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십리성당 게시판

비오는 날의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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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미숙 [B612-J] 쪽지 캡슐

2000-08-24 ㅣ No.2773

비 오는 날은

촛불을 밝히고

그대에게 편지를 쓰네

 

습관적으로 내리면서도

습관적인 것을 거부하며

창문을 두드리는 빗소리

 

그대에게

내가 처음으로 쓰고 싶던

사랑의 말도

부드럽고 영롱한 빗방울로

내 가슴에 다시 파문을 일으키네

 

빨랫줄에 매달린

작은 빈방울 하나

사라지며 내게 속삭이네

 

혼자만의 기쁨

혼자만의 아픔은

소리로 표현하는 순간부터

상처를 받게 된다고

늘 잠잠히 있는 것이 제일 좋으니

건성으로 듣지 말고 명심하라고

떠나면서 일러주네

 

...

 

우리도 오늘은

비가 되자

 

사랑없어 거칠고

용서 못해 갈라진

사나운 눈길 거두고

이 세상 어디든지

한 방울의 기쁨으로

한 줄기의 웃음으로

순하게 녹아내리는

하얀 비, 고운 비

맑은 비가 되자

 

....

 

 

------------------------------------------------ 이해인 수녀님 ’비 오는 날의 일기’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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