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원동성당 게시판

기쁜 성탄 맞이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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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영해 [yhrhim] 쪽지 캡슐

2001-12-23 ㅣ No.1911

일원동 편안한 마을 여러분 모두들 안녕하세요?

이제 며칠 남지 않은 아기 예수님 생일, 또 며칠 남지 않은 이천일년...

세월은 자기 나이만큼의 속도로 흐른다더니, 그야말로 눈깜짝할 새에

한해가 다 가버린거 같군요.

 

염려해주시는 덕분에 저희도 조금 외롭긴 하지만 잘 지내고 있습니다.

벌써 몇몇분들은 이메일로 카드도 보내주셔서 반갑게 받아보기도 했구요.

이곳 밴쿠버는 겨울이 우기라고 하더니 일주일에 사나흘이상 비가 계속

내리는, 비가 오는 만큼 그리 춥지는 않은 날씨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온동네 집집마다 경쟁이나 하듯 크리스마스 장식을 번쩍번쩍 해놓고,

크고 작은 크리스마스 파티가 이어지니까 저절로 크리스마스 분위기에

들뜨긴 하지만 진정한 아기예수님의 탄생을 기뻐하기 보다는 의례적인

선물, 모임과 거기에 편승한 상술이 더 크게 느껴지는 캐나다에서 처음

맞는 겨울입니다.

 

다니엘씨가 연말에 오기로 한 계획이 구정으로 늦춰지는 덕분에 별 수

없이 우근이와 둘이 조용한 연말연시를 보내야할 듯한데, 친절한 옆집

할아버지가 하루 한두시간씩 나무조각을 가르쳐주기로 하고, 여행을

떠난 영어선생님의 고양이 밥을 주러 매일 가야하는 일과가 생겨서

2주의 짧은 방학이 그리 지루할거 같지는 않군요.

 

밴쿠버에는 일원동성당만큼 큰 한인성당이 있어서 한달에 두번쯤은

한인성당에서, 두번쯤은 집근처 캐네디언 성당에서 미사를 보고 있는데

고향같은 일원동성당에 비하면 어느곳이든 아직도 객처럼 느껴지고

서먹한건 주일미사만 참석하는 탓도 있는거 같습니다.

 

한해를 마무리하는 요즘.. 떠나온 땅의 가족과 친구들, 그리운 얼굴들이

더욱 생각납니다. 지난 여름에 아쉬운 이별을 하면서 새삼 제가 얼마나

많은 사랑을 받아왔는지 느꼈으며, 그 소중한 인연의 끈이 이 곳에서의

외로운 생활을 지탱하게 해주는 큰 힘이 되고 있다는 생각에 더욱더

감사하는 마음을 갖게 되기도 하구요.

 

주님의 사랑을 전하러 오시는 아기예수님의 탄생을 기다리며,

새해에도 건강하고 기쁨 가득한 나날 보내시길 기도합니다.

밴쿠버에서 임영해 아녜스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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