딪쳐 만들어내는 스펙터클에 치중했다. 원작, 감독, 주연배우 모두 매력적이지만 영화가 갖고 있는 철학은 그에 못미친다.

 

■ 가족과 함께하고 싶은 당신... 바이센테니얼 맨

 

 

로빈 윌리엄스. 언제나 가족과 휴머니즘의 상징으로 영화 속 이미지를 만들어 왔다. 이번에도 예외는 아니다.

 

하지만 달라진 게 있다. 인간의 감정을 갖게 된 ’불량 로봇’ 앤드루로 탄생한 것이다. 로빈 윌리엄스가 처음으로 SF에 도전한 영화로 코믹하고 따뜻해 가족들이 함께 보기에 적합한 영화.

 

2025년 미래사회, 제조과정 중 엔지니어가 먹던 샌드위치에서 떨어진 마요네즈 한방울 때문에 인간의 감정을 갖게 된 로봇 앤드루는 리처드(샘 닐)의 집으로 배달돼 설거지, 요리, 청소를 도맡아 하면서 가족들의 사랑을 받는다. 문제는 앤드루가 가당찮게도 주인 아가씨를 사랑하게 된 것. 그러나 자신을 진정 이해해 줄 불량 로봇을 찾아 기나긴 여행길에 오르는데….

 

감독은 로빈 윌리엄스의 출세작 <미세스 다웃 파이어>를 만들었던 크리스 콜럼버스. 미국 팝의 디바 셀린 디옹이 주제가 를 불렀다.

 

컬트라면 무엇이든 좋은 당신... 슬리피 할로우

 

 

’비틀 주스’에서는 귀신에게 포박당한 한 가족을, ’배트맨’에선 악당 손에 휘둘리는 고담시의 시민을, ’가위손’에서는 편견에 휩싸인 작은 마을의 사람들을 보여 주었던 미국의 악동 팀 버튼 감독. 이번에는 고전에 도전했다. ’슬리피 할로우의 전설’이란 고전 소설을 영화화했다.

 

1799년 잘린 목을 찾기 위해 작은 마을 슬리피 할로우를 연쇄살인의 소굴로 만들어 가는 호스맨(Horse Man)을 쫓는 경관 크레인(조니 뎁)의 이야기로 정통 호러물의 이야기 구조를 닮았다.

 

머리가 없는 호스맨은 미국의 애니메이션에서 무서운 존재로 등장해온 캐릭터. 감독 팀 버튼은 "의식과 잠재의식의 대결을 그려보고 싶었다"고 미국 현지 인터뷰에서 밝혔다. 50년대 호러 영화의 패턴이지만 영화에는 팀 버튼의 개성이 곳곳에서 ’출몰’한다.

 

도입부의 할로윈 호박 마스크 허수아비는 ’크리스마스의 악몽’을 떠올리게 하고, 소름끼치는 귀신으로 변한 점성술사의 눈이 ’비틀 주스’의 귀신처럼 앞으로 튀어나온다.

 

호스맨의 추격신은 팀 버튼이 다음엔 액션영화에 도전해도 좋을 성싶게 긴박감 넘치게 화면을 만들어간다. 기발함은 줄어든 대신 어드벤처적 성향이 강해져 대중적으로는 더 친근하다. 여주인공 크리스티나 리치의 요정같은 외모도 한술 거든다.

 

한국일보 홍덕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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